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석(베드로) 신부 | 민족화해위원장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는 2015년부터 ‘민족화해학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너무 오랜 세월 지속되고 있는 적대와 두려움을 끝내기 위해서는 북한만 변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함께 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현장 강의를 거의 하지 못하고 있지만, 2019년까지 3,000여 명의 신자들이 1단계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평화를 배우는 학교이지만, 민족화해학교의 강의 시간은 그리 평화롭게 느껴지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한반도 갈등의 원인과 해법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이 존재하기에 때에 따라서는 ‘남남갈등’이 적나라하게 표현되는 자리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들을 나누는 것, 신앙 안에서 이 땅의 화해를 위해 고민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평화를 향해 나아가는 소중한 기회라고 믿습니다. 평화롭지 않은 한반도의 신앙인으로서 ‘평화는 평온함이 아니다.’라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에서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갈라져서 자주 다투었었던 것처럼 우리가 서로 다른 의견 때문에 갈등을 겪는 것도 십자가의 평화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여정일 수 있습니다. 평화는 누군가의 권력에 의해서 억압되고 한쪽 편의 침묵이 강요되는 상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서로에 의해서 변화되는 그런 과정에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간디의 비폭력운동의 철학정신이 되었던 '사티아그라하(सत्याग्रह)'.'진리를 찾기 위한 노력'이라 해석되는 사티아그라하는인도의 영국 독립항쟁에 큰 정신적 밑바탕이 되었다. 불의한 시대에서 힘없는 이들의 평화를 위해서, 그리고 비폭력 저항의 가치를 새롭게 일깨워준 모한다스 간디는 ‘정의와 진리를 위한 폭력’까지도 경계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누군가에게 진리로 보이는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류로 보일 수 있기에 진리를 추구하는 일이 그 누군가의 적에게 폭력이어서는 안된다. 대신 인내와 연민으로 오류로부터 멀어지게 해야 한다.” 이제 시작되는 사순시기와 함께 우리나라의 미래를 선택하는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발전도 중요하지만, 더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를 위한 선택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더 나아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도 중요하지만, 서로 다른 의견들이 존중되는 민주주의가 지켜졌으면 좋겠습니다. 갈라진 이 세상에서 인내와 연민을 잃지 않는 신앙인이 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