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진 풀에서 향기가 난다

장경선 벨라뎃따(평화사도 1기 & 동화작가, 평화운동가) 그 사람이 궁금했다. 그 사람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 서둘러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책상 위에 코를 박고 있는 사람들 속에 끼여 그 사람을 만났다. 베어진 풀에서 향기가 난다알고 보면 향기는 풀의 상처다베이는 순간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지만비명 대신 풀들은 향기를 지른다들판을 물들이는 초록의 상처 상처가 내뿜는 향기에 취해 나는아픈 것도 잊는다상처도 저토록 아름다운 것이 있다 (풀/ 김재진) 그 사람에게도 풀의 향기가 났다. 베어진 상처에서 흐르는 향기. 결국 나는 눈물을 흘리다, 쳐다보는 눈길을 피해 급히 책장을 덮고 도서관을 나왔었다. “제가 노동 운동을 하겠다니까, 어떤 선배 재단사는 바보 같은 짓 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우리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결국 손해만 본다는 것이지요. 그래요, 우리는 어차피 바보예요. 아무것도 모르는 채 평생 기계처럼 일만 해 왔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어차피 바보일 바에야, 기계처럼 일만 하는 바보가 되는 것보다 사람답게 살려고 노력을 하는 바보가 더 낫지 않겠어요? 그런 뜻에서 우리 모임의 이름을 ‘바보회’라고 짓는 게 어떻겠습니까?” 태일은 동료 재단사들과 뜻을 모아 모임을 만들었다. 이내 한계에 부딪혔고, ‘어머니, 저에게 많이 배운 친구 한 명만 있다면… 대학생 친구 한 명만 있었으면 원이 없겠어요.’라고 말했을 만큼 절박했다. 전태일의 바보회 ⓒ chuntaeil.org ‘나는 돌아가야 한다.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꿈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들 곁으로… 내가 내 생명을 바쳐 돌보지 않으면 안 될, 나약한 그들의 곁으로…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 조금만 참고 견뎌라. 너희들을 위해 나약한 나를 바치마. 내 마음의 결단을 내린 이 날, 무고한 생명체들이 시들고 있는 이때에, 한 방울의 이슬이 되기 위하여 발버둥 치오니…하느님, 긍휼과 자비를 베푸소서.’ 태일은 죽기 전날 밤에 이렇게 일기를 썼다. 그리고 1970년 11월 13일 낮 한시, 자신의 몸에 기름을 뿌리고 불을 붙였다. “근로 기준법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태일은 울부짖다 스러져갔다.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 위키미디어 우리나라 상장사 임직원 중 2021년 상반기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사람이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이다. 급여가 11억 2,200만 원, 상여 83억 1,800만 원을 합해 총 94억 4,200만 원을 받았다고 한다. 그 뒤를 이어 롯데그룹 신동민 회장이 79억 7,200만 원, LG그룹 구광모 회장이 65억 7,900만 원을 받았다. 이렇게 많은 돈을 벌면 무얼 하며 살까? 상상해보지만, 이리 큰돈을 가져본 적 없는 나는 제대로 상상이 안된다. 그런데, 미국 결제대행사 그래비티 페이먼츠의 CEO인 댄 프라이스는 2015년 110만 달러였던 자신의 급여를 90% 줄이고, 직원 117명의 최저 연봉을 7만 달러(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커너먼 교수의 ‘인간은 연봉 7만 달러를 받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연구 결과 참고)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댄 프라이스(Dan Price) ⓒ 댄 프라이스 트위터 댄 프라이스가 이런 결정을 한 계기는 “당신과 회사가 직원을 착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직원의 하소연 때문이었다. 회사를 잘 운영하고 있다고 자부했던 댄 프라이스에게는 충격적인 말이었다. 언론과 평론가들은 댄 프라이스의 선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댄 프라이스를 사회주의라 부르며, 높은 임금은 노동자의 생산효율을 떨어뜨리고, 시장경제 질서를 무너뜨릴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런 우려와는 달리 회사 매출과 영업이익은 2배 가까이 늘었고, 고객 유지비율도 95% 늘어났다. 3년 후인 2017년이 되자 전 직원은 연봉 7만 달러를 받게 되었다. 그 결과 집을 산 직원은 10배 늘고, 아기가 태어난 직원도 10배 늘었다, 직원 70%가 빚을 완전히 갚았으며 이직률은 절반으로 떨어졌다. 2020년에 발생한 코로나19로 회사가 어려워지자 직원의 20%를 정리 해고하든지, 파산 신청을 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 댄 프라이스는 이 상황을 직원들에게 알렸다. 직원들은 한 명도 정리 해고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월급을 한 푼도 받지 않겠다, 50%를 삭감할 수 있다, 임금 일부를 삭감해도 괜찮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직원들의 자발적인 임금 삭감으로 2~3개월 만에 회사는 제자리를 찾게 되었고, 그동안 받지 못한 임금을 모두 받았다. 2021년 7월, 직원들은 댄 프라이스 대표에게 고마움의 답례로 차를 선물했다. 얼마 전, 제주도 작은 책방이 장마로 인한 누전으로 불이 나 5천여만 원의 피해를 입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단 며칠 만에 십시일반으로 모아진 돈이 7천여만 원이 넘었다. ‘지구의 절반 삼십팔억 명의 재산과 부자 스물여섯 명의 재산이 같다(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 보고서 2019.10.21)’거나 국회의원 아들이 퇴직금과 산업재해로 50억을 받았다는 충격적인 사실에 자괴감이 몰려오는 요즘, 서로의 나눔을 통해 사랑의 즐거움을 맛보았다. 피터 모린의 말씀대로 모두 가난해지려 하면 아무도 가난해지지 않을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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