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슬 아기아가타 (서울대교구 포이동성당, 의정부교구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리스본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한 (왼쪽부터) 서한나, 김예슬, 이종원 신부님 누구나 평화로운 일상을 원하지만 말 그대로 ‘일상’이기 때문에 그게 당연하다고 여겨서 평화의 중요성을 종종 잊고 살죠.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평화가 깨지고 나서야 평화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곤 하고요. 제가 이 평화 서명 운동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한반도에서 평화는 이미 깨질 대로 깨진 상태지만, 무관심 속에서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포르투갈 리스본 세계청년대회에서 ‘한반도 평화 서명 운동’을 하겠다는 계획은 작년 겨울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저희가 대비를 할 수 없었던 부분은 아무래도 날씨 요인이었는데, 리스본의 따가운 뙤약볕과 무지막지한 돌풍 탓에 애를 좀 먹었습니다. 그날그날 상황에 따라 장소를 옮겨 다니며 야외에서 임시 테이블을 설치하고 서명을 받았기 때문이죠. 가기 전부터 서명 운동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을 걱정했었는데 오히려 매 순간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서명 운동에 동참한 청년들 대부분이 한국과의 인연이 없을 텐데도 한반도 평화를 굉장히 중요하게 받아들였고, 저희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환대를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심지어 태극기를 알아보고 저 멀리에서부터 일부러 다가와 준 청년들도 참 많았습니다. 그래서 가장 보람찬 순간은 아무래도 각국 청년들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연명 서명을 해줄 때였습니다.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서명 운동에 동참해 주었고, 심지어 멀리 있던 친구 무리를 일부러 데려와 서명하게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서명하기는 당연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잊지 않고 기도하겠다고 진심 어린 눈빛으로 응원의 말을 전해주는 청년도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코로나19로 예상보다 긴 시간 동안 대면 모임이 금지되며 공동체 안에서의 제 신앙이 활기를 점점 잃어갔는데, 이번 세계청년대회 참가를 통해 주님을 향한 마음이 다시 뜨거워지기를 기대하며 왔습니다. 예수님을 열렬히 사랑하는 전 세계 젊은이를 만나고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저도 덩달아 기쁘게 주님을 찬미하게 되고, 자연스레 “하느님 감사합니다.”라는 기도가 나오게 됐습니다. 이번에도 참 많은 것을 얻어 갑니다. 올해는 가톨릭교회의 평화 대헌장이라고 할 수 있는 회칙 ‘지상의 평화’가 반포된 지 60주년이라고 들었습니다. 핵 전쟁의 공포가 있었던 60년 전과 지금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와 전 세계의 교회가 평화를 위해 더 힘껏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