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석 베드로 신부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장,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소장) 평화의 왕으로 세상에 오신 아기 예수님은 평화와는 거리가 먼 땅에서 태어나셨습니다. 예수님의 출생 연도로 추정되는 기원전 4년은 이스라엘의 헤롯 대왕이 죽은 해이기도 합니다. 권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아내와 아들들까지도 처형했던 폭군에게도 죽음은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헤롯이 통치했던 영토는 셋으로 갈라졌고 유대 지역은 그의 아들 아켈라우스가 다스리게 됐습니다. 헤롯 아켈라우스 Ⓒ위키미디어 19살의 나이로 권좌에 오른 어린 왕에게 억눌렸던 군중들의 요구가 이어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들은 헤롯의 총애를 받던 인사들에 대한 처벌과 대사제직의 정통성 회복을 원했습니다. 물론 세금도 줄여주기를 바랐습니다. 지방의 사람들까지 예루살렘에 모여드는 유월절이 다가오자 아켈라우스는 우발적인 폭동을 염려하게 됩니다. 권좌가 불안한 왕의 명령대로 군중을 강하게 통제했던 군대가 결국 대량 학살이라는 비극을 일으키고 말았습니다. 유대인 역사가 플라비우스 요세푸스(Flavius Josephus)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그러나 율법 교사들의 영향으로 선동가가 된 사람들은 그들 계획대로 소란을 일으키면서 백성들을 흥분시켰다. 그래서 그들은 군인들에게 덤벼들어 돌을 던졌다. 부상을 입은 군인들은 도망갔으며 그들 가운데는 지휘관도 있었다. 하지만 곧 백성들은 군대의 손아귀에 잡힌 희생제물이 되고 말았다. 결국 아켈라우스는 정권의 안정을 위해서는 폭동을 시도한 사람들을 제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전군(全軍)을 그들에게 보냈다. 기병을 보내 성전 밖에서 장막에 있는 사람들이 성전 안에 있는 사람들을 돕는 것을 막아버리고, 보병들로부터 도망쳐서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던 사람들까지 죽이게 했다. 기병들은 삼천 명을 죽였다. 나머지는 근방의 산으로 올라갔다.” 전쟁과 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이 세상에 평화의 왕 예수님께서 태어나셨습니다. 2023년 새해에는 얼어붙은 이 땅에 평화의 희망이 새롭게 싹트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사랑하는 민족화해위원회 가족들에게 새로 나신 주님의 은총이 내려오기를 기도하겠습니다.페테르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L'adoration des Mages (동방박사의 경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