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장현 (한신대 초빙교수, 동북아평화연구소 운영연구위원) Ⓒ연합뉴스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이 작년 12월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이는 남북한이 상호비방을 중지하기로 한 1991년의 ‘남북기본합의서’(제1장 3조 남과 북은 상대방에 대한 비방, 중상을 하지 아니한다) 이래 2018년 ‘4.27 판 문점 선언’(제2장 1조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의 남북 합의를 입법화한 것이다.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의 골자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살포 행위 등 남북합의 위반 행위를 하는 경우 최대 3년 이하 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국내외에서 조직적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국민의힘과 극우탈북민단체들은 위 법이 북한의 협박에 굴복해 만든 것으로서 표현의 자유 권리를 침해하고, 북한 주민의 눈과 귀를 가려 북한 주민들을 외부세계로부터 봉쇄시키며 북한 인권 문제에 침묵을 강요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외에서는 미국 국무부의 비건 부장관이 위 법에 대한 우려를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미국 의회 산하기구 ‘톰 랜토 스(Thomas Lantos) 인권위원회’는 이번 달 중에 위 법을 검토하기 위한 청문회를 열 예정이라고 한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오마이뉴스 반발 세력들은 위 법이 표현의 자유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이 아니며 헌 법 제37조에 “국가안보,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남북 한이 총부리를 맞대고 대치하고 있는 군사분계선 접경지역에서의 북한 지도부를 모욕하는 자극적이고 외설적인 전단 살포는 군사적 긴장을 유발해 해당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관광객의 발길을 끊어 생계에도 큰 지장을 주게 된다. 수백만의 접경지역 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전단살포 단체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 것일까? 더욱이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은 군사분계선 접경 지역에서의 살포를 금지하는 것이지 다른 지역에 는 해당되지 않는다. 위 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발 세력들의 주장은 헌법 정신을 왜곡한 궤변에 불과하다고 하겠다.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 평양 중앙도서관에서 DCD를 보는 북한 여성Ⓒ Getty image 다음으로 대북전단이 정보통제가 심한 북한에 외부정보를 제공하는 유력한 수단인데, 이를 금지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가 침해되고 외부로부터 봉쇄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맞는 말일까? 북한은 정보통제 가 심한 사회이지만 1990년대 중순부터 장마당이 활성화되며 외부로 부터 많은 정보가 유입되었다. 중국과의 접경지역을 통해 처음에는 DVD로 요즘은 간편한 USB를 활용해 한국 드라마, 영화, 노래 등이 거의 무제한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2000년 이후 북한에서 탈북한 분들 치고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 노래를 접해보지 않은 이를 찾기 힘들 정도이다. 이런 상황에서 극우단체들은 저급한 내용의 전단지가 북한 주민들이 외부 정보를 접하는 유력한 수단이라고 우기고 있는 것 이다. 도대체 북한 주민들의 수준을 얼마나 얕잡아 보기에 이런 억지 주장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또한 이들은 미국 국무부와 연계된 단체들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대북전단 살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들의 행태는 남북한의 갈등과 대치,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원하는 군산복합체들의 꼭두각시 역할을 하면서 생기는 콩고물에 맛들여 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을 비롯해 극우 탈북민단체 대표들이 대거 방미해 미국 조야를 상대로 한국 정부의 평화 프로세스 정책을 비판하고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시행을 막아 달라는 로비 활동을 벌였다고 한다. 분단의 가장 큰 피해자로서 남북 간 화해와 교류, 나아가 통일을 적극 추진해야 할 탈북민으로서 참으로 개탄스런 행위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개인적 이해 때문에 동료 탈북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한편 미국 국무부 관련 기구가 한국 정부의 평화 프로세스 정책을 방해하는 극우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으로서 내정간섭이다. 국제법상 각 국가는 타국에 해로운 활동조직을 선동 하거나 조직하거나 지원해서는 안되기에 명백한 간섭 금지에 해당한다. 북한인권 문제에 침묵을 강요한다는 주장 파주 탄현면 통일동산 주차장에서 탈북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하고 있다. Ⓒ한겨례 마지막으로 위 법이 북한인권 문제에 침묵을 강요한다는 주장은 타당한 것일까? 대북전단 살포가 십수년 동안 진행되었지만 지금까지 북한 인권을 개선했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 오히려 전단 살포가 이를 주도하는 탈북민들에 대한 북한 사회의 성토 때문에 북한에 남아있는 탈북민 가족들이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된다는 증언들이 더 설득력이 있다. 북한 인권 개선에는 남북간 교류와 북한사회의 국제사회와의 접촉면 확대가 더 효과적일 것이다. 북한 지도부를 모욕하는 대북전단 살포 때문에 남북간 인적 교류가 끊어지는 것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북한의 인권상황은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권은 보편적 권리로서 인권 운동은 주권의 경계를 넘어 국제적 연대가 필요하다. 그러나 북한인권 개선의 주체는 북한일 수밖에 없기에 국제사회는 북한이 인권개선을 할 수 있도록 감시와 촉진 역할을 해야 한다. 국제 사회가 북한 당국에 대한 불신 때문에 왜곡된 소명의식을 가질 경우 오히려 인권을 악화시키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모든 논의와 접근은 북한의 인권상황을 실질적으로 개선시키는 데 모아져야 한다. 나눔주제1. 북한인권의 실질적인 개선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2.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반대하는 국제사회의 논리는 무엇인지 토론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