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미카엘 신부(선교사목국)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 전쟁은 진행 중이다.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나흘 만인 2022년 2월 28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휴전협상을 했다. 내용은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고, 러시아는 침공 이전 수준으로 철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협상은 결렬되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가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일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 빌뉴스= EPA 연합뉴스 푸틴이 원한 것은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는 것이다. 1990년 서방 세계가 소련 해체 전 당시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게 했던 약속으로 나토가 “동쪽으로 1인치도 확장하지 않는다”는 약속(BBC NEWS 코리아 인용)을 지키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국이 되어 나토군이 우크라이나에 주둔하게 되면, 바로 앞에 군사적 대치 상황이 벌어지는 국경이 엄청나게 늘어나서 예상치 못한 큰 군사비를 소모해야 하며 유일하게 유럽으로 진출할 수 있는 항구인 크림반도가 나토군에 의해 통제당하면 이래저래 경제적 타격과 고립의 두려움을 가질 밖에 없다. 그래서 푸틴은 젤렌스키 대신 우크라이나에 친러 정부로 세우고 싶었을 것이다. 나토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안전성을 보장받고 싶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는 이스탄불 협상 전까지 협상에 유연한 입장이었으나 3월 말부터 입장을 바꾸었다. 전세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평화 협상을 중재한 나프탈리 베테트 당시 이스라엘 총리는 “만약 그들이 막지 않았다면, 휴전할 좋은 기회가 있었다. 양쪽다 휴전을 아주 원했고, 양쪽의 양보는 서로에게 큰 조처였다. 협상에 대한 푸틴과 젤린스키의 접근은 매우 실용적이었다.”(한겨레21 인용)라는 인터뷰는 남겼다. 그가 언급한 “그들”을 이스라엘 총리는 분명하게 “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임을 밝혔다. 결국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단지 두 나라만의 전쟁이 아니라 “그들”과 러시아의 전쟁이기도 하다. 대신 “그들”은 자신들의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전쟁을 하고 있다. 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후쿠시마 원전 모습 ⓒ연합뉴스 일본의 오염수 방류 시작(2023년 8월 24일 1차 방류, 2023년 10월 5일 2차 방류)이 지구상의 온 인류를 위험에 빠트리는 범죄이듯 우크라이나를 침공, 전쟁을 일으킨 것은 분명한 죄악이다. 전쟁의 피해와 그 여파는 당사국들만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서로 연결되어있기에 우리 모두가 그 피해의 영향을 받는다. 우리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전 세계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그 사실을 몸으로 확인했다. 그러기에 전쟁에 관한 객관적 시각과 함께 하루빨리 전쟁을 멈출 해결책에 관심을 가지며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이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마태 5,9)의 몫이다. 분명 양쪽이 다 원했던 평화 협정은 외부의 간섭으로 결렬되었다. 그로 인해 더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고 전 세계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 과연 이 전쟁에서 승리란 무엇일까?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회복하고 나토에 가입하는 것? 영토를 회복 못 해도 나토에 가입하는 것?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친러정부를 세워 나토에 가입하지 않는 것? 러시아가 철수하고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는 것? 전쟁으로 이미 엄청난 상처와 고통을 남겼고 그 영향은 오래 지속될 것이다. 결국, 전쟁에서 그 누구도 승리자가 될 수 없다. 전쟁을 멈춰야 한다. 서로의 체제를 인정해 주면서 군비경쟁이 아닌 평화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큰 범죄다. 평화 협상보다 압박을 통해 자멸하도록 더 싸우라고, 전쟁을 지원해주며 부추기는 이들의 오만이 전 인류를 더 위태롭게 만들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판단이 틀려서 자멸이 아니라 위협에 맞서기 위해 핵무기를 늘린다면, 그로 인해 주변국들이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서, 그들도 핵무기를 비롯한 군비경쟁을 강화한다면, 결국 평화적 공존이 아닌 힘의 대립과 분열, 불안이 심화될 것이다. 그것이 이 전쟁이 말하는 승리인가? 아니면 자멸은 아니더라도 군사적, 경제적 압박으로 러시아가 힘의 경쟁에서 밀려나고 명실공히 세계 1위 절대 군사 대국의 위치와 이익을 점유하는 독보적인 나라가 자리를 굳히게 되는 것이 이 전쟁의 승리인가? 전쟁이 발발했을 때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말씀하셨다. “전쟁은 하느님께 대한 범죄입니다.” 곧 악에 대한 패배다. 악이 만연한 세상에서 진실과 거짓의 구분이 모호해진다. 그러기에 복음적 시각으로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이 되도록 깨어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