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석(베드로) 신부 | 민족화해위원장 지난 1월 19일 미국의 가톨릭 매체인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NCR)’는 새로운 대통령의 취임에 맞춰 ‘조 바이든의 독실한 가톨릭 내각(Joe Biden’s Very Catholic Cabinet)’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바이든 내각의 3분의 1이상이 가톨릭 신자들로 채워질 예정인데, 본문은 (프로테스탄트가 주류 미국 사회에서) “미국 역사상 이보다 더 가톨릭적인 정권은 없었다”라는 교회 핵심 인사의 트위터 글도 인용했습니다. 특히 국방부 장관 로이드 오스틴이 이라크에 주둔할 당시 바이든 대통령의 장남인 보 바이든의 부대를 지휘했으며, 오스틴과 보 바이든은 주일마다 함께 미사에 참례했던 사실을 언급합니다. 과묵하고 겸손한 인물로 알려진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국방부 장관은 공개석상에서도 스스럼없이 자신의 삶에서 신앙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고백했다고 합니다. 기사는 계속해서 내각의 가톨릭 신자들을 소개하는데, 형제 가운데 두 명이 가톨릭 신부인 데니스 맥도너 보훈부 장관 지명자의 지난 인터뷰를 다시 언급하면서 기도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근무했던 그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순간에 바이든이 묵주기도를 드렸던 장면을 회상하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부통령은 언제나 그의 묵주 혹은 묵주 주머니를 지니고 다녔으며, 다양한 상황에서 그의 기도하는 모습을 기억한다.” “언제나 기도를 가까이하는 모습은 그의 성품을 잘 나타내며 이것이 그가 바로 공감하는 지도자라는 것을 나타낸다.” Ⓒ CNS/ Leslie E. Kossoff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항상 묵주를 지니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월 4일 이뤄진 한미 정상 간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의 새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두 사람이 모두 가톨릭 신자라는 공통분모를 먼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동의 과제를 안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교황님과 통화한 내용도 설명했는데,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서 교황님의 역할에 기대를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 기간 중에도 자주 자신의 신앙을 고백했으며 세상의 정의와 평화에 대한 교황님의 가르침을 충실하게 인용했습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세계 평화의 핵심 주체인 미국이 이제 교황님들의 가르침을 담고 있는 사회교리를 존중하는 새로운 ‘신자 대통령’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아직 너무 멀고 험한 평화의 길이지만, 마음이 착한 사람들의 평화를 믿는 우리 신앙들이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낸 그리스도의 평화를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시다. 상대를 굴복시켜야 하는 제재와 압박을 넘어서 새로운 변화와 출발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