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희 베드로 신부 (의정부교구 7지구장) 평화! 우리에게 평화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나요? 평화롭지 못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평화는 요원하고도 간절한 이중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인간의 역사 이래 하루도 전쟁이 없던 시기가 없었던 것처럼, 평화의 희망이 사라진 적도 결코 없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모순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평화에 대한 메시지와 선포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목표를 안내하는 이정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 모두에게 이 희망의 메시지는 우리 삶의 의미를 밝혀주는 작은 등불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바오로 6세 교 지금으로부터 53년 전, 성 바오로 6세 교황님은 그해 새해 첫날(1968년 1월 1일)을 ‘평화의 날’로 기념하도록 선포하며 첫 번째 담화문을 발표하셨습니다. 교황님은 우리 모두가 평화의 목소리로 선행을 위한 화음을 내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를 강조하십니다. 이날부터 지금까지, 매년 우리는 평화의 메시지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1년 동안 「지상의 평화를 위하여」에서 ‘세계 평화의 날’에 선포된 담화문의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며, 평화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마음에 담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세계 평화의 날’과 오늘날의 우리 “해마다, 달력 첫 장에서, 이 기념일이 매년 하나의 희망, 약속으로 기억됨으로써, 평화가 정의롭고 유익한 균형을 이루며 한 해에 벌어질 모든 사건의 전개 과정을 지배하기 바랍니다”(「제1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 1968년 1월 1일, 이하 1차 담화). 한 해를 평화의 희망과 약속으로 시작하고 일 년 내내 우리 모든 생각과 행동이 평화를 염두에 두고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아마도 평화를 사는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항상 폭력과 강제로 평화를 위협받는 현실을 맞이할 수 밖에 없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새해 첫날을 ‘세계 평화의 날’로 시작했음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평화를 위협하는 모든 위험에 맞서 평화를 수호할 필요성과 그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교황님은 평화는 ‘평화주의’가 아니라고 분명히 말합니다. “평화는 평화주의(pacifism)가 아닙니다. 평화는 비겁하고 게으른 삶의 모습을 감추는 일이 아니라, 가장 고귀하고 보편적인 삶의 가치, 즉 진리, 정의, 자유와 사랑을 선포하는 일입니다”(1차 담화). 우리가 진정 바라는 평화는 진리, 정의, 자유와 사랑에 맞닿아 있습니다. 사랑의 열매를 맺지 못하는 평화는 알맹이가 없는 쭉정이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평화야말로 우리가 가야 할 참된 방향을 알려주는 유일한 길입니다.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난 우리 신앙인에게 있어 ‘그리스도의 평화’는 그 기준이 됩니다. 평화의 복음(에페 6,15)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리는 그리스도와 아주 가까이에 있음을 알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는 항상 평화에 대해 말해야 합니다. 평화를 사랑하고, 평화를 이루고, 평화를 지켜나가는 데 마음을 써야 합니다. 이렇게 평화에 대한 의식과 관심이 일깨워질 때 우리는 평화를 위한 단 하나의 무기가 바로 ‘기도’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형제들과 사랑하는 자녀 여러분, 우리는 평화를 위한 단 하나의 무기가 있습니다. 이 무기가 바로 기도입니다. 기도는 놀라운 힘으로 우리를 도덕적으로 고양시키고, 영적, 정치적 쇄신을 이끌 신성하고 초월적인 힘을 주며,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 숨어 있을 적의와 폭력의 뿌리에 대해, 우리 각자가 내적으로 진지하게 자문할 수 있게 합니다”(1차 담화). 평화에 이르는 길 두 번째 맞이하는 ‘세계 평화의 날’에 성 바오로 6세 교황님은 ‘평화에 이르는 길’을 제시하십니다. 그분은 우리가 평화에 이르는 길을 끝까지 걸어가기 위해서는 평화의 중요한 요소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평화는 하나의 의무이며, 현 역사의 의무이자, 하나의 꿈이며, 보편적이고 지속적인 의무임을 강조하십니다. 1)평화는 하나의 의무입니다: “평화는 질서입니다. 정당하고 역동적인 질서, 계속해서 구축해야 할 질서라 부르겠습니다. 평화가 없으면 신뢰도 없습니다. 신뢰가 없으면 진보도 없습니다. 평화로운 풍토에서만 권리를 인식할 수 있으며, 자유도 숨 쉴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런 것이 평화의 의미이고 가치라면 평화는 하나의 의무이기도 한 것입니다”(「제2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 1969년 1월 1일, 이하 2차 담화). 2)평화는 현 역사의 의무입니다: “평화를 원해야 합니다. 평화는 사랑받아야 합니다. 평화가 태어나야 합니다. 평화는 도덕의 결과여야 합니다. 평화는 자유롭고 관대한 정신에서 솟아 올라야 합니다. 평화가 단지 꿈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꿈은 인간의 새롭고 우월한 관념의 힘으로 하나의 현실이 되는 그런 꿈입니다”(2차 담화). 3)평화는 하나의 꿈입니다: “세계는 보편적 평화의 꿈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제가 평화를 선포하는 까닭은 바로, 평화는 항상 필요하며, 불완전하고, 깨지기 쉬우며, 공격받고, 또 지키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평화는 먼저 사람들 마음에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 다음에 인간사 안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2차 담화) 2)평화는 보편적이고 지속적인 의무입니다: “평화와 권리는 서로 원인이자 결과입니다. 평화는 권리를 옹호하고, 권리는 다시 평화를 옹호합니다”(2차 담화). 평화는 하나의 의무이지만 어쩔 수 없이 짊어져야 할 의무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하느님의 선물인 은총으로서의 평화입니다. 평화가 우리에게 은총으로 주어졌다면 우리는 그 평화를 몸으로 삶으로 살아내야 할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평화를 우리 삶의 양식으로 살아낼 때에만 우리는 형제애에 기초한 평화를 함께 공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형제애와 이타적인 마음을 통해서만 우리는 평화에 이르는 길을 멈춤 없이 걸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평화는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우선적 선택입니다. 새로운 한 해의 첫 달에 다른 어떤 가치보다도 평화를 위한 생각과 마음과 행동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는 첫 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