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원 (인류학자) 신의주, 남북 교회의 이어짐, 성미술 합작품 그리고 단둥, 수예 작품 2021년 10월 가을,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 특강을 하기 전에 수녀님이 만들어 주신 맛있는 김밥을 먹었다. 그 자리에서 2022년 한 해 동안, 그것도 한 달에 한 번의 ‘글 빚’을 청탁받았다. 나의 평소 태도와 다르게 망설임 없이 받아들였다. 왜 그랬을까! 그때는 몰랐다. 『평화의 길』의 코너명으로 가제인 “편견의 분단을 넘어”만을 생각하면서 시간을 그냥 보냈다. 그러다가 2021년 12월 겨울, 빈 원고를 채우기 위한 첫 작업으로 “(참회와 속죄의 성당) 홈페이지”를 처음 방문하였다. 첫 화면의 동영상에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지난 약 20년 동안 연구해 온 나의 연구 여정과 내용이 겹쳤기 때문이다. ‘글 빚’의 답답함이 조금은 설렘임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참회와 속죄의 성당 모자이크화 © 참회와 속죄의 성당 홈페이지 “참회와 속죄의 성당은 평안북도 신의주 진사동 성당의 외형을 재현 〔…〕 임진강 건너 북한 지역 〔…〕 DMZ와 북한 접경에 위치한 성당과 센터 〔…〕이렇게 건축을 통해 남, 북 교회의 역사가 이어졌습니다. 〔…〕 모자이크와 제단 전면, 이 성당을 건축한 장긍선 신부가 밑그림을 그리고 북한의 공훈작가 7명이 40일 만에 완성한 유리 모자이크화 〔…〕 이 모자이크는 남북 작가들의 합작품으로서, 남과 북의 성인 성녀들이 평화의 복음을 선포하시는 그리스도 왕께 한목소리로 한반도의 평화와 일치를 위하여 전구하시는 내용입니다. 〔…〕 이렇게 참회와 속죄의 성당은 성미술을 통해서도 남북통일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 한반도의 평화와 일치를 위한 기도와 노력을 이어갈 것입니다. ”참회와 속죄의 성당을 소개하는 동영상은 “+ 평화를 빕니다”로 마무리한다. 나는 2000년부터 중국 단둥에서 압록강 너머 ”신의주“ 바라보고 있다. 2020년부터는 자유로를 따라 DMZ와 북한 접경을 인류학의 시선으로 응시하고 있다. ”성당 건축“과 ”성미술“을 통해서 ”남·북 교회의 역사가 이어졌습니다.“라는 대목에서 동영상을 한참 동안 정지한 채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자료를 더 찾아보니, 성당의 모자이크화 중에 일부는 2006년 중국 단둥에서 평양 만수대 창작사 소속 작가들이 작업한 뒤, 한국 파주로 옮긴 남북 합작품이었다. 이를 확인하는 순간, 지난 약 20년 동안 연구했던 인류학의 연구 현장(단둥과 압록강)과 현실에 바탕을 둔 장면, 그러니까 유리 모자이크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녹아든 남북 만남이 상상되었다. 그때 생각이 났다. 그동안 수집한 연구 자료 가운데 중국 단둥에서 찍어둔 사진을 컴퓨터 폴더에서 열어보았다. 2010년 전후에 북한 평양에서 제작된 노무현 대통령과 김수환 추기경의 모습을 담은 수예 작품이다. 그러자, 앞으로 쓸 수 있는 글의 소재가 하나둘 떠올랐다. 북한에서 제작된 수예 작품. 주문자는 한국사람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 강주원 한편, 나에게 허락된 A4 두 장 이내의 분량이 마음에 걸렸다. 매번 글을 쓸 때마다 사전 지식과 배경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한 2022년 연재의 시작은 이러한 글을 쓸 강주원은 누구이고 어떤 연구 배경이 있는지를 짧게나마 소개하는 것이다. 인류학에서는 흔히 어떤 연구 배경을 가진 사람이 어떤 글을 썼는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인류학자의 연구 여정과 내용 나의 연구 여정을 소개할 때, ”2012년 인류학 박사를 받았다. 2000년 여름부터 중·조 국경 지역(두만강·압록강)과 중국 단둥을 찾아가고 있다. 그곳에서 북한사람·북한화교·조선족·한국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국경에 기대어 사는 이들의 삶을 나름 꾸준히 기록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2020년 봄부터는 파주 임진강·민통선·DMZ 주변을 넘나들면서 분단의 풍경과 삶이 의미하는 바를 배우고 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서 북한과 한국 사회를 낯설게 보고 만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한다. 좀 더 언급할 때는 ”한반도 평화와 공존에 대한 고민을 업으로 삼는 인류학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지은 책으로 『웰컴 투 코리아』(2006, 공저), 『나는 오늘도 국경을 만들고 허문다』(2013), 『압록강은 다르게 흐른다』(2016), 『압록강은 휴전선 너머 흐른다』(2019) 등이 있다.“고 덧붙인다. 이러한 연구 여정을 걸어왔기에, 나는 ”파주 참회와 속죄의 성당“의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남북 작가의 합작품“의 의미 그리고 그 과정에 담긴 남북 교류와 만남의 소중함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다. 남북 교류와 만남의 궤적을 담은 지도 © 강주원 이러한 약 20년의 연구 내용과 관련되어 세 번째 책에는 남북 교류와 만남의 궤적을 담은 지도를 그려보았다. ”지도의 경로들은 남북 교류와 만남의 또 다른 길이다. 30여 년의 역사를 품고 있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들이다. 〔…〕 사람들만 걷지 않았다. 남북의 물류가 흐르는 길이다. 서울~선양~단둥~신의주~평양의 경로를 통하면 물건이 서울에서 평양까지 이틀이면 도착한다. 〔…〕 한국 사회가 휴전선에 서 있는 동안, 남북을 연결하는 압록강은 계속 흐른다.“를 설명하였다. 마찬가지로 이는 북한 평양의 작가들이 어떻게 단둥에서 남북 작업을 하였고 어떤 경로를 통해서 한국 파주에 안착해서 남북 합작 예술품이 존재하게 되었는지를 미루어 짐작하게 해 준다. 이와 같은 인류학 작업을 해 오고 있는 나는 앞으로 ”편견의 분단을 넘어“라는 제목을 달고 남북 교류와 만남에 대한 편견들이 무엇이 있고 평화로 가는 길에서 한국 사회의 민낯인 분단 사고들은 어떤 모양새인지를 말하고자 한다. 또한 ”압록강과 임진강 사이에서“라는 부제를 생각하면서 때로는 ”같은 듯 다른 듯한 파주 임진강과 중국 단둥 압록강“의 삶을 비교해 보고자 한다. 때로는 연재 형식을 중단하고 2021년에 있었던 혹은 2022년 갑자기 다가오거나 펼쳐진 남북 교류와 만남을 다룰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이 글을 읽는 민족화해분과원분과 신자분들과의 소통 그리고 나의 부족한 식견을 가르쳐줄 분들을 위해서 이메일 주소(kjw422@hanmail.net)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