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석(베드로) 신부 | 민족화해위원장 북한은 지난 9월 8일 핵무기 사용 조건을 명시한 '핵무력정책 법령'을 채택했습니다. 적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와 '작전상 불가피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핵 선제공격도 감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공식화한 것입니다. 이에 대응하는 측면에서 한미의 ‘확장억제 전략협의체’ 회의가 개최되었습니다. 이 회의에서 미국은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하여 한국에 ‘확장억지’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재강조했습니다. 미국의 동맹국에 대한 핵 억제력 제공은 '핵우산'(nuclear umbrella)과 확장억지(extended deterrence)라는 개념으로 표현됩니다. 핵우산이 포괄적이고 정치적 개념이라면 확장억지는 이를 보다 군사 전략적 차원에서 구체화한 것으로 미국의 동맹국이 핵 공격을 받으면 미국 본토가 공격받았을 때와 같은 전력 수준으로 응징하고 타격한다는 개념입니다. 한반도에서 ‘확장억지’ 개념은 지난 2006년부터 우리 정부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의 핵무기를 인정할 수 없는 한미는 더 강하게 북한을 압박하고 있지만, 이러한 군사적 대결 구도가 평화를 가져온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오히려 남한과 북한 그리고 중국과 미국 등이 군비경쟁으로 치달으며, 두려움에 사로잡힌 상태에서는 작은 ‘오해’도 비극적인 충돌로 번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우발적 충돌이 핵무기 사용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까지 번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교회는 전쟁을 막아줄 것이라는 미명하에 벌어지는 군비 경쟁에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군비 경쟁으로 전쟁의 원인들이 제거되기는커녕 오히려 점차 증대될 수밖에 없다. 언제나 신무기의 군비에 엄청난 재화를 소모하고 있는 동안에는 오늘날 전 세계의 수많은 불행에 대한 충분한 해결책이 마련될 수 없다. 국제 분쟁이 진정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세계의 다른 지역으로 번져 가고 있다.”(「사목 헌장」 81항) 프란치스코 교황 Ⓒ 한겨례 자료 사진 한반도 평화를 위해 늘 기도하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최근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으로부터 초대를 받는 대로 북한에 갈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방북 의지를 밝힌 교황님이지만 이번에는 북한 당국에 “나를 초대해 달라는 것이다”라며 더 직접적인 의지를 표현하신 것입니다. 폭력과 무력을 통해 보장받으려는 ‘평화’가 아니라 낮은 모습으로 평화의 순례자가 되시려는 교황님을 따를 수 있는 은총을 청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