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경 알베르또 신부(중산성당) 지난 6월 1일부터 완전한 코로나19 엔데믹이 시작되었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 격리 의무가 해제됐으며, 앞으로는 마스크도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등 일부 시설에서만 의무적으로 착용하면 됩니다. 지난 2020년 1월 20일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1229일(3년 1달이 넘는 기간) 만에 일상생활에서 방역 규제가 모두 풀렸습니다. 정부는 이날(2023년 6월 1일) 0시를 기해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했습니다.위기단계가 낮아지면서 그동안 코로나19 확진자에게 적용됐던 7일 격리 의무도 사라졌습니다. 대신 5일 격리 권고로 바뀌었습니다. ‘자발적 동의’에 따른 격리 조치는 그대로 유지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1229일(3년 1달이 넘는 기간) 동안 우리 한국 가톨릭교회는 엄청난 변화를 직면해야 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성전에서의 미사가 멈추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6.25 한국전쟁 당시에도 멈추지 않았던 미사(신자와 함께 하는 공동체 미사)를 봉헌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사건이 닥쳐왔습니다. 그전에 발생했던 사스, 메르스 등과는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충격과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저는 작년 2월부터 1년 동안 안식년을 지냈고, 지난 2월 본당에 부임해서 사목을 하다 보니 코로나의 충격을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주일미사 참례 신자의 수가 급감했습니다. 코로나19 전의 상태에 비해 20-40% 정도 감소했습니다. 더불어서 본당 단체들의 수가 감소하였습니다. 몇몇 본당들의 경우, 레지오 마리애 등등의 본당 단체들이 최대 60% 정도 감소하였다고 합니다. 그나마 줌(Zoom, 여러 사람이 화상으로 대화 가능함)을 통해 모임을 이어갔던 단체는 살아남았지만, 그렇지 않은 단체는 소리소문없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구역반 모임의 멈춤입니다. 상당수의 구역이 모임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줌(Zoom)을 통해 모임을 갖는 경우도 있었으나,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반 모임의 경우 반 상황에 따라 모임을 갖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목적인 대안을 마련하려고 고민했고, 본당 단체 임원들 약 160명들과 함께 모여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이미 우리가 실천하고 있는 신앙의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먼저 예수님께서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한 14,6)라고 하신 말씀을 중심으로 살아가고자 합니다. ‘길, 진리, 생명’ 이 세 가지는 죄가 세상에 들어오기 전 아담이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누리고 있던 세 가지 특권입니다. 아담은 에덴동산에서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을 가졌고, 진리 자체이신 하느님과 일치되어 있었고, 생명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주일 미사 참여자 70% 수준 하락...’(CPBC, 2023.3.23.) Ⓒ 가톨릭평화신문DB 그런데 죄가 세상에 들어오면서 인간은 세 가지 특권을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이 박탈되었고, 진리가 아닌 무지와 오류 속에서 살게 되었고, 생명이 아닌 죽음의 지배하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께서 이 세 가지 특권을 인간에게 다시금 회복시켜 주십니다. 힐라리오 교부의 해석에 따르면, 이는 우리가 세례를 통해 받은 세 가지 직무(사제직, 예언직, 왕직)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길’은 왕직으로 한 마리 양을 찾아 나서는 목자의 행동으로 해석하였습니다. ‘진리’는 예언직으로 진리이신 말씀을 듣고 선포하는 생활입니다. ‘생명’은 사제직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사제직’을 중심으로 미사와 기도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주일미사 참례를 독려하고 가능하다면 평일 새벽미사 참례를 권장합니다. 6월 매주 금요일 새벽 미사 후 나눔(이름하여 ‘금새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새벽 미사 후 간단한 음식(떡, 약식, 커피, 오이, 사과, 수박, 바나나 등등)을 나눕니다. 기도는 성당을 오고 가며 묵주기도 하기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우리 중산성당의 경우 연도 발생 빈도가 매우 높아서 연도 기도에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하고 있습니다.내년에는 ‘예언직’을 중심으로. 내후년에는 ‘왕직’을 중심으로 사목 방향을 잡아보려고 합니다. 모든 것이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 안에서 기쁨과 행복을 찾아 나서려고 합니다. ‘거울은 결코 먼저 웃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신앙의 기쁨과 행복은 우리가 선택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평화도 우리가 선택해야 합니다. 올해 6.25 정전 70년을 맞아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합니다. 더불어서 주님께 은총과 평화를 청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