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희(베드로) 신부천주교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장 겸 민족화해센터장 안녕하십니까? 지난 2월 1일 인사발령으로 민족화해위원장이 된 남덕희 베드로 신부입니다. 뒤늦은 새해 인사와 더불어 지면을 통해 인사드립니다. “평안시복”(平安是福). ‘평화가 복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올 한 해 다시금 평화의 세상을 꿈꿔보며 다만 꿈이 아니라 우리 삶으로 실현되기를 바라며 하느님의 복을 청해봅니다. 올해 세계 평화의 날 담화문의 주제는 ‘인공 지능과 평화’입니다. 뜻밖의 주제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평화는 인간사의 문제라 생각할 수 있기에 인공 지능과 평화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역사는 발전하면 할수록 전쟁과 다툼으로 평화에서 더 멀어지는 현실로 체험되지만 오히려 과학의 발전과 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영역인 이 평화에 대해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왔음이 놀랍게 여겨집니다. 교황님은 과학과 기술의 진보가 ‘평화의 길’에 서 있어야 함을 강조하십니다. 인간의 지혜에 기초하는 인공 지능은 인간이 지닌 존엄과 그 지위에 머무를 때만 평화를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인간은 기술의 힘으로 땅을 온 인류 가족의 알맞은 거처로 만드는 노력을 기울일 때, 하느님의 계획에 맞갖게 행동하며 창조의 완성과 민족들 사이에 평화를 가져오고자 하느님의 뜻에 협력하게 됩니다. 또한 과학과 기술의 진보가 사회 질서와 형제적 친교와 자유를 증진하는 데에 이바지한다면 인류의 발전과 세상의 변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제57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 과학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인공 지능도 점점 똑똑해지고 있습니다. 정보의 양만이 아니라 정보의 질도 과거와는 달리 훨씬 나아졌습니다. 이제 인공 지능이 평화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시험 삼아 ChatGPT에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세상의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중요하게 생각될 수 있는지를 물어보았습니다. 놀랍게도 그 답은 논리적이고 핵심적인 사항을 모두 함축하고 있었습니다. 인공 지능이 말하는 평화에 대한 중요한 가치들은 1) 대화와 이해, 2) 평등과 정의, 3) 국제 협력과 개발, 4) 갈등 예방과 해결, 5) 교육과 문화입니다. 인공 지능이 제시하는 평화의 중요한 가치들은 이미 많은 학자들이 이야기한 범주 안에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평화를 어떻게 실현하는가는 또다시 우리 모두의 책임과 소명에 달려있다 하겠습니다. 평화의 위협은 우리 삶의 도처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교황님이 말씀하신대로 형제적 친교와 자유에 기초하지 않는 기술의 발전은 평화가 아닌 우리 삶의 또다른 장애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인간인 우리 모두가 평화의 가치와 그 의미를 진정으로 깨달을 때 인공 지능의 평화에 대한 감수성도 높아질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이제 우리는 인공 지능이 제시하는 평화의 답이 아닌 형제애와 존중의 연대로 평화를 이루어 나가는 우리의 노력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올 한해도 이러한 평화를 이루어 나가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