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석(베드로) 신부 | 민족화해위원장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란 말이 나타내는 것처럼, 정치에 대한 혐오가 도를 넘어서는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그런데 정치인들에 대한 불만은 사실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우선은 정치인들 자신의 흠이 문제겠지만, 자극적인 기사로 경쟁하는 언론도 대중의 정치 혐오에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습니다.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정치 권력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자율성을 갖게 된 언론이지만, 이제는 상업주의와 연결된 대중적 ‘관심’이 언론을 조정하는 더 큰 권력이 된 것처럼 보입니다.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한다고 하는 자유 민주주의 사회지만, 오늘날의 많은 사람들은 무언가 선택할 자유를 갖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을 가지고 삽니다. 그런데 정치에 대한 불만족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서구의 ‘정치 선진국’이라는 나라들도 비슷한 상황인 걸 보면, 현대의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걱정스러운 주장이 가깝게 다가옵니다. 정치인들이 정치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 ‘불만족스러운 정치’에는 분명 국민들의 책임도 들어가 있습니다. 모두가 정치의 최우선 과제를 ‘경제’라고 외치는 사회에서, 우리 신앙인들이 역시 정의와 사랑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정치인들에게 ‘빵’만 먼저 요구하지 않았는지 성찰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정치에 대한 우리들의 책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일부 정치인들의 실수, 부패, 무능 때문에 흔히 정치를 불쾌한 표현으로 여깁니다. 또한 정치를 불신하게 만들고 경제로 대체하게 하려 하거나, 하나의 이념이나 다른 이념으로 왜곡하려는 시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 없이 우리 세상이 돌아갈 수 있습니까? 올바른 정치 없이 보편적 형제애와 사회 평화를 향한 효과적인 발전 과정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까? (회칙 『모든 형제들』, 176항) 대한민국에 이제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됐습니다.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닐 수 있지만, 이 나라의 정치가 변화될 수 있도록 더 간절히 기도합시다. 보편적 형제애와 평화를 실천하는 정치를 위해서는 우리 자신이 회개하고 함께 변화되어야 합니다. 새로운 정부의 새 정치를 통해서 한반도의 모든 이가 더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혐오와 배제의 문화를 넘어서 서로 연민하는 정치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