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희 모이세 신부(마두동성당 주임사제) 그림 = 지거 쾨더, "성만찬" ■ 성경 말씀 7 예수님께서는 초대받은 이들이 윗자리를 고르는 모습을 바라보시며 그들에게 비유를 말씀하셨다. 8 “누가 너를 혼인 잔치에 초대하거든 윗자리에 앉지 마라. 너보다 귀한 이가 초대를 받았을 경우, 9 너와 그 사람을 초대한 이가 너에게 와서, ‘이분에게 자리를 내 드리게.’ 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너는 부끄러워하며 끝자리로 물러앉게 될 것이다. 10 초대를 받거든 끝자리에 가서 앉아라. 그러면 너를 초대한 이가 너에게 와서, ‘여보게, 더 앞 자리로 올라앉게.’ 할 것이다. 그때에 너는 함께 앉아 있는 모든 사람 앞에서 영광스럽게 될 것이다. 11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루카 14,7-11) ■ 성경 해설 (1) 여섯 도둑(六賊)을 잡아라! 요즘 아버지 라파엘의 건강이 많이 호전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컴퓨터를 잘하셔서 이메일이나 카톡 등으로 좋은 글을 보내주곤 하셨는데, 몇 해 전부터 총기가 한풀 꺾이더니 지금은 어림도 없습니다. 예전에 아버지께서 축일 축하기도와 함께 보내주신 글 하나를 먼저 소개합니다. 여보게, 친구! 여섯 도둑을 잡으시게나.육적(六賊) - 眼耳鼻舌身意 (눈, 귀, 코, 혀, 몸뚱이, 생각)세상에서 제일 고약한 도둑은 바로 내 몸 안에 있는 여섯 가지 도둑일세.눈(眼) 도둑은 보이는 것마다 가지려고 탐욕을 부리지.귀(耳) 도둑은 그저 듣기 좋은 소리만 들으려 하네.콧구멍(鼻) 도둑은 좋은 냄새는 제가 맡으려 하고,혓바닥(舌) 도둑은 온갖 거짓말을 하면서도 맛난 것만 먹으려 하지.제일 큰 도둑은 훔치고 못된 짓 좋아하는 몸뚱이(體) 도둑이고,마지막 도둑은 생각(識) 도둑. '이놈은 싫다, 저놈은 없애야 한다' 혼자 망상 떨며 화내고 떠들어대지.친구여! 복 받기를 바라거든, 우선 이 여섯 도둑부터 잡으시게나.여섯 도둑이 모두 제가 제일이 되려 한다네. (2) 어느 바리사이 지도자 집에 초대되어 가신 예수님 예수님은 이러한 육적, 여섯 도둑을 잡으시는 데 달인이셨던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어느 안식일에 바리사이들의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의 집에 초대되어 가셨을 때(14,1)의 일입니다. 예수님은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입으로는 잘 가르치지만 행실로는 그와 다른 그들의 위선을 꿰뚫어 알고 계셨기에 여러 차례 그들을 신랄하게 꾸짖으셨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식사에 초대하면 거절하지 않으시고 함께하시는 것을 복음의 여러 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내치고 편 가르는 생각(意識) 도둑은 예수님 곁에 얼씬도 못 하였습니다. 그곳에서 예수님은 사람들이 다투어 윗자리를 탐하는 모습을 보고 말씀하십니다. “누가 너를 혼인 잔치에 초대하거든 윗자리에 앉지 마라.”(8절) 인정받고 대우받으려 하는 것은 눈, 코, 입, 귀 그리고 몸뚱이, 다섯 도둑 모두입니다. 그것이 얼마나 꼴사나운 것인지를 예수님은 이러한 예를 들어 설명하십니다. 윗자리에 앉았다가, 그곳에 더 귀한 이가 와 있어서 주인이 그에게 ‘이분에게 자리를 내 드리게’ 할지도 모른다! 맙소사,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겠습니다. 오히려 끝자리에 앉는, 낮추는 이가 대접받는다고 넌지시 알려주십니다. 오늘의 성경 본문에 이어지는 구절을 보면, 예수님은 더 나아가 누군가를 초대할 때 친구나 형제, 친척이나 부유한 이웃을 부르지 말라고 하십니다. 오히려 어떤 보답도 할 수 없는 가난한 이들을 초대하라고 하십니다.(12-14절) 우리들 마음 안에 대가를 바라는 계산적인 마음이 뾰족이 고개를 내미는 것을 보셨나 봅니다. 여섯 도둑을 잡아야 하는 데에는 어느 누구도 예외가 없을 듯합니다. 저 역시 그러합니다. 가난하게 성장해온 탓인지 저도 몰래 어느새 벌써 마음속에서 계산기가 두드려지는 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라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는 영적인 투쟁을 함께해나가는 사람들입니다. 부족한 자신을 위해 서로서로 기도를 부탁하면 어떨까요. 요즘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많이 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