박문수 프란치스코(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운영연구위원) 미국의 한반도 정책 전망 ‘2020 미국 대선’은 바이든 당선(2020년 12월 14일 선거인단 투표 결과)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정권 교체가 확실시 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바이든 행정부가 어떤 한반도 정책을 시행하게 될지에 관심이 많습니다. 교회 측 인사들은 바이든 당선자가 가톨릭 신자라는 사실에 고무되어 바티칸이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이기 이전에 가톨릭 신자이니 교황님이 나서시면 그가 무엇이라도 우리를 위해 하지 않겠느냐는 기대인 셈입니다. 그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미국 46대 대통령 조 바이든] ⒸVOA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 중 한국의 많은 정치 평론가들은 트럼프가 재선되든, 바이든이 당선되든 ‘그는 미국 대통령일 뿐’이라는 논평을 내놓았습니다. 누가 되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이익을 위해 일하지, 한국의 이익을 위해 일하겠느냐’는 요즘 말로 ‘뼈를 때리는’ 현실 인식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입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이익에 부합할 때나 이익을 해칠 위험이 클 때만 주목을 받을 것입니다. 야속하지만 국제정치에서는 냉정한 현실주의를 취하는 것이 더 현명한 태도입니다. 바이든이 취임 후 가장 먼저 할 일은 코로나19 방역이고, 그 다음 순위는 대선에서 트럼프를 찍어준 백인유권자들의 존재를 의식하며 그가 당선이 확정된 날 연설에서 밝혔듯 미국을 통합하는 일입니다. 그 다음이 국제 관계에서 긴급성을 다투는 문제입니다. 적어도 취임 첫해에 바이든이 한반도 문제까지 신경을 쓰는 일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주변국들의 한반도 정책 전망 중국은 바이든이 달갑지 않은 존재입니다. 그가 부통령으로 있던 오바마 행정부시절 미국이 대(對) 중국 봉쇄를 본격화했기 때문입니다. 이 봉쇄를 뒷받침한 것이 미국의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정책이었습니다. 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지에 대하여는 국제정치학자들이 다양한 견해를 내놓았습니다. 이 가운데 ‘세력 전이(Power shift)론’이 지배적 담론입니다. 패권국이 그에 도전하는 이등(二等) 국가의 부상(浮上)을 억제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 패권국의 본성이라는 것입니다. 이 담론에서 가장 오른쪽 극단에 있는 공세적 현실주의자들은 이 봉쇄가 결국 두 국가 간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을 펼칩니다. 물론 대부분의 이론가들은 군사적 충돌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 봅니다. 치열한 경제전, 외교전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지요. 트럼프의 공화당 정부도 대중 봉쇄를 지속했던 사실에 미뤄보면 이 정책이 미국의 공식 외교 전략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Pivot to Asia 전략에 대한 신문 만평] 바이든 정부는 이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한 오바마 정부를 계승하고 있기에 대 중국 봉쇄정책이 계속될 것이라 보는 게 현명하겠습니다. 이런 시나리오에서 예상되는 한반도의 정치 기상도는 ‘흐림’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전문가들이 대부분 전망하고 있듯이 두 강대국은 주변국들에게 줄 세우기를 강요할 것이고, 우리나라처럼 안보를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나라들은 눈치싸움이 치열할 것입니다. 아마 이렇게 갈 것이 확실하다고 보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독자노선을 걷기에는 힘이 약하고, 어느 한 편에 서자니 잃는 게 너무 많습니다. 그렇다고 양다리를 걸치자니 두 나라에서 우리를 보는 눈이 쌍심지입니다. 강대국 사이에 끼어 완충 역할을 하는 나라들의 운명이라 하겠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아직도 우리에게 적대적 태도를 보이는 북한이 한쪽에 버티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정치 기상도는 ‘흐림’ 수준이 아니라 ‘간헐적으로 천둥과 번개가 치고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씨’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 구도를 상징하는 미국, 일본, 인도 정상(頂上)의 사진] Ⓒ연합뉴스 일본은 오바마 정부 시절 대중국 봉쇄정책을 지지하였고, 트럼프 정부 시절에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주도적으로 제시하면서 오히려 한술 더 떴습니다. 이것은 미국의 요구이자 일본이 바라는 바였습니다. 동아시아에 속해 있으면서도 동아시아와 거리를 유지해온 150여 년간 지속해온 그들이 외교정책의 축을 갑자기 바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일본이 이 노선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 본다면 남북관계 개선에 호의적이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일본과의 관계기상도는 ‘흐림 때로는 소나기’에 가깝지 않을까 전망해봅니다. 남북관계 전망 저는 남북관계 기상도도 우리의 기대와 달리 ‘맑은 날’은 아닐 것 같습니다. 남북끼리 잘하면 다른 나라들도 움직여주지 않을까 하는 것이 우리 대부분이 갖는 기대입니다. 물론 그렇습니다. 당사자들이 원하지 않는데 남이 나서서 도와줄 리 만무합니다. 그렇다고 우리끼리 잘하면 다른 나라들이 도와줄까? 앞의 국제 정세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남북이 서로 잘할 것 같지도 않고요. 북한은 3년 전 분위기가 괜찮았을 때 좋은 결과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북한이 찬밥이었습니다. 이 일로 북한은 우리와 미국에 대하여 심사가 뒤틀려 있습니다. 솔직히 한반도 문제 해법은 여러 차원들이 뒤섞인 고차방정식이기 때문에 남북끼리 잘하고, 주변국들이 도와준다 해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인내심과 긴 안목을 가지고 접근해야 합니다. 어렵다고 아무 일도 안 할 수 없습니다. 왜 북한이 협조하지 않는데 우리가 그리 목을 매느냐고 많은 분들이 묻습니다. 안타깝지만 이 상황마저도 잘 관리가 안 되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긴장이 높아지면 경제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경제적 영향을 떠나 적대적인 생각을 가진 이웃이 머리 위에 있는데 아무 일도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니 이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고, 이왕이면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과 통일된 한반도의 평화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게 해야 합니다. 부디 올해는 작년보다 나은 남북관계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