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석 베드로 신부(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장,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소장) 영화 《우리 위원장》(1999) ©영상 캡처/제공: 현장언론 민플러스 북한 영화 ‘우리 위원장(1999)’은 1990년대 중·후반의 ‘고난의 행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고난의 행군’ 시기 북한에서는 에너지난, 수송난 등으로 산업이 마비됐고 극심한 식량난이 도래하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이 굶어 죽었다. 북한 외무성은 1995년부터 98년까지 기근으로 22만 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으나 정확한 사망자 수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적게는 수십만 명, 많게는 이백만 명 이상이 죽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영화에서 주인공인 군(郡) 위원장은 위기에 처한 국가와 인민을 위해 헌신하는 ‘일꾼’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모범적인 자세로 어떻게든 자체의 원료로 공장을 살리려고 노력하는 주인공과는 달리 부위원장은 원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현실에서 외부와의 무역을 시도한다. 일시적으로라도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화강암을 해외에 수출하면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해외 수출을 추진하는 부위원장의 행위를 결국 “제국주의 세력의 놀음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메시지를 던진다. 외국 기업의 제안을 수용하는 것은 “소 한 짝을 잃고 꿩 한 마리를 받아온 셈”으로 평가하며, 단순히 이는 “팔고 사는 장사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의 존엄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부위원장과 대립하면서 주인공은 “자본주의는 소리치며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나약해진 마음속에 모기 새끼처럼 기어들어 온다.”라고 역설하는데, 결론적으로 영화는 어떠한 위기 속에서도 오직 ‘당의 방침에 일심단결하고 자력갱생을 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임을 강조한다. 지난 5월 13일 북한 당국은 처음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위기 상황을 드러냈다. 이어서 5월 16일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4월 말부터 5월 15일 18시 현재까지 발생한 전국적인 유열자 총 수는 121만 3,550여 명이며 그중 64만 8,630여 명이 완쾌되고 56만 4,860여 명이 치료를 받고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대재앙 속에서도 자력갱생을 강조했던 북한에 결국 피하기 어려운 위기가 닥친 것이다. 의료 시설이 부족한 북한에서 백신도 맞지 못한 주민들의 피해가 무척 클 것이라는 예측이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자력갱생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재앙 앞에서 북한이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으려면, 우리와 국제 사회가 새로운 신뢰를 주어야 한다. 수많은 주민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고난의 행군’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