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빈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청년 연구자 모임 샬롬회 회원) 박한식·강국진, 부·키, 2018 「선을 넘어 생각한다」는 대담 형식으로 구성됐다. 기자 강국진이 질문을 던지면 국제관계학 전문가 박한식 교수가 답변하는 방식이다. 박한식 교수는 미국 조지아대 국제관계학 교수로 재직 중 만난 제자와의 인연으로 지미 카터와 교류하게 되고 지미 카터를 통해 중국의 주석 덩샤오핑과 만난다. 그리고 덩샤오핑과의 인연으로 처음 북한을 찾은 후 50여 차례 평양을 방문해 북한의 실상을 직접 보고 연구했다. 박한식 교수는 지미 카터와 빌 클린턴의 방북을 중재하고 남북미 3자간 비공식 대화를 주도하는 역할을 했던 북한 전문가다. 북한과 국제사회의 가교 역할을 했던 전문가로서 박한식 교수는 이 책에서 북한에 대한 억측과 과장 왜곡이 너무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북한과 미국 사이를 중재하며 북한에 대한 정보와 지식 부족이 제대로 된 협상을 방해하고 있음을 느꼈고 이는 책을 내는 계기가 됐다. 박한식 교수 © 월간 중앙 「선을 넘어 생각한다」는 북한에 대한 12가지 편견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박 교수가 가장 대표적이고 심각한 허상으로 손꼽은 것은 '북한 붕괴론'이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미친놈이며 그 미친놈이 핵을 무기 삼아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는 인식은 북한을 움직이는 것은 독재자 1인이 아닌 조선노동당임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1인 독재가 아닌 1당 독재국가가 북한이라는 것이다. 또한 돈과 힘으로 북한을 굴복시키겠다는 대북강경론 정책이 결국 남북 관계 악화를 불러오고 전쟁 위기를 고조시켰음을 상기시킨다. 더불어 북한이 붕괴하면 자연스럽게 남북통일이 되지 않겠냐는 생각은 국제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우물 안 개구리식 사고며 그런 종류의 통일은 한반도에 극심한 혼란만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한다. 박 교수는 트럼프는 평생을 '장사꾼'으로 살았던 인물로 국내 정치와 외교 모두 돈을 기준으로 바라보는 사람이라고 평한다. 그래서 오히려 북한과 거래하는 것이 더 좋다고 판단되면 전격적으로 북한과 손을 잡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 대담은 4월 27일 판문점 선언 이전에 이뤄진 것으로 저자의 예상은 정확했다. 그렇다면 비핵화에 대해서는 어떨까?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며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오려면 북한이 왜 핵무기를 개발했는지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분석한 북한의 핵 개발 이유는 미국의 핵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비핵화의 핵심은 북한의 안전보장이며 안전만 확보된다면 비핵화의 길도 열릴 것이라 전망한다. 저자는 전쟁 없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평화'와 '통일'의 길이 아니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특히 무기가 평화를 담보한다는 인식이 인권과 경제발전을 막고 있다고 보고 있다. 대북 정책은 평화접근법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다. 특히 '북한은 외국인 억류로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장에 등장하는 말은 인상적이다. 오토 웜 비어의 억류에 대한 오바마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며 빌 클린터 전 대통령과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을 통해 억류된 미국인을 석방시킨 사례를 든다. 또한 이런 사례를 통해 고위급 인사의 방북을 통해 자연스럽게 북미 간 대화의 장도 열리게 됨을 강조한다. 그리고 덧붙인 말은 다음과 같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가운데)와 북한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오른쪽) © 평양/AP연합뉴스 ‘우리는 흔히 그러한 일들을 북한이 돈을 요구하기 위한 흥정용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분명히 이야기하지만 북한은 흥정할 거리를 만들기 위해 외국 사람을 체포하는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북한을 대한다면 대화도 이루어지지 않겠지만 효과도 없을 것입니다. 북한은 체제의 취약점을 그런 식으로 드러낼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습니다. 이는 깡패가 할 짓이지 국가가 할 짓이겠습니까. 그런 식으로 북한을 대하기 때문에 북한과 대화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처럼 박한식 교수는 우리가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 선입견을 지적하고 반론을 제기한다. 오랜 세월 북한을 방문했고 북한과 우호적 관계를 바탕으로 북미 간 다리 역할을 했던 학자로서 저자의 증언은 때로는 지나치게 북한 정권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들게 했다. 나 또한 냉전 논리와 제한되고 편집된 정보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인지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저자의 증언을 모두 믿을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을 '깡패 국가', '몰락한 왕조', '미친 독재자에 충성하는 미친 나라'로 바라보는 인식이 결국 번번이 대화를 방해하고 협상을 중단시키며 이행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에는 공감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북한에 속고 있으며 북한은 신뢰할 수 없는 존재고 내버려 두면 북한은 망할 것이라는 오래된 논리는 여전히 힘이 세다. 이미 분단이 고착화된 한반도에서 종전선언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협정 체결은 상징적 의미가 크지만, 체결 자체가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통합과 화해가 선언이나 협정으로 이뤄낼 수 있는 종류의 일은 아닐 것이다. 마음의 화해와 사회적 통합을 자주 말하지만 우선은 서로를 프로파간다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바라보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은 확실히 지금까지 북한에 대해 듣던 것과는 다른 얘기를 한다. 무엇보다 깡패 거지로 북한을 바라보면서 어떻게 통합을 말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이제는 날것 그대로의 북한의 모습을 들여다볼 때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