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석 베드로 신부(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장,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소장) 얼마 전 ‘퀴어축제’를 보도하는 뉴스에서 미국의 국기가 출현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성소수자의 축제를 반대하는 일부 보수단체 사람들이 ‘한미동맹’을 강조하며 미국의 국기를 들고 참가한 것이다. 보수단체의 집회에서 ‘성조기’는 단골 메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표면적으로나마 성소수자 문제에 더 개방적인 미국을 끌어들이는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가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 / 출처 : SBS 뉴스 그런데 이날 또 다른 보수단체 회원들은 한미동맹의 핵심 고리인 주한 미국대사를 반대하는 피켓을 손에 들었다. 최근 새로 부임한 미국대사가 성소수자이기 때문이었다. 뉴스를 찾아보니 부임 전에도 골드버그 대사 임명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는데, 한 보수단체의 대표는 집회에서 “미국과 친하고 미국과 우리는 의리를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이렇게 동성 간 성행위자를 주한 우리 미국 대사로 보내면 어떻게 합니까?”라고 발언했다. "우리 입으로 양키 고 홈 외치지 않게 하라" 동성애자 주한 미 대사 임명 반대 회견 ⓒ 권우성 / [오마이포토] 1966년 8월 주한 미국대사는 다음과 같은 전문(電文)을 국무부에 보냈다. “우리는 한국인들과 매우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가 아니고선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한국의 군대가 움직이도록 하며 모든 중요한 경제적 결정에 참여한다. 경제 기획원 중앙의 은밀한 곳에는 항상 미국인들이 있다. 각 지역 도지사들에게는 미국의 자문관이 배치된다. 우리는 유별난 정보 연계를 맺으며 미군은 항상 한국의 국방비를 검토한다. (…) 문제는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가까우면서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우리의 관계가 어떻게 두 주권국가 사이에서 일반적으로 존재하는 좀 더 정상적인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까?”(박태균, 『우방과 제국, 한미관계의 두 신화』) 정부가 수립됐던 1948년 8월, 그리고 군부 독재 시대인 1966년 8월에 비해서 2022년 8월의 대한민국은 많이 ‘발전’했다. 세계 10위권 안에 든다는 경제력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대중문화의 힘도 자랑할만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만큼 ‘비정상적으로’ 가까웠던 한미관계가 얼마나 정상적인 관계로 발전해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 안보의 최종 책임자는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아니라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진 주한 미군 사령관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북한에 핵무기가 없었을 때도 안보 때문에 온전한 주권국가가 될 수 없었다면, 해결되기 어려운 북핵문제, 가속화되고 있는 신냉전의 대립 구도는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독립을 방해할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어려우니 ‘그냥 이대로’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