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석(베드로) 신부 | 민족화해위원장 “신부님, 정의구현사제단이시죠?”“네? 저... 아닌데요...”“아닌데... 맞는 거 같은데...”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후원회원 모집하러 서울의 어느 본당을 방문했을 때 일입니다. 미사 후 마당에서 인사를 하고 있는데 한 교우가 제 ‘사상 검증’을 위해 다가왔습니다. 사실 성당을 열심히 다니는 신자들 가운데는 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한 반감이 있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그들의 관점에서 사제들이 너무 ‘정치적’이라는 것입니다. 어떤 ‘신자’ 단체에서는 정구사 신부님들을 ‘종북 좌파’로 규정하고 사제직을 떠나라는 주문을 하기도 합니다. 처음 가보는 본당 신자들에게 도움을 청하러 간 자리였고 ‘순한 맛’으로 강론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그 교우에게 제 얘기가 정치적으로 편향되게 들렸던 모양입니다. 한반도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평화를 위한 교회의 사명에 관해서 설명하고 싶었는데, 북한 당국을 믿지 못하는 이들에게 제 주장이 너무 ‘친북’적으로 들렸을 수도 있습니다. ‘정구사’ 멤버가 아니라는 대답에도 그 신자는 믿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오히려 정체를 숨기고 신자들에게 ‘빨간 물’을 들이러 왔다고 의심하는 눈치였습니다. 6·25 남침, 아니 38선이 분할되면서부터 시작된 한반도의 적대적인 분단 구조는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변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호전적인’ 적(敵)과 대치하고 있다는 상황 인식에서는 평화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이적행위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전쟁을 끝내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 전쟁 중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사 때마다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용서와 화해를 위해 기도하는 신자들에게도 북한은 평화를 실천하는 대상이 되기가 어렵습니다. 수많은 본당에서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를 바쳤지만, 다수의 신자는 아직 ‘서로 용서하는 화해의 은총’을 원하지 않습니다. 세상의 권력자들은 무력으로 평화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은 비폭력을 통한 평화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가 아니라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복음으로 고백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공동체를 지향한다면, ‘세속’과 구별되는 대조사회로서의 교회는 ‘평화의 길’을 찾아 나서는 용기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스도의 평화를 믿는 교회가 폭력으로 얼룩진 세상에서 소금과 빛이 될 수 있는 은총을 청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