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원 (인류학자) 자유로를 여러 번 달리다 보니 의문점이 하나둘 생겼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과 사실을 알아 가고 있다. 나에게는 자유로 임진강 너머와 휴전선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었다. 이를 고치고 보니 자유로 임진강 너머, 세 풍경을 구분하는 눈이 생겼다. 이름 그대로 38선은 일직선이다. 휴전선은 교전이 멈춘 위치로 정했기 때문에 일직선이 아니다. 2018년 겨울, 강원도 고성 지역에 갔다가 그 지역만을 보여주는 지도에서 휴전선이 남북으로 흐르고 북한과 한국이 동서로 구분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던 경험이 있다. 그렇지만 그때뿐이었다. 나에게 휴전선은 38선과 같이 거의 일직선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있었다. 그간 바뀌지 않은 오해다.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북한 지역을 바라본 경험이 몇 번 있다. 이런 빈약한 근거를 가지고 2020년에도 한동안 자유로 임진강 너머 북쪽 전부가 북한이라고 착각하면서 차를 달렸다. 이는 압록강 북쪽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기본적으로 북한인 상황에 익숙한 채 연구해 온 배경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자유로 주변의 지명에 익숙해지고 문헌에 나온 지명들의 위치를 파악하게 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나는 이미 자유로 임진강 너머 전부가 북한 땅이 아님을 알 수 있는 글들을 읽어왔다. 다만 책 속의 지명과 현장 위치를 연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래 문헌에는 “탄현면 만우리의 임진강 건너편”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육지에서 남과 북의 경계를 나누는 군사분계선 가장 서쪽 지점은 파주시 탄현면 만우리의 임진강 건너편이다.(정근식·박종우, 2020, 『비무장지대 DMZ』, 고은문화재단, 158-162쪽.) 지금은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지 않고 위의 지명 주변을 찾아갈 수 있다. 오두산 통일전망대 주변부터 낙하IC 주변까지의 자유로 왼편과 오른편이 탄현면이다. 그래도 지도를 펼쳐봤다. 아차 싶었다. 이번에도 나는 휴전선과 임진강 중하류는 막연하게 한반도의 동서를 지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최소한 파주 휴전선과 임진강은 그렇지 않았다. 대축척 지도로 자유로 이북을 살펴보면 휴전선과 임진강은 늘 평행선이 아니다. 요약하면 파주 휴전선은 동서 또는 남북으로 놓여 있었다. 파주 임진강은 굽이굽이 흐르고 있었다. 다음의 서술은 동서남북을 엄밀하게 적용하지 못했다. 이를 전제로 동서로 뻗어 있던 휴전선은 판문점 언저리에서 방향을 틀어 동서를 가로지른다. 휴전선과 일정 거리를 두고 임진강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르다가 통일대교와 임진각 관광지쯤부터는 북에서 남으로 향한다. 문산대교 언저리에서 물길 방향이 바뀐다. 이쯤에서 임진강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흘러 한강하구와 만난다. 이상으로 판문점, 통일대교, 임진각 주변의 지형을 살펴봤다. 지금부터는 서울에서 출발해 자유로를 따라가겠다. 한강 하류 끝자락과 오두산 통일전망대 너머는 북한이다. 마찬가지로 헤이리 예술마을로 빠지는 성동IC를 통과해 약 2km를 지날 때까지 임진강 너머는 여전히 북한 지역이다. 그다음 펼쳐지는 임진강 너머는 오금리 벌판을 만나면서 바뀐다. 대략 이 지점부터 북한 쪽 DMZ다. 거기에서 약 2km를 더 달리면 자유로는 만우천을 가로지르게 된다. 만우천이 임진강과 만나는 지점 너머의 언저리가 군사분계선, 즉 휴전선의 시종점이다. 거기에서 동으로 또 약 2km까지는 한국 쪽 DMZ다. 그리고 남방한계선이다. 낙하IC가 가까이 다가오는 지점부터 임진각과 통일대교로 대변되는 파주 임진강 너머는 한국의 민북(민통선 이북) 지역이다. 북한 산하가 아니다. 민간인(출입)통제선은 민통선, 민통선 이북과 이남 지역은 민북과 민남 지역으로 줄여서 부른다. 논밭 뷰로 유명한 커피 전문점에서 바라본 오금리 벌판, 사실은 벌판 너머에 DMZ와 남방한계선 위치해 있다 (2022년 3월). Ⓒ 강주원 이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자유로 임진강 너머는 세 개의 다른 지형인 북한, DMZ, 한국으로 구분된다. 세분해서 살펴보면 성동IC부터 낙하IC까지 약 8km 구간의 자유로 임진강 너머는 약 2km 단위로 북한 지역, 북한 쪽 DMZ, 한국 쪽 DMZ, 한국 지역으로 구분된다. 여기에는 세 개의 선이 있다. 그 중간에 휴전선이 육지에서 멈춰 있고 임진강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그 양옆으로 약 2킬로미터쯤에 북방과 남방한계선이 있다. 자유로 휴전선의 일부분은 동서가 아니고 북에서 남으로 지나가고 있다. 이런 사실만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면 예전부터 알 수 있는 구분이었다. 이를 나는 모르고 살았다. 2000년부터 두만강과 압록강에 갈 때마다 그 강들은 책만 보지 말고 왜 여기에 와야 하는지, 두 강의 물길에는 어떤 삶과 연결된 풍경이 있는지를 알려준다. 이제야 자유로가 다르게 다가왔고 나에게 말을 걸어준다. 그때부터 그 이야기를 듣고자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지날 때면 최저 속도로 달린다. 휴전선은 육지에서 멈춘 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임진강을 만난다. 그 강은 분단의 상징인 휴전선과 DMZ를 품지 않고 작별 인사를 한 채 흐르고 있다. 강폭이 1km 내외인 임진강은 나에게 분단의 상징인 휴전선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한강하구로 향한다. 재차 임진강 하류엔 휴전선이 없다고 강조한다. 사실 확인이 여기까지 이르다 보니 자유로 옆과 임진강의 민통선 철조망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오금리 벌판은 철조망에 가로막혀 가로지를 수가 없다. 논밭 너머 강변에도 철조망이 또 있다. 말 그대로 이중이다. 한국 사회는 휴전선의 시종점에 일상적으로는 다가갈 수 없도록 민통선 철조망을 만들었다. 자유로 임진강 너머는 전부가 북한 지역이 아니다. 세 풍경으로 구분할 수 있다. 북한, DMZ, 한국이다(2022년). Ⓒ 강주원 그로 인해 약 1km 앞에서 휴전선의 시작이자 끝을 볼 수 있는데 가까이 가지 못한다. 한국 사회는 DMZ의 끝인 남방한계선에서 약 2km 너머의 휴전선을 바라보고자 여러 지역의 전망대를 찾는다. 오금리 벌판이 더 가깝다고 말하면 서울 중심적인 시각일까? 1992년부터 한국 사회는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북한 마을을 선전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막상 전망대로부터 직선거리로 약 7km에 있는 분단의 상징인 휴전선을 외롭게 두고 있다. 무엇이 중한 것일까? 한국 사회는 무엇을 놓치고 살아왔던 것일까? 평화는 상상화보다는 역사와 현재를 바탕으로 그린 사실화일 때 사람들에게 더 와닿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