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iver in Darkness』(어둠 속의 강)

제인 샹탈(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미래세대연구자모임 샬롬회 회원) 『A River in Darkness』(어둠 속의 강) 마사지 이시카와, Amazon Crossing, 2018 1959년부터 1984년까지 북으로 이주한 9만 4천여 명의 재일 교포들, 그들 중 6,839명은 일본인 아내와 그 자녀들로서 일본 국적 보유자였다고 하는데, 김정은의 모친 고영희 역시 그들 중 한 명이었다는 점에서 이들의 이주 과정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궁금하던 차에 읽게 된 이 책은 탈북 과정을 자세히 담고 있을 것이라 예상하게 만든 책 제목과는 달리, 북으로 이주하기 전의 일본에서의 생활, 그리고 북한에서 탈출하기 전까지의 이야기들이 책의 대부분이다. 저자의 삶을 연대기 순으로 서술하고 있는데, 첫 장에서는 한국인인 저자의 아버지가 전후 일본에서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일본인 아내에게 가정폭력을 휘두르며 방황하다 주변의 회유에 이끌려 지상낙원으로 선전되던 북한으로의 이주를 택하게 되는 과정을 자세히 그리고 있다. 도쿄 우에노 역에서 니가타항으로 향하는 재일교포 © ICRC ARCHIVES 노동력이 절실했던 북한과 마땅한 명분 없이 강제 추방시킬 수는 없는 재일교포들이 사회문제로 급부상할 것을 두려워했던 일본 정부는 결국 적십자를 활용하여 이들의 북송사업을 진행하게 되었고, 그렇게 저자를 포함한 일본 국적의 세 여동생과 어머니를 포함한 여섯 명의 온 가족이 모두 북으로 이주하게 된다. 양영희 감독의 영화 ‘디어 평양’, ‘굿바이 평양’을 통해 일본에 남아 있던 가족들이 그들을 방문하거나 선물을 보내는 등의 소통 창구가 마련되어 있었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이들 가족의 이야기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했는데, 일본에서의 생활보다도 더 궁핍해진 이들 가족의 생활상이 뒤이어 소개된다. 풍부한 일자리와 자녀들을 위한 무상 교육 지원! 그렇게 일본을 떠나 지상낙원 북한으로 떠나면서 큰 희망을 품었으나, 일본 출신이기에 2등 공민으로 전락된 ‘적대’ 신분으로 철저한 감시와 차별을 직면하고, 산간 오지로 강제 이주되어 수도·전기 시설마저도 미비한 주거 환경에 놓이게 된다. 이 책을 읽을 당시 한일관계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시기였던 만큼, 북에서 일본에 대해 기본적으로 어떠한 인식을 갖고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일본인 외가 쪽 친척들로부터 한국인들의 야만성에 대해 귀가 닳도록 들으며 자란 저자는 북에서는 다시 일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갖은 차별에 시달리게 된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본인으로 태어나 북으로 이주하여 갖은 차별에 맞섰고, 한국을 고국이라 생각하여 찾아왔지만 결국 환영받지 못하고 떠났던 주인공의 여정은 다른 재일교포들의 상처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직업선택의 자유도 없고, 거주이전의 자유도 없으며, 개인이 부를 축적할 수 없는 체제인 만큼 더 열심히 일할 의욕도 생기지 않고, 끊임없는 사상교육과 감시체제, 뇌물과 음모, 폭력적인 억압 속에 저자는 북한 체제를 비판하면서도 그 안에 살고 있는 선한 사람들의 도움을 함께 소개해주면서 이 도서의 출판 목적이 북을 무조건 비방하기 위한 용도는 아님을 확인받을 수 있었는데, 고난의 행군, 끝없는 굶주림과 추위, 생존을 위해 먹을 것을 찾기에 바쁜 생활! 더 이상 상황이 악화 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계속해서 더 큰 시련이 다가오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 읽고 난 후 소화하기 힘든 부적 감정에 괜히 읽었나 싶은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 북에 대한 부정적 프레임의 하나로 굶어 죽는 사람이 많은 가난한 나라라는 프레이밍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부인하지 못할 현실의 한 조각이었음을 다시금 상기 받은 느낌이었고, 이에 대한 언급은 꼭 이루어져야 하며 이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압록강 © lithub.com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먼저 탈북을 감행한 주인공은 결국 다른 가족들을 구해내기 위한 자금 마련에 힘겨워하며 흔한 쌀밥을 마주할 때조차도 그들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바다 갈매기들에게 자신의 음식을 나누곤 한다고 고백하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과 죄의식!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그들이 굶어 죽어갈 때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언젠가 남한에 살고 있던 우리 모두가 그런 죄의식을 공유하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기도 한 가운데, 저자의 종교관이 언제 어디서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추측은 어렵지만, (일본으로 돌아온 뒤에 종교 단체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형성된 종교관인지, 북으로 이주하기 전 일본에서 접한 유년기의 체험에 기인한 것인지, 그의 기도생활 또는 영성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담겨있지 않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순간, 기도를 했다는 그의 고백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기도의 힘! 무사히 그곳을 탈출하여 이 책을 썼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의 목소리로 전해진 그의 인생은 너무나도 고달팠고, 위기의 순간 그와 함께 기도하며 그를 응원하게 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또 그러한 기도에 응답해주신 것이라 믿게 되는 부분들, 작은 기적과 같은 순간들에 함께 감사하게 되며 기도 이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껴지는 무기력한 삶의 순간들이 찾아올지라도 기도만큼은 지속적으로 간절히 올려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겨본다. 결론적으로 그의 탈북 과정은 비가 내려 달빛을 가려준 천운과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다 당도한 곳에서 만난 친절한 한국인들과의 만남이라는 인연, 일본 대사관의 007작전에 버금가는 비밀스럽고 긴장감 넘치는 공조 속에 성공적으로 결실을 맺는다. 저자의 근황이 궁금하여 검색해보니, 2017년 영문판 출판 이후의 소식은 발견할 수 없었지만, 그 이전의 다른 기사를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여동생과 그 아들들의 탈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탈출 계획을 앞서 보도한 일본 언론으로 인해 아이들을 구하러 다시 국경지대로 가지 못했다는 기사였다. 과거에는 좌익부터 극우익까지 일본 모든 미디어와 적십자가 북한을 지상낙원이라고 선전하면서 북송사업을 지지했었다고 하니, 잘못된 사실을 전하거나 기사의 영향력에 대한 자성 없이 무조건적인 보도를 앞세우는 언론의 잘못된 관행이 여전함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결국 그로 인해 인생 자체가 송두리째 바뀐 개개인들의 삶…. 그들의 피해는 그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한 채 그저 계속되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에 이러한 폭로, 고발 도서들의 출판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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