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바지

장혜원(북한대학원대학교 박사수료) Ⓒ 연합뉴스 지난 1월 초순 서울에는 영하 16도를 넘어가는 매서운 추위가 닥쳤습니다. 오랜만에 바지 안에 스타킹을 신 었습니다. 그러고도 맘이 놓이지 않아 두꺼운 양말과 겨울 부츠를 꺼내 신고 목에 포근한 숄을 두르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1년 가까이 착용하며 불편하게 느껴졌던 마스크는 차가운 공기를 1차로 차단해 보온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언젠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온다 해도 겨울에는 방한용으로 마스크 착용이 좋다는 지혜를 깨닫게 되었네요. 제가 북에서 온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 친구들은 종종 이런 얘기를 합니다. “북한은 훨씬 더 춥잖아. 그러니까 이 정도 추위는 아무것도 아니지?”, “천만에! 내가 이젠 한국살이가 몇 년인데 옛날 타령이야.” 그리고 덧붙입 니다. 서울이 더 춥게 느껴지는 몇 가지 이유를. 북한군 동화 Ⓒ김정아, "북한군의 겨울나기 준비", 월간지 육군(2016.11) 우선 겨울옷 문화입니다. 한국에선 겨울에도 바지 안에 속옷(스타킹, 동내의 등)을 챙겨 입는 사람이 드뭅 니다. 그러나 북한에선 겨울에 바지를 두 개 입거나 바지 안에 속옷을 겹쳐 입는 건 기본입니다. 양강도나 함경북도 같이 최 북단에 위치한 지역에서는 세 개까지 겹쳐입기도 합니다. 신발 도 다릅니다. 북한에서 사람들이 겨울에 즐겨 신는 신발은 동 화(冬靴)입니다. 특히 군인용으로 나온 동화는 솜을 두툼하게 넣고 누빈 신발입니다. 물론 북한에도 겨울용 부츠가 있고 경 제적 여유가 있거나 멋을 부리는 사람들은 동화를 거들떠보지 도 않지만, 일반 주민들의 삶에 튼튼하고 편리한 동화는 필수 재입니다. ​​​​​​​ 다음은 난방문화입니다. 만성적인 전력 부족에 시달리는 북 한에서 조명용 전력만 보장해줘도 주민들이 감지덕지하는 분 위기 입니다. 만약 전기가 왔을 때 전기담요를 사용하면 동네 전압이 떨어지므로 서로의 감시도 만만치 않습니다. 조명이나 TV용 전력도 부족한데 전기담요를 사용하다 들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구멍탄이라 불리는 연탄을 사용해 방을 덥힙니다. 지역에 따라 땔감으로 나무나 갈탄, 볏짚을 사용하는 곳도 있습니다. 가정뿐만 아니라 회사나 학교의 난방도 열악합니다. 원래는 스팀 난방이라 불리는 난방시스템이 있으나 그것 을 운영하기엔 석탄이 너무 많이 들어 특정 시간대에 난방을 잠깐 주거나 아예 난방기를 사용하지 않기도 합니 다. 그래서 흔히 사용하는 것이 재래식 난로입니다. 지금도 북한의 시, 군이나 농촌 지역에 가면 이런 난로들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알루미늄 벤또(북한에서는 의외로 도시락이라고 부르지 않고 벤또라는 일본식 표현을 그대로 사용합니다.)를 올려놓고 싸 온 밥을 덥히기도 하죠. 벤또의 북한식 표준어는 밥곽입니다. 이런 풍경을 이야기하면 어르신들이 반색을 지으십니다. “내가 어렸을 때 그랬는데. 북한은 남한의 딱 70년대구만.” 대동강에 얼음이 꽁꽁 얼어 얼음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한국민족전통견지협회 ​​​​​​​ 마지막으로 이동수단도 다릅니다. 자가용 차는 제쳐두더라도 지하철, 버스, 택시 등 다양한 이동수단이 있어 한겨울 도로에서 추위에 떨 일은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자가용은 고사하고 대중교통 인프라도 열악한 북한에서는 10리(4km)쯤 걷는 것은 다반사입니다. 그러다 보니 겨울 에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중무장(?)하고 밖을 나섭니다. 그래서 홑바지를 입고 겨울을 나는 한국문화가 처음에는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 반드시 치마를 입어야 하는 북한의 여학생들은 양말바지 안에 동내의를 껴입습니다. 양말바지는 스타킹을 이르는 북 한 말입니다. 겨울용 양말바지는 조금 두껍긴 하지만 융스 타킹이나 기모스타킹 등의 제품보다는 얇습니다. 또 제가 어렸을 적엔 이런 제품들이 없었습니다. 양말바지 안에 내의를 입으면 당연히 예쁘지 않고 울퉁불퉁한 다리가 되 어 버립니다. 그래도 멋을 부리기보다 추위를 이겨내야 하 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 오랜만에 바지 안에 스타킹을 신으면서 그리 멀지 않은 옛날 양말바지 안에 내의를 껴입었던 저를 떠올렸 습니다. 지하철을 빠져나오는 데 어떤 분이 제품 홍보차 핫팩을 무료로 건넸습니다. 문득 한국에서 사는 지금이 참으로 고맙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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