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석(베드로) 신부 | 민족화해위원장 다음은 1919년 6월에 이루어진 심대섭의 경성지방법원 예심 신문조서입니다. 심대섭은 <상록수>로 잘 알려진 소설가인 심훈입니다. 경성고등보통학교 2학년이었던 심훈은 3월 1일 탑골공원에서 벌어진 만세 시위에 참가했다가 체포되었습니다. 작가 심훈의 20대 모습. 압록강 철교와 뗏목. 신문 연재소설 <동방의 애인> 제1회 삽화(안석주 그림). 임경석 제공 문 : 독립운동이란 무엇인가?답 : 우리가 지금은 일본에 합병당했지만, 일본에 빼앗긴 권리를 되찾아 조선만의 정치를 하기 위해 싸우는 것을 말하지요. 문 : 피고가 독립을 희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답 : 민족은 다른 민족으로부터 제재를 받지 않고 독립된 정치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조선에서 하는 무단정치는 문관까지 칼을 차고 조선인을 적대시하는 것이오. 또 교육을 비롯해 여러 가지 불평등한 지배로 마침내 조선인을 일본의 노예로 만들려 하기에 우리는 독립을 희망하는 것입니다. 문 : 이같이 독립선언을 하고 만세를 부르며 다니면 독립이 되는 것으로 생각했는가?답 : 물론 만세를 부르는 것만으로 독립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독립사상을 고취시켜 놓으면 언젠가는 독립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독립운동을 하는 것이지요. 문 : 장래에도 독립운동을 할 것인가? 답 : 기회만 있으면 또 할 것이오. 백 년 전 나라의 독립을 외치던 사람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제국주의가 위세를 떨치던 세계, 일제의 세력이 확장되는 시대에서 많은 사람들은 독립을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식민 지배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사람들은 세상의 조롱에도 불구하고 ‘만세’를 불렀습니다. 희망을 빼앗기지 않았던 것입니다. 대결로 치닫는 국제정세,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보면, 화해와 평화가 너무 어렵다는 사실을 절감합니다. 하지만 평화의 소명을 가진 교회는 포기할 수 없습니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청하면서 우리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기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