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훈련과 평화 강주석(베드로) 신부 | 민족화해위원장 예전에는 2-3개월까지도 이어졌던 한미 합동 군사훈련 때는 북한 전역에 비상이 걸린다고 합니다. 이 훈련 기간에는 군대에서 취침할 때도 군화를 벗지 않았다는 탈북민의 얘기를 들은 적도 있습니다. 방어훈련이라는 한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합동훈련을 북침을 준비하는 전쟁 연습으로 간주합니다. 몇 해 전 우리 군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한 수뇌부의 ‘참수작전’을 언급했던 점을 생각하면, 북에서 느끼는 두려움도 무리는 아닙니다. 만일 북중이 휴전선 인근에서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하면서 방어훈련이라고 주장해도 우리 역시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입니다. 남북대화 재개의 노력과 결부되면서 근래 들어 더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이 군사훈련에 대해서 탈북민 기자 주성하는 북한 주민들의 정서를 다음과 같이 표현합니다. 한·미 연합훈련 첫날인 8월 16일,파주 군사분계선 너머 보이는 북한군 초소 ©경향신문 전방에선 어떤 훈련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후방 바닷가 마을에서 진행되는 훈련은 철저히 해안으로 상륙하는 적을 막는다는 가정 하에 방어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아이들도 훈련이 시작되면 동원될 때가 있었습니다. 어느 해인가는 갑자기 백사장에 개우리를 20~30m 간격으로 만들어놓고, 집에서 키우는 똥개를 저녁에 그곳에 묶어 놓았다 아침에 데리고 오는 과제를 받기도 했습니다. 간첩이 침투할 수 있기 때문에 개가 밤에 해변을 지킨다는 발상이었죠. 아침, 저녁마다 집에서 키우던 개를 백사장 우리에 데려가고, 데려오면서 “미국놈들 때문에 너까지 고생이다”고 생각했던 기억도 납니다.(‘북한에게 한미 합동훈련은 어떻게 다가올까’, 주성하 기자, 동아일보 2021년 8월 15일자) 한미 합동훈련 논란은 한반도 갈등의 여러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70 여 년을 이어온 ‘적대적 공존관계’의 본질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입니다. 쉬운 답으로 해결할 수 없는 난제이지만, 한반도의 평화를 추구한다면 반복되는 이 갈등을 결코 외면할 수 없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진 현실에서는, 더욱이 비핵화와 평화 공존을 위해서라도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군사적 긴장의 고조는 북한 주민의 마음을 더 완고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기억합시다. 우리가 지향하는 통일이 평화로운 것이라면, 북한에 살고 있는 보통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합니다. 코로나 사태와 기후변화가 인류를 위협하는 이 순간에도, 천문학적 재원이 군비경쟁에 사용되는 현실을 우려하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함께 기도합시다. 군사력으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신화에서 벗어나, 평화적인 방법으로 평화에 도달할 수 있다는 우리 신앙의 희망을 키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