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희(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20기 상임위원) © 클립아트코리아 양극화된 대북관 개인적으로 진영 논리나 특정 이념 내지 도그마에 빠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편이다. 진영의 논리와 가치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거나 이해하게 되면 개인이 설 수 있는 자리가 좁아진다. 이념에 휩싸이게 되면, 실용적인 선택이나 전략적 판단이 끼어들 여지가 줄어든다. 여러 선택지 중 가장 나은 선택, 최악을 피하는 선택을 하려면 때론 신념과 가치를 접어두는 용기도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남북관계와 관련해 이제까지 가장 아쉽고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대북관을 둘러싼 이념 논쟁과 진영 논리였다. 양대 정당으로 나뉜 국내 정치 지형에서 정당의 정체성을 가르는 기준 중 가장 확실한 소재는 북한에 대한 입장이었고, 이는 제3당은 물론 대안 정당에게도 적용되던 잣대였다. 예컨대 북한과의 교류 협력을 중시하는 입장은 북한 인권의 경제 · 사회 · 문화적 권리와 내재적 관점, 그리고 전시작전통제권의 빠른 환수에 동의하며, 상대측 진영으로부터 종북이라고 비판받아 왔다. 북핵 문제 해결에 제재를 강조하는 입장은 북한 주민의 정치 · 시민적 권리와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 유예 그리고 보편적 관점에서 북한 문제를 바라볼 것을 주장하며, 상대측 진영으로부터 수구라고 비판받아왔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북한을 둘러싼 현안이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논의의 틀은 양극단으로 나뉘어 있다는 점이며, 각 현안에 대한 판단에도 진영을 넘어 교차되는 입장이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세계일보 그래서 당신은 어느 쪽인가에 대해 개인적인 경험이기도 하지만, 북한 관련 외부 활동을 하면서 이념과 진영을 넘나드는 발언이나 활동을 하는 것이 조심스러웠다. 필자는 북한과의 교류 협력을 강화해야 하며, 북핵 문제 해결에 제재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북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 신뢰와 아직까지는 작동하고 있는 ‘민족적 동질성’의 회복, 궁극적으로 평화체제로의 전환과 전시작전통제권의 신속 환수라고 본다. 안보 태세를 높인다는 수준에서 국가의 국방력 증강에는 동의하지만, 이것은 방어용이어야 하며 북한보다 압도적인 군사력을 기반으로 남북관계에 지배력을 행사하려고 하는 시도에는 반대한다. 반면, 북한을 해석할 때 북한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내재적 관점을 참고할 수는 있어도 이것만이 방법이듯 적용하고 북한의 논리를 옹호하는 것에 회의적이다. 북한의 인권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으며 ‘우리식 인권’을 용납해줄 생각은 없다. 인권의 상대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인류가 쌓아온 기본권 보장이라는 가치가 북한에도 통용되길 바란다. 북한의 인권 문제에 적극적인 사회 운동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국가가 이 현안을 외교 문제로 환원해 북한을 압박 혹은 대북 지원을 끊어내는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북한 주권에 자의적으로 개입하려는 시도에도 반대한다. 인권 문제는 결국 북한이 그토록 원하는 국제사회의 표준에 부합하는 보통 국가로 진입하느냐 여부를 가늠하는 주요 잣대 중 하나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북관의 진영 공식에 속하지 않는 입장을 내보이면, 이념과 진영에 민감한 이들에게 이따금씩 “그래서 당신은 어느쪽이냐”는 부류의 질문, 피아 구분을 확실하게 않는 회색분자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개인에 대한 평가로 회색분자라는 표현에 거북함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진영과 이념 혹은 도그마에 빠져 있기보다는 여러 입장을 결이 다르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더 발전된 사회이며 대북 문제의 대안을 보다 풍성하게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 현안에 대한 판단이 진영에 갇혀 있는 상황은 북한 문제에 다양한 해결책과 담론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협소하게 만들고 양자택일의 문제로 환원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북한을 둘러싼 절충론과 제3의 길에 대한 모색 남북관계에 매파적인 성향을 지닌 보수 정부의 재집권은 앞으로 어떻게 우리가 북한과의 관계를 만들어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여러 질문을 남긴다. 생각을 전환해 보는 것은 어떠한가. 보수가 보수다운 대북정책을 입안해 실행해 보는 것이다. 햇볕정책은 사실상 북한에 남한의 자본을 투입해 시장을 도입시켜 아래로부터의 혁명이 가능한 단초를 마련하고, 남한의 압도적인 경제력으로 북한을 흡수하기 위한 발판이다. 사실 이 정책은 통일보다는 한반도의 평화적 관리에 더 주안점을 둔 ‘이웃국가론’까지 잠시 논의했던 진보진영이 아닌 보수 정당의 아젠다가 되어야 한다. 러시아의 푸틴처럼 군사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것을 제외하면, 독일처럼 1국가 1체제로 북한과 통일할 수 있는 방법은 경제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북한의 기층 조직부터 남한의 경제체제에 유입시켜 궁극적으로 정치적인 통일로 나아가는 접근이며, 이는 역대 해외 통일 내지 통합 사례에서 가장 유효한 것이라고 확인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런 상상을 해본다. 보수 정당이 자신들의 진영에 갇혀 남북관계에 덮어놓고 매파적인 정책만을 고수하기보다, 북한의 인권 문제에 국가 차원의 대응은 잠시 접어둔 채 역대 진보 정부보다 북한에 더 퍼주고 더 많이 퍼오는 방법을 모색해 보는 것이 1국가 1체제를 원하는 그들의 목표에 더 부합한 것이라고. 북한과의 평화적 관계와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를 목적으로 남북 상호 독립적인 ‘이웃국가론’을 제시했다가 통일을 지향하는 헌법에 부합하지 않다고 진영 내부에서도 반발을 맞았던 진보 진영이라면, 보통국가화를 추진하려는 북한에게 인권 문제도 국제적 표준에 맞춰야 할 것을 역설해야 하는 것이 본령에 맞는 것이라고 말이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취임 선서 © 한국일보 후보 시절 참수 작전을 논의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겠다는 대통령 선서를 대국민 앞에 공표하였다. 민족문화의 창달이 지향하는 민족의 범주에는 동족인 북한도 포함하며, K-Culture와 같은 남한의 문화 트랜드뿐만 아니라 북한 문화의 창달도 함께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헌법 역시 평화적 통일이라는 방법론에 어떠한 군사적 작전도 제외되어야 한다는 것을 선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위대한 지도자와 국민, 평화를 추구하는 시민이라면 진영을 넘어 생각하고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나눔 주제 - 두 가지 중에 하나를 골라 의견을 나눠 보세요. 여러분이 정하실 수도 있습니다.질문1. 개인이 생각하는 대북 인식은 어떠한지 논의해 봅시다. 차이가 있다면 어떤 부분에서 의견이 나뉘는지 살펴보고 서로의 입장을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어느 지점인지 찾아봅시다. 질문2. 통일론과 관련해 다양한 해법이 존재하지만, 무엇이 한반도의 평화에 적합한지 논의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독일 같은 1국가 1체제 뿐만 아니라 미국과 같은 연방제인 1국가 2체제, 사실상 독립국의 형태인 유럽연합과 같은 형태도 논의됩니다. 한반도의 평화체제는 어떤 모습일지 다양한 상상을 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