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경 비오 신부 (의정부교구 홍보국장)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무엇인가를 부탁하는 글의 끝맺음에 자주 나오는 문구입니다. 이 말을 하는 입장에서는 ‘제 이야기에 관심을 주세요!’ 하는 호소이고, 듣는 이에게는 ‘아, 그동안 여기에 무심했구나!’ 하고 깨닫게 하는 각성입니다. 관심을 부탁한 대상에 그동안 눈길을 주지 않았음을 깨달을 땐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다음에는 조금 더 신경을 써야지.’ ‘이제부터는 눈길을 주어야지.’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모든 분야에 관심을 두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관심을 부탁받을 때, 매번 자신 있을 수 없고, 때로는 그 부탁이 단지 미안한 마음을 일으키는 정도가 아니라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요즘 무엇에 관심을 두고 계십니까?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입니까? 조금 생뚱맞지만, 저는 요즘 도로 간판에 관심이 많습니다. 홍보국 소임을 맡은 지라 도로 주변에 설치된 본당 간판들의 디자인 통일안을 제작, 추진하다 보니 예전에는 쳐다보지도 않던 길가 간판들에 눈이 갑니다. 각 지자체의 지침과 조례도 알아보고, 도로에 설치된 것 중 무엇이 규정에 맞고 무엇이 어긋나는지도 관찰합니다. 그리고 어느 지자체가 엄격하고 덜 엄격한지도 보게 됩니다. 마음 같아서는 덜 엄격한 대로 오래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매주 반복되는 주보 편집과 발행은 여전히 중요한 관심사입니다. 얼마 전 본격적으로 시작된 세계주교시노드 교구, 본당 단계에도 많은 관심과 에너지를 쏟고 있습니다. 도로 간판과 주보, 시노드는 제가 주도적으로 선택해서 관심을 가진 대상이라면, 그렇지 않은 관심의 대상도 있습니다. 코로나와 대통령 선거 관련 소식입니다. TV를 켜면 우루루 쏟아지는 소식들에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동적으로 관심이 쏠립니다. 또한 이 시대 대한민국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피할 수 없이 마주해야 하는 관심사가 있지요. 바로 생태환경 문제와 한반도 평화 문제입니다. 이 문제들은 선택이 아니라 ‘해야 하는’ 당위의 대상입니다. 그런데 코로나든 대통령 선거든, 생태환경이든 한반도 평화든 긍정적인 이야기보다는 그 반대의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더욱이 나 혼자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기에, 답답함은 물론이고 무기력과 좌절, 우울감도 경험하기 일쑤입니다. 나와 가까운 것이 더 커 보이는 마음의 원근법 때문인지, 보기 싫은 것은 보지 않으려고 하는 안주의 마음 때문인지, 관심을 거두고픈 사안에 은근슬쩍 눈길을 피해버리는 저 자신을 봅니다. 어떤 계기가 있을 때는 새롭게 관심을 쏟아붓지만 이내 서서히 그 에너지가 줄어들고 맙니다. 마치 오른쪽으로 스르륵 밀려나던 타자기 글자가 줄 넘김과 동시에 ‘탁’하고 새 원점으로 돌아오지만, 또다시 자연스럽게 밀려나는 것처럼 말이지요. 관심의 영역에서 벗어났다가 안간힘 쓰며 다시 들어오기를, 그랬다가 다시 벗어나기를 반복하는 과정이 우리 삶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반도 평화에 대해 다시 한번 관심을 두게 된 일이 있습니다. 전쟁 위기가 고조된 우크라이나의 상황,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 그리고 대통령 후보들의 안보에 관한 발언들입니다. 특히 대통령 후보들의 안보에 대한 인식을 접하면서 우리 사회에 너무나 다양한 요구가 있다는 점을 다시 보았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평화를 지향하는 노력에서 조금이라도 고삐를 늦춘다면 상상치 못할 위협적인 주장이 나오고, 그 주장으로 인해 심각한 긴장과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우리에게는 무언가를 당연하게 여기는 안일함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니 그것을 먼 나라 이야기로만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안전보장을 위한 다양한 조치와 방법들을 정치 쟁점 중 하나의 이슈 정도로만 치부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만일 우리가 안일함으로 인해 평화에 대한 감수성을 잃게 되면, 어딘가에서는 평화를 해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하게 됩니다. 결국 위기를 조장함으로써 이득을 얻으려는 이들은 전쟁 위기를 도구 삼아 자신의 목적을 이루게 되겠지요. 그리고 그만큼 평화는 위협받고 위기는 커질 것입니다. 평화 이야기는 거대 담론입니다. 그래서 개인인 내가 열정을 쏟더라도 실제로는 어떠한 변화도 생기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마치 ‘계란으로 바위 치기’처럼 ‘아무리 노력해도 내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 명 두 명 평화에 관한 관심에서 멀어진다면, 정말로 되돌릴 수 없는 급류에 휩쓸려 어쩌지도 못한 채 낭떠러지 폭포를 마주해야 하는 운명에 처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시각에서 보니, 매일 밤 9시에 바치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주모경’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이 기도야말로 전능하신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게 하고 평화 감수성을 키워주는 수련이 아닐까요. 평화를 갈망하는 우리의 지향을든든하게 해주는 버팀목이라 여겨집니다. 여러분은 요즘 무엇에 관심을 두고 계십니까?민족의 화해와 일치, 한반도 평화에 대해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