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석 베드로 신부(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장,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소장)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 대교구의 존 웨스터(John Wester) 대주교는 지난 1월에 사목 서한 ‘그리스도 평화의 빛 안에서 살아가기: 핵 군축을 향한 대화’(Living in the Light of Christ's Peace: A Conversation Toward Nuclear Disarmament)를 발표했다. 사목 서한은 지역과 전 세계가 지구상의 모든 핵무기를 없애는 ‘평화를 위한 새로운 결의’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실 산타페 대교구의 관할 지역에는 미국의 핵무기 연구 시설 전체 세 곳 중 두 곳이 자리하고 있다. 또한 교구 내 앨버커키 인근 커틀랜드 공군 기지에도 미국 최대의 핵무기 저장소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목 서한은 핵무기 보유가 잠재적 핵무기 공격에 대한 억지력으로 작용한다는 인식에 도전하고 있는데, 웨스터 대주교는 “우리는 더 이상 인류 가족 앞에 놓인 극도로 위험한 곤경을 부정하거나 무시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전의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한 새로운 핵무기 군비경쟁 중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핵보유국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핵무기의 비확산에 관한 조약(NPT)’의 문제점도 언급하면서, ‘탄도탄요격미사일제한조약’(Anti-Ballistic Missile Treaty)을 조지 부시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탈퇴했던 사실을 상기시킨다. 미국인들에게 위협으로 느껴지는 미·중 갈등에다가, 러시아의 군사적 행동까지 우려되는 상황이었지만, 현재의 긴장 국면에는 강대국들과 미국 자신의 책임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사목 서한은 핵 군비경쟁과 군사적 충돌의 위험성뿐 아니라, 이로부터 파생되는 경제적, 인종적인 불평등의 문제, 그리고 치명적인 환경 문제까지 거론하고 있다. 웨스터 대주교는 “산타페 대교구와 그 너머에 있는 우리는 그리스도 평화의 빛 안에 살도록, 그리고 그 빛을 세상 모두에게 비추도록 부르심 받았다.”고 말하면서 “보편적이고 검증 가능한 핵무기 군축에 대해 지속적이고 진지한 대화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라고 역설했다.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은 평화의 실패가 가져오는 비극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힘없는 사람들이 더 고통받는 거대한 폭력을 목격하면서도 ‘폭력에 의한 평화’라는 목소리가 더 위세를 떨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무기를 통해서는 결코, 절대로 진정한 평화를 얻을 수 없다는 교회의 가르침이 더 절실한 시간이다. ‘그리스도의 평화의 빛’이 세상의 어둠을 이길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