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찬길 세례자요한 신부 (참회와속죄의성당 주임) 이곳,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는 미리 연락을 주시고 순례하시는 분들에게 성당 건축의 의미를 설명해드리고 있다. 그 짧은 설명의 시간 동안 이 성당이 봉헌되기까지의 노력과 과정을 구체적으로 알려드리기 어려워 내심 안타까웠다. 하여 이 지면을 통해 다소나마 알리려 한다. 서울대교구장이자 평양교구 서리였던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께서는 평소 당신의 강복 중 하나1)는 평양교구를 위한 것이라고 말씀하시곤 하셨는데, 1989년 11월 “기도는 핵무기보다 더 강하다.”면서 통일을 위한 기도 운동과 함께 그에 맞는 기도 터를 처음 제안하셨다. 이후 1990년 3월 ‘통일성전건립 추진위원회’가 주교회의 북한선교위원회(현재 민족화해위원회)에서 분리, 설립되었다. 황해도 사리원 본당 신우회의 김병일 요셉 신부님과 봉두완 다윗 형제가 각각 지도신부와 대표가 되었고, 1991년 6월부터 매월 파주시 탄현면의 오두산(까치봉)에서 ‘통일성전건립 추진기원미사’가 봉헌되었다. 그렇게 꾸준히 미사를 봉헌하면서 통일성전 건립을 위해 기도회원 참여회원이라는 이름으로 마음과 기금을 모았다. 1994년 ‘한민족복음화추진본부’로 개칭한 후, 1995년에는 북한 마을이 보이는 오두산 인근(현재 일명 프로방스) 언덕에 ‘통일 기도의 집’을 마련하여 본격적인 기도와 교육을 할 수 있었다. 이어 1996년 5월 통일동산 종교부지에 지금의 참회와속죄의성당 부지를 매입하였다. 토지 매입 과정에서 많은 실향민들과 기업들이 모금에 동참하였다. 폐지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던 할머니의 헌금, 퇴직금 일부를 기금으로 봉헌하는 등 여러 훈훈한 사연들이 많았다. 그렇게 여러 정성을 모아 매입하여 1997년 서울대교구에 맡겼다. 그리고 그해 6·25를 맞아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의 주례로 제1회 ‘통일기원대미사’ 봉헌과 함께 ‘북한동포돕기 걷기대회’가 함께 열렸다. 이날 김대중과 이회창을 비롯한 당시 여야의 주요 정치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여 많은 언론이 주목하기도 하였다. 이 미사와 행사는 매년 이어졌고 1998년에는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 교황 대사, 그리고 대통령 김대중(토마스)의 축전이 새겨진 도자기를 제작하기도 하였다.2) 이 외에도 각계의 많은 분들과 은인들의 보이지 않는 수많은 기도와 희사가 이어지다가 마침내 2006년 착공하였다. 성당 건축기금은 서울대교구의 지원과 교우들의 봉헌금으로 마련되었다. 평양 관후리 성당 출신 실향민 전재선 할머니가 평생 모은 재산 1억 원을 봉헌했고, 평양교구 사제단과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도 도왔다. 교구, 성직자, 수도자, 그리고 무엇보다 ‘한민족복음화추진본부’를 비롯한 실향민 교우들과 통일을 염원하는 교우들의 귀한 희생과 봉헌으로 결국 2008년, 완공되기에 이르렀다. 함께 준비했던 민족화해센터 건립에 난항을 겪다가 2013년 6월 25일에 비로소 성전 봉헌식을 거행하였다. 전덕표 신부님 이러한 20여 년간의 이야기 외에도 참회와속죄의성당이 봉헌에 또 한 분, 반드시 언급되어야 하는 분이 있으니, 현재 시복시성 청원 중에 계신 전덕표 안드레아 신부님이다. 신부님은 1920년 황해도 은율 출생으로 1946년에 사제로 서품되어 황해도 사리원 본당의 보좌신부로 부임, 6·25 전쟁 발발 직후, 피신하지 못한 가난한 신자들을 대피시키고 성체를 보존하기 위해 성당에 가셨다가 붙잡혀 순교하셨다. 신부님께서 사리원 본당에서 사목하실 때 79단이라는, 당시의 한국의 복자 79위에서 이름을 따온 청소년 단체를 만들어 교리를 가르치고 복자들의 이야기를 해 주셨다. 2016년 선종하신 김병일 요셉 신부님과 봉두완 다윗 형제가 바로 그 79단의 단원이었고 이들과 함께 남한에 정착한 사리원 성당 교우회를 주축으로 생긴 단체가 ‘통일성전건립 추진위원회’였다. 그때 함께 기도하고 교리를 배웠던 79단의 어린 학생들이 자라나 사제 또는 교회의 일꾼이 되었고, 조국의 통일을 위해 기도하도록 통일 성전 봉헌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하셨다. 이것이 이 성당의 역사를 기억하면서 전덕표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사리원 79단 전 단원 이 설명을 다 들은 어떤 교우분은 ‘우리가 보물과 같은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있네요.’라고 말씀하셨다. 사실, 정말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보물과 같은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성당이다. 많은 분들의 희생 어린 노력과 정성으로 봉헌된 이 성당에서 그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함께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기도는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1) 주교는 강복 시에 십자 성호를 세 번 긋는다. 2) 도자기는 현재 성당 옆 평화 전시실의 “참회와속죄의성당, 건축과 봉헌” 사진전에 함께 전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