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석 베드로 신부(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장,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소장) 최근 북한은 ‘극초음속 미사일’로 주장하는 탄도미사일 두 발을 연달아 쏴 올렸습니다. 지난해에도 여러 차례 순항미사일과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가 있었고, 사실 미사일 시험이 있을 때마다 중대한 위협이라고들 평가하는데, 이번 극초음속 미사일은 더 큰 위협이라고 합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순항미사일이나 비교적 요격이 용이한 단거리 탄도미사일보다 한국과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도발’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강경한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안보를 위해서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또 다시 등장했습니다. 더 나아가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까지도 언급되는 현실은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듭니다. 북한의 심각한 공격이 임박했을 때라는 단서가 붙지만, 선제타격 이후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상대의 공격 징후를 정말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미소 냉전 시대에도 인류를 핵전쟁으로 몰아넣을 뻔한 ‘사고’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조기경보시스템’과 같은 첨단 기술도 언제나 오작동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1983년 소련의 핵 조기 경보 시스템 오작동 사건을 다룬 영상 스크린샷(영상의 남성 Stanislav Petrov는 위성 조기 경보 시스템이 오작동 한 것으로 판단함으로써, 일각에서는 그를 '세상을 구한 남자'라 부른다.) 세상의 권력자들은 더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무기를 통해서 ‘평화’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나 기후 변화와 같은 중대한 위기에 직면해서도 군비경쟁의 악순환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회는 전쟁과 평화에 대해 분명 다른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무기의 비축을 가상의 적에게 전쟁을 단념하도록 하는 역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이것을 국가들 간의 평화를 보장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가장 유효한 것으로 여긴다. 그렇지만 그 같은 전쟁 억제 수단과 관련하여 막중한 도덕적 제약이 가해지고 있다. 군비 경쟁은 평화를 보장하지 못하며, 전쟁의 원인을 제거하기보다는 오히려 증대시킬 위험이 있다. 언제나 새로운 무기를 마련하는 데에 소요되는 엄청난 재원의 낭비는 가난한 사람들의 구제를 막고, 민족들의 발전을 방해한다. 과잉 군비는 분쟁의 원인을 증가시키고, 분쟁이 확산될 위험을 증대시킨다.”(「가톨릭교회교리서」, 2315항) 이 땅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군비경쟁의 악순환을 끊어야 합니다. 너무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 민족이 화해와 회개를 통해 평화의 길을 찾을 수 있는 은총을 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