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슬픈 패배주의

황소희(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20기 상임위원) 패배주의 패배주의, 시작도 해보기 전에 미리 낙담하며 안될 것이라고 지레 단념하고 포기하는 태도를 이른다. 충분히 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음에도 패배에 대한 두려움으로 성공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경계를 만들어 놓고 그 이상을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실패할 때 느껴야 할 패배감을 감당하기 싫거나 이를 버겁게 여기고 학습적으로 반복하면 패배주의에 젖게 된다. 여기에 더해 ‘그게 되겠어!’라는 마음으로 노력하는 사람들을 냉소하는 행위를 보이기도 한다. 냉소를 받은 이는 김이 빠지기도 하고, ‘원래 안되는 건가’ 싶은 마음이 든다. 남북관계와 관련해 우리 사회의 패배주의를 많이 접한다. 북한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은 북한과 통일을 바라보는 시각에 경직성을 지니게 한다. 북한을 적대시하는 시각을 넘어 교류협력을 하는 데에도 느끼는 불안감, 북한의 대남정책에 과도하게 민감한 반응을 하거나 지레 겁부터 먹는 경우도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통일을 둘러싼 방안일 것이다. 통일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경직성은 이미 남북이 국제관계에서 각각의 정부를 구성해 독립적인 국가로 활동하는 상황이어도 남한 주도의 흡수통일이 아닌 다른 대안에 대한 상상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 우리가 만나게 될 통일의 모습은 다른 얼굴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연방제처럼 각 주의 독립성은 유지되나 외교와 국방 현안은 ‘헌법’에 의거해 중앙정부에 귀속되는 미국과 같은 형태, 유럽과 같이 각국의 주권이 인정되고 독립적인 외교관계를 설정할 수 있으나 ‘조약’이 규정한 범위 내에서 공동행동을 하는 연합제로도 가능하다. 남북관계를 넘어 유럽과 같은 경제블록이 한반도를 둘러싼 중국, 일본, 몽골 등 동북아시아의 주요국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지역주의(Regionalism) 결합의 일종으로 한반도의 통일이 실현될 수도 있다. 2000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는 모습 © 청와대사진기자단 실제 남북 정상 간 첫 합의인 6·15 공동선언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연방제와 남한이 주장하는 연합제를 놓고 합의가 되지 않을 때 ‘낮은단계의 연방제와 연합제’가 차이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봉합하였다. 그러나 6·15 공동선언이 이루어진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북한과 어떤 통일을 이룰 것인가에 관련된 논의는 개론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거나 이념 논쟁에 함몰된 상황을 접한다. 특히 북한이 주장하는 고려연방제 통일 방안의 비적실성과 위험성을 주장하며, 6·15 공동선언의 합의를 평가절하하는 논의가 그렇다. 북한이 주장해 온 고려연방제 통일방안의 요체는 △국가보안법 폐지 △공산당 및 정치단체의 자유로운 활동 보장 △주한미군 철수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조건으로 내걸고, 군사와 외교권은 연방정부가 맡되 남과 북 동수로 연방정부의 회의기구를 구성한 후 남북 각 지역을 지방정부가 통치하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민감한 부분은 주한미군 철수 부분이다. 더불어 남한이 통일의 사전 단계로 연합제를 모색해 왔던 이유 역시 이 항목은 부합한다. 북한과 연방제에 입각한 체제 통일을 이룬다면, 남한과 미국이 동맹을 맺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대상이 사라지기에 남한도 통일 전 연합의 단계를 둔 것이다. 연방제지만 연방제 아닌 연합제 같은 연방제 © SBS 눈여겨볼 부분은 북한 연방제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계속 바뀐다는 점이다. 북한이 남한보다 경제적으로 앞서있던 1970년대까지 북한은 1국가 2체제에 의거한 연방을 고수해 왔으나, 사회주의 블록의 붕괴와 경제위기로 사실상 남한 주도의 흡수통일의 가능성이 커질수록 남북의 현 정부가 정치, 군사, 외교를 각자 담당한다는 방안을 1990년에 제시하게 된다. 북한이 남한 보다 정치·경제 체제에서 우위에 있을 때에는 통일에 공세적이고 적극적인 연방제를 내놓았으나, 이제는 조약으로 국가 간 관계를 묶는 연합으로 수렴하는 양상이다. 국력이 소진된 만큼 통일 방안도 수세적으로 돌아선 것이다. 반면 북한과 체제경쟁에서 승리한 남한은 통일에 대한 새로운 그림을 그리지 못한 채 과거에 머물러 있다. 모든 측면에서 북한을 압도하는 남한이 공세적이고 적극적으로 북한과의 통일을 논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무턱대고 고려연방제 등 북한의 한반도 통일 담론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아니다. 이제는 남한이 북한보다 압도적인 경제력과 발전된 민주주의, 체제 자체에 대한 자신감으로 북한에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양자 간의 평화와 기존에 논의되지 못했던 새로운 통일의 방안이 유통될 수 있는 환경을 주도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남북 정상이 낮은 단계의 연방제와 연합제의 공통점이 있다고 합의했어도 이 합의마저 비판하며 연방제 통일안은 북한 적화통일의 교두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논의가 지속된다. 국군의 역량에 대한 기대나 신뢰 없이 주한미군 주둔만이 남북관계 질서를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6·25전쟁 남침의 당사자인 북한을 믿을 수 없고 북한은 호시탐탐 전쟁을 노리는 상대라 미군이 필요하다, 연방제든 연합제든 통일이 되겠냐, 북한을 믿을 수 없기에 이런 논의조차 의미 없다 등 남북관계와 관련된 패배주의적 사고는 생각 외로 견고하다. 자본주의 체제가 발전하면 계급투쟁이 발생해 공산주의 혁명이 결국 승리할 수밖에 없다던 마르크스의 논의는 중국에 적용되지 않았다. 이때 덩샤오핑을 비롯한 중국의 개혁파는 어떤 고양이든 쥐만 잘 잡아내면 된다고 ‘흑묘백묘’론을 논하며, 이미 완성된 중국 공산주의 혁명 속도에 맞춰 자본도 발전시켜야 한다는 논리로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끌어냈다. 우리는 북한과 어떤 남북관계와 미래 한반도를 만들어 갈 것인가? 어떤 고양이든 쥐만 잘 잡아내면 될 텐데, 우린 고양이가 쥐를 잘 잡을 수 있겠냐며 김 빼는 소리부터 하는 것은 아닐까. 언제쯤 우리는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자신감을 갖고 진취적으로 나설 수 있을까. 우리 안에 남아있는 이 슬픈 패배주의를 언제 극복할 수 있을까. 나눔 주제 - 두 가지 중에 하나를 골라 의견을 나눠 보세요. 여러분이 정하실 수도 있습니다.1. 북한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이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는 강대국 중심의 정치가 더 큰 영향을 미칠 때가 많습니다. 한반도 문제에 남북이 주도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분야는 어떤 것이 있을지 토의해 봅시다. 2. 국내에 일본의 대중문화를 개방한 시기는 1998년으로 채 25년여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당시에도 일본 대중문화를 국내에서 소비하게 되면 왜색 문화가 한국 정서를 지배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현재 한국문화가 일본을 넘어 전 세계를 주도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남북관계와 관련해 신중론도 좋지만, 지나친 경직성은 새로운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필자의 의견에 동의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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