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샹탈(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청년 연구자 모임 샬롬회 회원) 테사 모리츠 스즈키 저, 2019년, 현실문화연구 이 책은 2010년 중국, 북한과 한국을 여행한 영국인 여성 테사 모리스 스즈키가 쓴 책이다. 그녀는 1910년 조선을 방문했던 영국인 화가 에밀리 켐프의 여행길과 비슷한 동선을 따라 여행했다. 한국 독자들이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장소,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가까운 땅 북한을 100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방문했던 두 영국인 여성의 눈으로 살펴보고 있다. 그녀들에게 한반도와 그 주변국의 모습은 어떻게 비춰졌을까? 1910년 에밀리 켐프의 방문은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 바로 그해에 이루어졌다. 일본 제국이 이미지 쇄신을 위해 외국인의 조선 여행을 적극 활용하던 시기였다. 저자 스즈키 역시 여행 가방에서 문제의 소지가 될만한 물품을 제외하는 모습을 보면, 그녀의 여행 역시 북한의 대외이미지 관리를 위해 통제되고 있는 여행이었음을 알 수 있다. 스즈키는 2010년 북한에 대해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1970년대 박정희 시절 남한을 처음 방문했을 때 느꼈던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고백한다. 그녀는 그러한 감정을 정권의 본성에 느끼는 절망감으로 표현했고, 더러는 좁은 공간에 갇혀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은 채 어떻게든 살아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으로 표현했다. 스즈키는 자신의 북한행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들도 자세히 소개한다. 그녀의 북한행 소식을 듣고 만류하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스즈키는 여행의 윤리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밝히면서도 이에 대한 절대적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스스로가 열린 눈과 마음으로 여행을 하며 독재를 에워싸는 벽에 균열을 내고, 외부 세계와의 소통을 차단하고 정치변화를 가로막는 쌍방의 비인간화를 무너뜨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표현한다. 에밀리 캠프를 그린 그림(1910) 가해자와 피해자 서사에 갇혀 있는 우리의 역사관을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에 대한 실마리도 함께 제시된다. 저자는 에밀리 켐프가 의화단 운동으로 자신의 친언니를 포함하여 사랑하는 가족들이 살해되는 아픔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실의 아픔에 대한 분노와 슬픔을 여행길에서 전혀 드러내지 않았었음을 말한다. 이 밖에도 금강산에 자리잡고 있던 사찰(寺刹)들을 재건하기 위한 불교계의 노력, 한때 동양의 예루살렘이라 불리던 평양의 모습에 대한 역사적 조망한다. 일제 식민 지배 시기 평양 시내에서의 물지게가 급수장으로 바뀌는 등의 식민 지배 시기의 도시 개조작업을 ‘긍정적으로’ 조명하는 것은 눈여겨볼 장면이다. 일제 식민 지배 기억의 절반에 해당하는 북한 지역에서의 이야기는 잊혀져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서울에서 만난 승려들에게서 들었던 것처럼, 통일의 형식은 정부 소관이지만 그 내용은 우리 일반 국민들의 문제이기에 우리의 통일은 이미 진행 중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이 책은, 다른 한편으로는 두 여인의 뒤를 이어 100년 뒤, 다시금 이 여행길에 오를 미래의 여행객들에게는 이 한반도 여행이 지금보다는 조금 더 수월해져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그 여행길을 준비해보도록 독자들을 초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