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미 헬레나(주교회의 여성소위원회 총무, 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 대표, 팍스크리스티코리아 공동대표) 천주교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소식지, 「평화의 길」에, 2021년부터 새로 선보이는 <평화를 배우다>를 맡은 박은미입니다. 이 꼭지에는 평화와 관련된 국내•외 문제를 소개하는 글이나 번역문을 올릴 예정입니다. 첫 글인 1월호에서는 우리가 평화에 대해 공부해야 하는 의미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평화’ 하면 너무 거창하고 추상적이어서, 또 각자 생각하고 해석하는 내용이 달라서 이야기를 좁히기 쉽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마음의 평화부터 이뤄야 한다는 의견부터 분단된 한반도 상황, 나아가 갈등이 끊이지 않는 세계 곳곳 상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에 이르기까지 평화와 관련된 논의의 스펙트럼은 너무 넓습니다. 다만 평화에 관심을 갖는 일이, 개인적인 평화를 이룬 뒤에야 개인의 생활을 포괄하는 아니 개인 상황을 뛰어넘는 사회적인 평화 개념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많은 것이 그렇듯, 평화의 상태 역시 일직선으로 발전하는 것이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기로 선택한 사람들인 우리가 현대 세계에서 관심 가져야 할 주제는 이제 두 가지, 즉 ‘생태 환경’과 ‘평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주장을 전 세계에 설파하는 분은 바로 프란치스코 교황이십니다. 매년 1월 1일은 세계 평화의 날로, 교황청에서는 <평화의 날 담화문>을 내놓습니다. 2020년 1월 1일에 발표된 평화 담화문의 제목은, “평화, 희망의 여정 : 대화, 화해, 생태적 회심”이었습니다. 어떤가요? 제목에서부터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평화와 생태적 관심이 확실하게 드러나 있지요? ▲ 가톨릭교회는 매년 새해 첫날, ‘세계 평화의 날’ 교황 담화문을 통해 복음 정신에 바탕을 둔 평화에 대한 가르침을 제시해 오고 있다. 2020년 평화 담화문 가운데 제 기억에 선명하게 새겨진 대목은, “평화는 바라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Peace will not be obtained unless it is hoped for).”입니다. 이 문장은 바로 이어 우리 각자는 어떤 평화를 바라는 걸까 하는 질문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평화를 바라고 계신지요. 신자 두 사람이라도 모였을 때 교황님의 평화 메시지를 같이 읽고, 평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공유하고 어떻게 다르게 생각하는지 소통하면 좋겠습니다. 이제 곧, 2021년 평화의 날 담화문이 발표됩니다. <평화를 배우다> 2월호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내놓으신 평화 담화문의 핵심 내용을 번역해 소개하겠습니다. 미국 천주교주교회의, 『평화의 도전』,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번역팀역 천주교의정부교구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에서는 가톨릭 청년 6명이 2019년부터 수고하여 번역한 『평화의 도전(The Challenge of Peace)』을 출간했습니다(2020년 6월). 『평화의 도전』은 1983년에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가 내놓은 전쟁과 평화에 대한 사목 서간입니다. 핵무기와 군비경쟁에 몰두하는 미국 중심의 패권적 세계 질서에 맞서 평화와 전쟁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을 선포하는 내용입니다. 흔히 가톨릭교회가 불가피하게 전쟁에 참여해야 할 상황을 옹호하여 ‘정당한 전쟁론(Just War Theory)’을 발전시켜 왔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서간을 보면 그 이론에도 얼마나 많은 고뇌가 담겨 있는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물론 아시듯이, 가톨릭교회는 이제 ‘정당한 전쟁론’을 완전히 폐기했습니다. 40년 전에 나온 서간이 이제야 한국어로 번역되었지만, 늦게나마 평화에 대해 사유를 깊게 하는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Peacebuilding: Catholic Theology, Ethics, and Praxis by Robert J. Schreiter, Scott Appleby, Gerard F. Powers, Orbis, 2010] 『평화의 도전』의 번역에 참여했던 6명의 청년이 2020년에 다시 번역에 도전한 책은 『피스빌딩: 가톨릭 신학, 윤리 그리고 실천』 (Peacebuilding: Catholic Theology, Ethics, and Praxis by Robert J. Schreiter, Scott Appleby, Gerard F. Powers, Orbis, 2010)입니다. 신학과 윤리학, 사회학을 전공한 사제들, 세계적인 학자들이 ‘평화 구축(peace-building)’이라는 주제를 가톨릭 사회교리, 가톨릭 신학과 관련지어 연구한 자료집으로, 이 책을 통해 가톨릭교회가 평화를 구축해 가는 일에서 어떤 잠재성을 지니고 있는지, 또 어떤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앞으로 <평화를 배우다>에서, 이 책의 핵심적인 주제들을 다양하게 소개합니다. 번역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소중한 6명의 청년들에게 응원의 박수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가톨릭교회에 새로 출범한(2019년 8월 24일 창립)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Pax Christi Korea, 약칭 PCK)라는 단체도 소개합니다. 팍스 크리스티는 평화, 인권 존중, 정의와 화해를 실현하기 위해, 가톨릭교회의 구성원 - 평신도, 성직자, 수도자 - 모두가 동등하게 참여하는 국제가톨릭평화운동 단체입니다. 팍스 크리스티는 복음과 가톨릭 신앙에 바탕을 두고 기도⋅공부(연구)⋅실천을 원리로 삼아, ‘평화로운 세계, 모든 폭력에서 자유로운 세계 건설’이라는 사명을 추구합니다. PCK에는 <평화학교>, <평화지기 워크숍> 등, 평화에 대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내용을 함께 토론하며 공부하는 강좌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Si vis pacem, para bellum)”는 4세기의 경구를 여전히 전가의 보도인 양 입에 올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의 평화가 이웃에게 폭력이 되지 않는지 살피라”는 문장조차 조심스럽게 말하는 사람까지 있는 터이니, 평화에 대한 배움은 몸과 마음을 활짝 열어야 가능한 활동이 아닌가 싶습니다. 2021년에는 조금 낯설더라도 평화에 대해 새로운 배움을 하는 우리가 되어 봅시다. --------------------[필자 소개] 박은미 헬레나 :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영문학과 대학•대학원 졸업. 일본 히도츠바시대학 사회학박사. 가톨릭교회 내에서 주교회의 여성소위원회 총무, 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 대표, 팍스크리스티코리아 공동대표를 맡아 활동한다. 품심리상담센터라는 상담실을 운영하며 심리상담을 하고, 개인의 성장과 인간관계 향상, 인류애에 기여하는 창의적인 행동에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