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석 베드로 신부(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장,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소장) 6월 17일 일산 문화 광장, 첫 번째 평화 서명 캠페인 지난 6월 17일에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 주간을 시작하면서, ‘평화 서명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정전 70년을 맞아 특별히 진행된 행사에는 의정부교구의 여러 본당 민족화해분과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셨습니다. 아름다운 음악으로 민화위 활동을 돕고 있는 ‘셀라 앙상블’과 최근 ‘평화 사도직’을 위해 교구 관내에 새 터전을 마련하신 수녀님들도 함께해 주셔서 더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일산 문화 광장에 친 천막에는 캠페인의 취지를 알리는 현수막과 포스터가 걸렸고, 수녀님들과 봉사자들은 토요일 오후 광장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서명을 권고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전쟁도 해야 돼요!”라는 외침이 들려왔습니다. 소리를 낸 사람은 화난 얼굴의 중년 남성이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전쟁을 선호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실현하자는 취지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았을 텐데, 아마 ‘거짓 평화’를 추구하면 평화를 지키지 못한다고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 사회에는 전쟁을 준비해야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이 만연해 있습니다. 보수 정부뿐 아니라 진보 정부에서도 군사력을 통한 안보는 늘 강조되어 왔습니다. 힘을 통한 평화를 맹신하는 분위기에서 ‘평화적인 수단의 평화’는 어리석게 보이거나 너무 ‘친북’적이라고 치부되기가 쉽습니다. 전쟁을 끝내지 못한 국가에서 ‘평화주의’는 환영받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적대하는 북한 역시 ‘평화주의’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북한의 <철학사전>은 평화주의를 ‘제국주의에 대한 아부굴종’으로 평가합니다. ‘혁명적 원칙’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갈등이 불가피하고 ‘정의로운 전쟁’, ‘정의를 위한 전쟁’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는데, ‘전쟁 일반을 반대하고 무원칙한 평화를 주장하는 것’을 ‘반동’이라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통일평화연구원, 『세계평화개념사』, 255쪽.) 지난 6월 16일 해군 부산기지에는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인 미시건호(SSGN 727)가 입항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잠수함 중 하나인 미시건호는 사거리 2,000㎞ 떨어진 목표물을 요격할 수 있는 토마호크 미사일 150여 기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등으로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고조됐던 2017년 10월 이후, 5년 8개월 만에 한국에 들어온 것인데, 전문가들은 ‘미국 전략 자산의 정례적 가시성을 한층 증진한다’는 ‘워싱턴 선언’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엄청난 위력을 지닌 첨단 무기가 아무리 많아도 평화는 보장될 수 없을 것입니다. 멀고 험하더라도 평화의 길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6월 24일 의정부시 행복로, 두 번째 평화 서명 캠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