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찬 나보르 신부(법원리성당 주임신부) 본당 설립 60주년, 본당이 환갑을 맞이하였다. 기념행사 중에 성당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사진들을 편집하여 영상으로 제작하여 보여주었고, 다들 옛 추억을 떠올리며 사진이 바뀔 때마다 한마디씩 하셨다. 문득 든 생각에, 60세가 안 되신 분 손들어 보라고 얘기하자 십여 명 정도가 손을 들었다. 교중 미사 참석 인원 백여 명 중에 열 명, 더구나 주일학교 미사도 따로 없으니 신자 중 60세 이상 비중이 90퍼센트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법원리성당 Ⓒ마리아사랑넷 예전에는 평균 수명이 짧았기 때문에 환갑을 맞이하는 것은 장수(長壽)를 의미하는 것으로 중요하게 여겼고, 환갑을 노인의 기준점으로 삼아왔다. 물론 오늘날 ‘인생은 육십부터’라는 말도 옛말이고 ‘인생은 칠십부터’라고들 한다. 그만큼 기대 연령도 높아지고 고령화 시대에 이른 것이다. 본당 상황이 이렇다 보니 봉사자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다. 노인보고 노인이라고 하면 언짢아하고, 봉사하라고 하면 노인이라고 못 한다고 한다.그러면 우리 본당 일은, 봉사는 누가 하는가? 그래서 기념사 시간에 이렇게 말했다. 본당 60주년 환갑을 맞이하며, 우리도 새로운 신앙 인생 2막을 시작하자. 나이는 숫자일 뿐, 일할 수 있다면 읽을 수 있다면 노래할 수 있다면 기도할 수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자신을 봉헌해 달라고. 본당 봉사자 이야기를 하자면 빼놓을 수 없는 분이 평일 반주 봉사자 손 분다 자매님이다. 지난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에 가톨릭신문 2면에 ‘법원리 본당 88세 반주자 손금남씨’로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법원리 본당 88세 반주자 손금남씨’ Ⓒ가톨릭신문(2023년 7월 23일자) (기사 中) “주님 오늘도 제 손가락 잘 움직여 주세요!”라는 명랑한 기도와 함께 매일 성당가는 마을버스에 몸을 싣는다. 그가 피아노를 제대로 배운 것은 75살 때였다. 본당 노인대학장을 맡으며 학생들과 성가를 부르고 싶어서 반주에 도전했고 14년째 미사 반주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요즘 손씨는 후임 반주자를 기다리고 있다. 눈이 점점 나빠져 스텐드를 가까이 켜지 않으면 음표가 아예 보이지 않기 때문. 그럼에도 그는 “성가가 있어야 전례가 더 풍요로워진다”며 “후임을 구할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또 “사는 날까지 하느님께 도리를 다하는 모습을 자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분다 자매님 말씀처럼, 노인은 당신 백성에 대한 하느님의 한없는 사랑과 자비를 그들의 말과 삶을 통해 전해야 하는 소명을 지니고 있다. 노인은 신앙의 전수자이자 지혜의 전달자로서 교회와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신이 얼마나 늙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늙어 있는가이다.” -M.드레들러 노인들이 가정과 교회, 사회 공동체 안에서 그 역할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