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수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운영연구위원) 영국 항공모함의 서태평양 지역 진출과 AUKUS의 출범 영국 퀸 엘리자베스 항모전단이 2021년 8월 30일 우리나라 근해에 도착했습니다. 그보다 이른 8월 11일에는 이 항모전단에 소속된 핵 추진 잠수함(아트폴호)이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 기항하기도 했습니다. 영국 항모전단은 8월 말 우리 근해에서 우리 해군과 인도주의적 지원과 재난구호 위주 훈련 등을 실시했습니다.(사진 1 참조) [사진 1] 퀸 엘리자베스 항모전단 Ⓒ EPA 연합뉴스 영국 항공모함이 우리나라에 온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1992년, 1997년에도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전 두 번의 훈련과 달리 미중 대결이 첨예해지는 시기에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을 항해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심지어 이번 항해에는 네덜란드 구축함과 미국의 구축함도 동반하였습니다. 2021년 8월 31일에는 영국 해군이 우리나라 기자들을 항공모함으로 초대하는 행사를 가졌습니다. 행사 이후 퀸 엘리자베스호가 우리 해군이 건조하려 추진하는 경항공모함의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고, 필요할 경우 영국이 이를 지원할 수도 있다는 언론 보도가 줄을 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인 2021년 9월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미국과 영국이 호주의 핵잠수함 건조를 지원한다면서 미국, 영국, 호주간 삼각 동맹 결성 사실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삼각 동맹은 세 나라 영어 이름에서 두 글자씩을 따 ‘AUKUS(오커스)’로 명명되었습니다. 이 동맹의 출범과 함께 호주는 프랑스와 77조 원 규모의 디젤 잠수함 건조 계약을 파기하고 미국으로부터 핵 추진 잠수함 건조 기술 이전과 핵잠수함 연료로 고농축 우라늄을 제공받게 될 것이라 발표하였습니다. 프랑스는 이 조치가 동맹국의 뒤통수를 치는 배신행위라며 크게 반발하였습니다. 오커스와 인도태평양 전략과의 관계 여러분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인 QUAD(쿼드: 미국, 호주, 일본, 인도의 안보 협의체)에 대해 공부하였기에 이 두 사건이 갖는 의미를 이해하기 쉬우실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오커스’도 인도 태평양 전략의 일환입니다. 쿼드의 범위를 더 확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림 1] 오커스 출범과 국제사회의 반응을 묘사한 삽화 미국은 8월 말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자마자 ‘오커스’를 출범시키며 대(對) 중국 봉쇄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습니다. 지난 5월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가지며 우리나라의 참여도 기정사실화했습니다. 호주는 중국의 압박과 보복을 받으면서도 미국 편에 서기로 결정하고, 마침내 오커스에 참여하였습니다. 영국은 미국 외에는 어느 동맹국도 하지 않던 대만 해협을 올 9월 26일 항해했습니다. 이로써 중국의 신경이 날카로워졌고, 이후 남중국해의 긴장은 고조되는 중입니다. 게다가 프랑스 항공모함 전단도 인도양에 진출했습니다. 오커스는 기존의 정보공유협의체인 ‘Five Eyes(다섯 개의 눈: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뉴질랜드)’의 연장에 있습니다. ‘Five Eyes’가 참가국 간 정보를 공유하는 기구의 성격이라면 오커스는 공동 군사행동까지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태평양 지역에 소재한 미국 동맹국들 가운데 군사력에서 약체인 호주를 핵 무장시키고(잠수함이긴 하지만) 공군력과 해군력까지 강화하려 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이 비용은 호주가 대야 합니다. 영국이 대서양과 지중해를 벗어나 인도양과 태평양으로까지 작전 범위를 넓혔습니다. 여기에 프랑스까지 가세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아시아에 과거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이 돌아오는 모양새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의 목표는 하나입니다. 중국 봉쇄입니다. 서태평양 지역에서 긴장이 고조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더욱이 영국 구축함의 대만 해협 항해는 중국에게 아편 전쟁의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신무기 개발이 갖는 의미 지난 9월 15일 우리나라는 독자 개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시험에 성공합니다.(사진 2 참조) 세계에서 일곱 번째라고 합니다. 이 밖에도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항공기 분리 시험, 탄두 중량을 획기적으로 늘린 고위력의 탄도 미사일 개발, 초음속 순항미사일 개발, 우주 발사체용 고체추진기관 연소 시험에도 성공합니다. 그동안 비밀로 하고 있던 신무기 개발 사실이 이날 동시에 발표됩니다. 5월 한미 정상 회담을 계기로 미사일 사거리, 탄두 중량 제한도 철폐된 바 있습니다. 이에 질세라 북한도 연이어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고 있습니다.(사진 3 참조) [사진 2] 우리나라 SLBM 시험 발사 장면 Ⓒ 미 해군 그런데 우리나라의 신무기 시험과 시험 성공 발표 시점이 묘합니다. 알다시피 9월 15일은 오커스의 출범일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날 우리 국군의 신무기 시험이 이뤄졌고, 다른 고성능 무기들의 시험 성공 사실 발표도 이뤄졌습니다. 당연히 이 시험들은 북한만을 겨냥하는 것이 아닙니다. 주변국 모두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을 겨냥한 조치입니다. 그래서 걱정입니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이러한 무기들을 허용하였다면 일본에는 더 성능이 좋은 무기 개발을 허용하였을 것입니다. 일본은 북한과 남한이 경쟁적으로 신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명분으로 재무장도 서두르게 될 것입니다. 중국은 우리도 공격 사정권에 놓을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와 중국이 직접 충돌할 가능성도 커집니다. [사진 3] 북한의 열차 발사 탄도미사일 시험©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처럼 북한에 대적할 수 있는 능력 이상의 국방력을 갖게 된 우리나라는 이제 미국, 일본, 호주, 영국과 함께 전 세계 분쟁지역에 개입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항공모함을 반드시 갖게 되리라 보는 이유입니다. 이런 상황이면 우리 안보는 더 위협을 받게 됩니다. 강해진 만큼 도전도 받게 되리라는 것입니다. 북한이 최근 우리한테 유화 제스처를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과 동맹국이 이렇게 움직이고 있어 실질적 관계 개선은 어려울 전망입니다. 마침 남한이 대선 국면이라 북한도 큰 기대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도 북한은 동아시아에서 고조되고 있는 이러한 신냉전 분위기를 감지하고 이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동북아와 한반도의 평화 전망이 밝지 않을 것이라 보게 됩니다. 나눔 주제 1. 우리 군사력이 강화되는 것이 우리나라와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함께 의논해보십시오. 과연 이롭기만 할까요? 2. 오커스(AUKUS) 출범이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과연 오커스는 동아시아에 평화를 가져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