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희 안젤라(연세대 정치학 박사수료) 북한을 공부한다고 하면 자주 따라붙는 질문이 몇몇 있다. 언제 통일이 될 예정인가, 북한은 핵을 포기할 생각이 있는가, 북한에 시장도 생겼다는데 언제 무너질 것이라고 보는가, 한국은 왜 북한에 퍼줄 생각만 하는가, 통일하지 않고 이대로 그냥 살면 안 되나, 북한을 진정 믿을 수 있는가. 최근에는 “빨갱이냐?”는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을 하는 경우는 사라졌다. 북한에 제기되는 질문은 여타 사회 문제보다 구체적이고 세분된 만큼 관심도 비례한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북한의 실제 모습을 잘 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체제경쟁이 한창이던 시기부터 북한에 대한 이해가 반공주의와 외교안보적인 이슈에 중점을 두고 이루어져 왔기 때문이다. 사실상 남한이 경제적으로 북한을 앞선 이후에도 이 같은 경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범람하는 가짜 뉴스와 정치적인 입장에 따라 대북 논조가 상이한 미디어 보도가 ‘있는 그대로’의 북한과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 간 역학관계를 이해하는 데 혼란을 야기하는 장애물로 작용한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북한과 같이 오랫동안 권위주의적 통치가 지속되어 온 정치체제는 한국과 서구 주요 선진국이 담지하는 민주주의 체제와 정치문화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전 공산주의 블록에 속했던 동구권과 비교해도 북한 사례는 동양적인 요소가 사회문화에 깊숙이 반영됐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북한을 이해하려면 해당 지역의 역사와 사회, 문화적 궤적이 북한 주민의 집단적인 정체성에 미친 영향과 정치가 이 정체성과 연계되어 진행되는 맥락을 종합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런 배경을 간과한다면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에 색안경이 끼게 될 공산이 크다. 안타깝게도 해외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북한 관련 연구에서 북한의 배경적 맥락을 개의치 않은 논의가 생각 외로 빈번하게 발견된다. 예컨대 북한 인권과 관련해서는 ‘북한 주민의 인권이 정권에 의해 침해되는 상황이 지속해서 나타나는데도 내부적인 저항이나 봉기가 나타나지 않는 까닭’을 인질이 인질범들에게 동화되어 그들에게 동조하는 비이성적 현상을 가리키는 ‘스톡홀름 증후군’의 일종으로 해석하거나, 사회 통제가 강한 북한에 외부의 정보와 자극이 투입되면 북한 주민들이 각성해 ‘아래로부터의 혁명’과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타진하는 논의 등이다. 그러나 실제 북한 내부의 상황은 해외 전문가들의 진단과는 상이하다. 북한 주민의 정권에 대한 충성도는 여전히 높은 편이며, 북한 지도자보다 북한에 제재를 지속하는 미국과 국제사회를 비난하는 편이다. 이미 북한에 남한과 서구지역의 영상물이 중국을 통해 유통되기 시작하였고, 시장은 더는 변수가 아닌 상수로 남아있다. 북한 체제 전환의 불꽃이 될 것이라 여겨진 장마당은 북한 정권의 관리 감독 아래 더욱 확장되는 양상을 보인다. 서구권의 시각과 진단이 북한에 바로 적용된다고 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코피전략이란, 상대방이 코피만 흘리게 하는 정도로 타격을 가한다는 '소규모 외과적 타격'을 일컫는 말. 핵 관련 시설등 북한의 핵심기지를 제한적으로 타격하는 군사적 옵션 중 하나 북한과의 평화적 관계를 모색하는 방법과 관련해서도 종종 받아들이기 힘든 논의가 나타난다. 북한의 핵실험과 해마다 발전되는 핵기술이 이제까지 한국과 미국 그리고 중국과 일본, 러시아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무색하게 한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북핵 문제 해결에 군사적 해법이 권고되었다.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외신을 통해 타진된 ‘코피 전략(bloody nose)’이나 ‘외과적 타격(surgical strike)’처럼 전면전이 아닌 북한의 핵심 지도부만 선별적으로 제거한다는 군사 전략이 대표적이다. 표면적으로 본다면, 북한과 핵을 놓고 여러 차례 협상이 진행되고 합의안도 마련되었으나 번번이 결렬되어 영양가 없이 실패했다. 그렇게 된 까닭으로 북한이 실제 핵을 포기할 의지가 크지 않았거나, 합의한 내용이 끝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등 여러 이유가 거론된다. 실제 협상 과정에서 북한은 핵 불능화를 대가로 외부로부터 여러 경제적 지원을 받았고, 핵실험을 유보했다. 그럼에도 북한은 궁극적으로 손에서 핵을 놓지 않았다. 해외 정계와 학계에서 더는 경제적 지원과 회유로 북한의 핵포기를 유도하기보다 군사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게 효율적일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논의된 배경일 것이다. ▲북한 핵실험장 폐기 관련 방송 Ⓒ연합뉴스 그러나 북한의 역사와 북한 내부의 정치적 맥락을 이해한다면, 그들이 핵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까닭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1990년대 소련 붕괴 이후, 북한은 국제관계에서 외교적으로 완전하게 고립된 상황이었다. 더욱이 고난의 행군과 같은 경제위기까지 겹친 북한에게 핵은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큰 파괴력을 담보해 자신의 안보를 지켜낼 수 있는 전략무기였다. 무엇보다 핵은 한번 포기하게 되면 이전의 상태로 복구할 수 없는 비가역성을 띄는 반면, 경제지원과 외교관계 개선은 상황과 여건에 따라 언제든지 취소되거나 중단될 수 있다. 수많은 북한 주민에게는 경제위기와 국제제재와 같은 척박한 상황 속에서 오랫동안 희생하며 쌓아 올린 핵기술이 외세로부터 ‘조선민족’을 지켜주는 눈물겨운 보검이며 후세에 전해줄 금자탑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북한의 핵이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어 이것을 제거해야 한다는 접근이 아니라, 북한 정권의 생존 및 북한 주민의 민족적 자부심이 응축된 상징물이라는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할 까닭이다. 이런 배경에 대한 이해 없이, 선별 타격과 같은 군사적 방법은 타국 입장에서는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일 수 있겠지만 남한과 북한에게는 전쟁과 혼란의 전조이며, 갈등과 분열이 낭자한 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실제 해외의 저명한 한국 전문가 중 일부는 그들 국가 이익에 맞춰 스스럼 없이 북한에 대한 타격과 군사적 대응을 주문한다. 이들이 주도하는 국제 여론에 우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리가 북한에 대해 전문가들에게만 맡기고 말 게 아니라, 직접적으로 많이 알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반도의 운명을 가르는 국가의 정책에 타국의 이익만을 내세운 해외 연구자들의 제안이나,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남북한 주민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의견이 채택되어 외교 및 대북정책으로 반영되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어바웃(about) 북한’을 시작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