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석 신부(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소장) 당시 대선 후보였던 바이든과 트럼프가 마지막 TV토론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의 대선과정에서 한국의 ‘평화세력’ 가운데 상당수는 트럼프 대통령을 응원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소원하는 이들이 이처럼 ‘글로벌 스탠다드’와는 다른 선택을 했던 이유는 트럼프가 좋아서라기보다 미국의 민주당이나 정통적인 정치세력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방해할 것이라는 불신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 대선 TV 토론에서 바이든은 김정은 위원장을 ‘불량배’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젠틀한’ 이미지의 바이든이 이처럼 공격적인 단어를 사용한 것은 자신의 지지층을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지만, 그렇기에 더욱더 새로운 미국의 대통령 당선자가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한 마디로 미국의 대중과 대다수의 정치세력은 북한과의 대화를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70년이 지나도록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이 종식되고, 한반도 평화의 조건인 북미의 화해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쇼’ 이상의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미국평화연구소의 북한 전문가 프랭크 엄 박사가 지난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국제학술대회(2020.11.12)에서 영상 발제를 하고 있다. 지난 11월 12일에 개최된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의 국제학술대회에서 미국의 북한 전문가 프랭크 엄(Frank Aum) 박사는 가톨릭교회가 가톨릭의 사회교리를 존중하는 바이든에게 (평화를 위한 교회의 입장 강조하면서) 한반도 문제에 희망을 걸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또 자신이 속한 미국평화연구소(United States Institute of Peace)가 최근에 ‘평화구축(peace building)에 있어서 가톨릭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주관했던 토론회를 언급했는데, 이 회의에서 미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인 샌디에고 교구장 로버트 맥 엘로이 주교님이 ‘평화구축’을 위한 교황님과 바티칸의 역할을 강조했다는 사실을 소개합니다. 로버트 맥 엘로이 주교 ⒸENNY IGNELZI/ASSOCIATED PRESS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멈춰버린 것 같아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최근 국내외 언론들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북 가능성을 다시 언급했습니다. 이백만 주교황청 대사는 방북에 대한 교황님의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것을 증언했고, 한 이탈리아 언론은 코로나 19 사태 이후 교황님의 유력한 해외 방문국 가운데 하나로 북한을 꼽았습니다. 또 교황님께서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신속하게 통화한 사실도 보도됐는데, 이는 중단된 북미협상 재개를 위해서 바티칸과 미국 가톨릭교회가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합니다. Ⓒ바티칸 뉴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매일 기도하시는 교황님께서 화해와 일치를 위한 순례자가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길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 나서는 것이 바로 교회의 사명이라는 교황님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우리 역시 평화를 위한 순례자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