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석 베드로 신부(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장,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소장) 수출입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남한 정부는 2000년부터 6회에 걸쳐 식량 260만 톤을 연 1% 이자율의 차관 형식으로 북한에 지원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조선무역은행에 차관한 금액이 7억 2,004만 2천 달러인데, 해당 차관은 10년 거치를 포함한 30년 상환으로 연 1회 20년 균등분할 상환이라고 한다. 북한에 대한 유상지원 항목은 쌀과 옥수수 등 식량 외에도 경의선 및 동해선 북측 구간 자재장비(1억 3,300만 달러), 의복과 신발 등 생산에 필요한 경공업 원자재(8,000만 달러) 등이다. ‘차관’과 관련해서 보수 언론은 종종 ‘빚’을 갚지 않는 북한, 그리고 ‘퍼주기’를 하는 우리 정부까지 싸잡아서 비난하는 기사를 내보내 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차주인 조선무역은행에 연체가 발생한 2012년 이후 2019년 9월까지 총 54차례에 걸쳐 상환촉구 공문을 발송했다. 한쪽에서는 자주 식량 지원을 제안했지만, 다른 쪽에서는 북한에 너무 유화적이라는 정부에서조차 ‘빚 독촉’은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1년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미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연민의 증거자가 되어야 합니다. 측은한 마음이 없이는 결코 선을 행할 수 없습니다. 기껏해야 좋은 일은 할 수 있지만 이럴 때 마음에 가 닿을 수 없기에 그리스도인이 가야 할 길이 아닙니다. 마음에 가 닿을 수 있는 것이 측은한 마음입니다. 우리도 자비로운 마음을 느끼도록 가까이 다가가 자애로운 행동을 보여줍시다. 하느님의 고유한 행동 방식은 친밀함과 측은하고 자애로운 마음에 근거합니다. 이것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요청됩니다.(제5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 강론) 최근 새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를 조건으로 경제적 보상을 약속하는 ‘담대한 구상’을 발표했지만, 북한은 호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강도 높은 비난으로 응수하는 북한을 보면 신뢰가 없는 남북관계의 현실을 다시 절감하게 된다. 오랜 역사를 가진 적대적인 분단, 그 안타까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더 절실하게 노력해야 한다.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녹이기 위해서는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연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