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장현(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운영연구위원, 정치학 박사) 선 넘은 일본과의 군사협력 한미일 연합 대잠수함 훈련 Ⓒ경향신문 윤석열 정부가 폭주하고 있다. 지난 10월 30일 미국 항모 전단 전개 때 한 · 미 · 일 3국이 대잠수함 훈련을 같이 한 데 이어, 이번 달 6일에는 3국이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을 벌였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11월 6일 전화 통화에서 양국 간 안보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했으며, 11월 13일 한 · 미 · 일 정상이 발표한 프놈펜 성명에서는 3국이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프놈펜 성명에서 3국은 “불법적인 해양 권익 주장과 매립 지역의 군사화, 강압적 활동을 포함해 인도 · 태평양 수역에서의 그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한다며 반(反)중국 메시지까지 발표했다. 3국 정상이 공동성명이란 형식까지 갖춰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밝혔다는 점에서 향후 후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대 북중러의 진영 대립이 공고해지면 남북관계 단절 고착화로 이어질 수 있다. 군사 대국화로 치닫는 일본을 돕는 한일 군사협력 윤석열 정부는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것일까? 북한과 전쟁을 치렀던 이승만 정부에서도 일본과의 군사협력만은 피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북한의 군사위협 때문이라는데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면 북한이 겁을 먹고 도발을 하지 않아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될 수 있을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 AFP=뉴스1 일본의 기시다 정부는 지난 6월 각의에서 방위비를 5년 이내에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늘리는 경제재정운영 및 개혁 기본방침을 통과시켰다. 2022년 현재 5조 4000억 엔 규모의 방위비를 2027년에는 10조 엔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집권 자민당은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 올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방위비를 대폭 증액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승리했다. 기시다 정부는 연말까지 국가안전보장전략 · 방위계획대강 · 중기방위력계획 등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할 예정인데, 어떤 무기를 어느 수준으로 증강할지는 중기방위력계획에 실린다. 우려스러운 것은 증액되는 방위비가 선제 공격 능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 8월 육상자위대가 북한과 중국까지 공격 가능한 사거리 1000km의 장사정 순항미사일을 2024년까지 1000기 이상 배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소는 지난 7월 극초음속 비행체의 시험 비행을 성공시켰는데 이는 극초음속미사일 개발로 이어진다. 또한 2028년까지 2척을 건조해 취역시킬 2만 톤급 이지스함에는 각종 첨단무기가 탑재된다. 2만 톤급 이지스함은 현재 미국도 갖지 못한 공룡 수준의 함정이다. 이처럼 폭주하고 있는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한일 군사협력은 국제적 명분을 얹혀줄 것이다. 일본은 우리와 독도를 두고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잠재적 적국이다. 역사적으로도 일본은 국력이 커질 때면 예외 없이 팽창주의를 채택했고 한반도는 대륙 진출을 위한 팽창 전략의 첫 번째 희생양이었다. 14세기 중엽 이후 왜구는 오랜 세월 한반도를 침탈했으며, 16세기 말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 일본 열도가 통일된 후에는 임진왜란을 일으켜 조선을 폐허로 만들었다. 19세기 중순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통해 국력을 키우며 청일전쟁 · 러일전쟁에서 승리하고 조선을 합병시켰다. 현재 일본 우익들이 동경하고 있는 메이지 시대가 바로 주변국 침략의 역사이다. 1940년 고노에 내각이 출범하며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대동아 공영권’ 건설도 전쟁 도발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대동아 공영권은 일본을 맹주로 한 동아시아의 광역 블록화이다. 일본·중국·만주를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만들고 동남아시아를 자원 공급지로 하며 남태평양을 군사적 방어선으로 삼으려 했던 전략이다. 대동아 공영권에서 일본이 실제 한 일은 피점령국의 자원과 노동력을 수탈한 것이었다. 일본 정치계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우익 세력인 ‘일본 회의’가 꿈꾸는 세계가 바로 이것이다. 1942년 일본 제국의 최대판도 ©위키미디어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 일본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 없이 군비 증강을 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위안부 · 징용공 문제 등 현안 해결을 제쳐두고 군사 협력만 급속도로 추진하는 것은 위험하다. 더욱이 한미일 군사훈련이 벌어진 해역은 한일 간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독도에서 불과 180km 떨어진 곳이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 때문에 일본과 협력하려 한다면 어느 수준까지 할 것인지 선을 정해야 한다. 해난 구제 등 평화적 활동을 넘어 북한·중국·러시아를 겨냥한 한일 군사협력은 우리의 국익을 해치는 짓이다. 우리의 최대 국익은 통일과 평화인데,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한미일 대 북중러의 진영 구도로 치닫게 하는 정책은 결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본과의 군사협력은 북한 위협을 억제하는 데 실익이 없을 뿐 아니라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에도 큰 부담이 된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 위협을 구실로 선을 넘은 무분별한 군사협력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보다 근본적으로는 남북 갈등 → 북한위협 증대 → 미국 군사력 의존 심화 → 일본 군사협력이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군비를 늘리고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한다고 북한 위협이 사라지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는 게 아니다. 북한 위협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길로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 대화가 필요하다. 경제력 · 군사력 등 국력 면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는 한국이 자신감을 갖고 먼저 북한에게 대화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 나눔 주제 1. 동북아시아의 군비경쟁이 초래하는 결과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2.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한일 군사협력에 대해 의견을 나누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