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순례권찬길 세례자요한 신부 (참회와속죄의성당 주임) 참회와속죄의성당에서는 작년부터 단체로 달팽이 순례를 해왔다. 처음 1, 2권은 코로나 때문에 모일 수 없으니 개인적으로 기도와 순례를 하도록 했다. 그랬더니 얼마나 어떻게 되어가는지 알 수가 없었고 참가자들도 서로 동행을 확인하였으면 했다. 그래서 3권부터는 카카오톡 단체방을 이용하기로 했다. 비대면의 시대에 동행을 확인하기에는 이만한 방법이 또 없었다. 각자 매일 묵주기도 5단을 바치는데, 하루 한 명씩 당번을 정하여 자신이 순례 중에 생각하고 느낀 것, 지향, 기도 장소, 바친 신비 등을 단체방에 적어 올리자고 했다. 그리고 답글은 본당신부인 나만 달았다. 사실 좋은 말도 한두 번이라고, 댓글이 너무 많으면 읽는데, 피로감을 느끼기 마련이어서 그랬다. 여튼 작년 9월 6일, 달팽이 순례 3권부터 이렇게 시작했고 본당 사제들과 수도자, 그리고 30여 분의 교우들이 함께해 왔다.* 마침 이 원고 마감일이 달팽이 순례 마지막인 8권까지 마치고 감사 미사를 봉헌하는 날이다. 이 글을 쓰면서 지난 1년간 올리신 달팽이 순례의 나눔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았다. 올라온 글들을 모두 소개하고 싶고 마땅히 그럴 만하지만, 지면상 조금만 소개한다. * 잠깐 우리 본당 달팽이 순례 방법을 소개하면, 묵주기도 1단을 1km로 하기로 하고, 하루 5km씩 순례하기로 했다. 30km를 가려면 6일을 순례한다. 3권부터 8권까지는 총 1730km, 346일, 만 1년 정도 걸렸다. 각 가정, 본당, 공동체별로 정해서 하면 된다. 문의는 민족화해센터(☎ 031-941-2766)로~! 송촌대교 Ⓒ 게티이미지 “어제 백신 2차 접종을 마쳤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 코로나에 어떻게 생활하며, 백신접종은 하는지 궁금하면서 걱정도 됩니다.” “자유롭게 남으로 북으로 다리 건너 오가는 상상을 하며 묵주기도를 바쳤습니다. 송촌대교 대신 '자유의 다리'라 이름 붙여주었어요. 이 상상이 언젠가는 현실이 되어 강 건너 보이는 저기 북한 땅을 오가는 다리가 열리리라 생각합니다.”“원장님, 식구들과 함께 독서. 복음. 성무일도와 묵주기도를 바쳤습니다. 북녁에도 장애인 친구들이 있을 텐데 그 친구들에게도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기를 기도하였습니다.”(장애인시설 활동가) “‘의주 가는 길의 이야기 1’을 읽고 평양교구 설립을 위한 메리놀회의 노고와 헌신, 특히 초대 교구장이신 번 주교님이 6·25중 순교하시게 된 상황에 대해 가슴이 뭉클한 슬픔을 느꼈습니다. 우리 민족의 평화통일 및 북한 지역 순교자에 대한 지향으로 묵주기도 '환희의 신비'를 바치며 마음속으로 중강진에서 자성까지의 길을 손자와 함께 걸었습니다. 아직까지 주교님의 순교에 대한 슬픔이 진하게 남아 있습니다.” “자유로 임진강 건너 눈앞에 보이는 고향 땅에서 피난 나온 지 70여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한을 가슴에 묻고 부모님들은 이미 돌아가시고 이제 저희 세대들조차 생전에 부모님 고향 땅을 밟아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희망이 점점 멀어져가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오늘 산길을 걸으면서 묵주기도를 바치며 실향민들의 바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주님께 청했습니다.” “아침 7시에 집에서 출발해 순례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걷다 보니 묵주기도 30단을 했네요. 발걸음마다 성모님과 천사들이 장미꽃을 수놓아 주시는 생각을 하니 발걸음도 가벼웠습니다. 길가에 풀포기 하나, 이름 모를 야생화 하나까지도 하느님의 창조물이라 생각하니 모두가 소중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성당에 도착해 성모님 앞에 촛불 하나를 밝히며 기도합니다. 우리의 이 간절한 기도가 머지않은 날에 북녘의 신자들과 함께 그곳에서 순례의 길을 함께 걸을 수 있게 해 달라고…” “‘통일에 무관심한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묵주기도를 바치며 문득 깨달았습니다. 제가 바치는 이 기도가 단지 북한의 형제, 자매들만을 위한 기도가 아닌 내 자신을 위한 기도였다는 것을…” 많은 좋은 나눔을 다 소개 못해 아쉽다. 그래도 이 글들을 다시 읽노라니 하루하루의 기도가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지! 이렇게 달팽이 순례를 통해 평화와 통일을 위해 함께 기도하며 그 마음을 서로 나누고 일치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우리 본당 교우들, 참 멋지다! 그리고 2기 참회와속죄의성당 달팽이 순례단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