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장현(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운영연구위원, 정치학 박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월 27일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69주년을 맞아 열린 기념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 노동신문·뉴스1 군사적 긴장이 한반도를 뒤덮고 있다. 실전 수준의 한미 연합군사훈련 예고, 북한 당국자들의 말 폭탄이 맞물리며 남북이 강대강으로 맞붙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7월 27일 전승절 연설에서 “남조선의 위험한 시도는 즉시 강력한 힘에 의해 응징될 것이며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또한 “우리는 윤석열이 집권 전과 후 여러 계기들에 내뱉은 망언과 추태들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하였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그간 남북 최고지도자가 직접 상대를 거명해 비난하지 않던 금기를 깬 공세이다. 북한의 대남 정책과 핵무기 전략 변화 북한의 핵무기 전략도 공세적으로 바뀌고 있다. 작년 초 열렸던 노동당 제8차 당대회에서 ‘핵 선제 및 보복타격능력 고도화’가 목표로 제시된 이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4월 “전쟁 초기에 주도권을 장악하고 타방의 전쟁 의지를 소각하며 장기전을 막고 군사력을 보존하기 위해 핵전투 무력이 동원된다.”며 개전 초기에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선제 핵사용 전략’을 언급하였다. 그 후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서 ‘선제 핵사용 전략’을 재확인하였다. 김정은은 인민군 창건 90주년 기념 연설에서 “우리 핵무력의 기본 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우리 핵무력은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행”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상대방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북한의 ‘근본 이익’이 침해된다면 선제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핵 선제 불사용 전략’을 일관되게 공언해 온 점에 비해 중대한 변화이다.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건설과 국방력 강화로 방향을 잡았다. 정상회담 직후에 열렸던 노동당 중앙위 제7기 4차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에 유리한 대외적 환경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껏 목숨처럼 지켜온 존엄을 팔 수는 없다.”며 미국과의 장기적 대립에서 정면 돌파전을 선언하였다. 힘겨워도 자력갱생에 기초한 경제발전과 전략무기 개발 · 핵 억제력 확대 등 국방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2021년 노동당 제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총화보고를 통해 대외 전략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는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으로 대할 것이며, 남한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풀어나가려는 입장과 자세를 가져야 하며 상대방에 대한 적대행위를 중지하며 북남선언을 무겁게 대하고 성실히 이행해나가야 한다.”며,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대가는 지불한 것만큼 노력한 것만큼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올 6월에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 제8기 5차 전원회의에서는 더욱 강경해졌다. 대미 · 대남 관계에서 한 치도 양보하지 않는 ‘강대강 정면승부의 투쟁’ 원칙을 천명하며, 국방력 강화를 위한 목표 점령을 앞당기겠다고 하였다. 기존의 대미정책과 대남정책 구분을 없애고, 둘 다 ‘대적 투쟁’의 관계로 규정한 것이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와 달리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보조를 맞춰 대북 적대정책을 강화할 것이라는 판단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천명한 ‘국방력 강화’의 핵심은 핵과 미사일의 고도화이다. 북한은 올 3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 5월에는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시험 발사하고 중간에 단거리 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을 섞어 쏘며 핵투발 수단을 다변화시켰다. 앞으로도 전술핵 개발과 초대형 핵탄두 생산, 극초음속활동비행전투부(HGV)와 고체발동기 대륙간탄도로케트 개발, 핵잠수함과 수중 발사 능력 개발 등 핵무기 고도화에 힘을 쏟을 것이다. 북한이 지난 3월 실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모습 Ⓒ 노동신문·연합뉴스 평화냐 전쟁이냐의 기로 남북은 현재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폭주하고 있다. 남북 모두 경쟁적으로 ‘힘을 통한 평화’, ‘강대강’의 공세에 나섰고, 그 대립 강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남한은 미국과 함께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실전처럼 강도 높게 치르겠다고 공언한 상태이고, 북한은 ‘선제 핵전략’을 위한 전술핵 운용체계와 작전 편제까지 완료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점은 북한이 선제적으로 위기 조성을 통해 국면 전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과거에 위기 조성을 통해 자기네한테 유리한 협상 국면을 조성했던 성공 경험을 갖고 있다. 따라서 향후 예상되는 북한의 7차 핵실험은 한·미의 대응에 따라 평화냐 전쟁이냐의 기로가 될 수 있다. 현재의 한반도는 ‘위기 뒤 대화’가 아니라 ‘위기 뒤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는 상황이다. 소규모 충돌이 핵무기 사용으로 확전될 가능성도 있다. 누군가 상황을 누그러뜨리고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파는 것처럼 적대적 대치와 군사적 긴장으로 잃을 게 더 많은 한국이 먼저 움직일 수밖에 없다. 국력이 월등한 한국이 먼저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경제지원을 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는 기존의 ‘선(先) 북한비핵화 후(後) 경제지원’에 비해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만, 근본 문제부터 풀자는 북한 입장에서는 모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제안이다. 북한 비핵화는 평화협정 · 북미관계 정상화 등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동시에 추진한다는 것이 ‘9.19 공동성명’(2005년 6자회담), ‘싱가포르 합의’(2018년 북미정상회담) 등 국제적 합의이다. 이를 무시하고 북한에게만 먼저 비핵화를 하라고 요구하면 대화가 될 리 없다. 보다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발상이 필요하다. 나눔 주제 1.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서 위기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만일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경우 어떤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지 나누어 봅시다. 2. 한반도 문제는 유일한 해결책은 남과 북이 그리고 관련국들이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대화의 재개를 위해서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 생각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