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축복을 선택하기 위해서

이종경 비오 신부(천주교의정부교구 홍보국장) Ⓒ Freepik 설 명절에 가족이 모였습니다. 모처럼 만난 자리에서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이야기도 나누고 그동안 있었던 졸업과 취업 같은 반가운 소식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어색함이 몰려왔습니다. 많은 말들을 주고받던 중, 상대가 사용하는 단어들과 여러 표현이 낯설게 느껴진 것입니다. 변화된 외모보다 더 크게 다가온 어색함이었습니다. 간간이 이어오던 이야기의 꼬리가 끊기자 분위기는 더 서먹해졌습니다. 아마도 자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평소에 전화라도 자주 했더라면, 어색함이 조금은 줄었겠지요. 또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 설명이 길어지곤 합니다.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서 오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단순히 못 알아듣는 정도라면 다행이지만, 부정적으로 오해가 생겨버리면 난감할 뿐입니다. 그러니 이 정도면 됐다 싶은 이야기도 자초지종까지 말하느라 설명이 길어집니다. 자주 만나지 못한 데서 오는 어색함과 오해 그리고 장황한 설명은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남북 관계가 계속 나빠졌습니다. 해결책을 찾기 어렵고, 이 같은 상태는 당분간 지속되거나 더 심화할 거로 보입니다. 올해 2024년으로 넘어오는 길목, 북측 지도자의 입에서는 험한 말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유사시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하라.” “군사분계선(MDL) 지역에서 사소한 우발적 요인에 의해서도 물리적 격돌이 발생해 확전될 수 있다.” “북남 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교착됐다.” 이에 질세라 우리 국방부도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확고한 정신 무장과 ‘즉, 강, 끝’의 응징태세로 단호히 대응할 것”이고, “만약 북한이 우리에 대한 핵 사용을 기도한다면, 획기적으로 강화된 한미동맹의 확장억제력과 3축 체계를 활용하여 압도적으로 응징할 것이며, 김정은 정권은 종말을 맞이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외신에선 ‘한반도 무력 충돌 가능성’이라는 구절까지 등장하였습니다. 긴 설명이라도 좋으니 만나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아니, 각자의 입장을 설명하지 않더라도 그저 얼굴 마주 보며 무심히 던진 농담에 피식 웃음 지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면… 지금으로선 너무 지나친 기대일까요? 만남이 단절돼 인격적 교감이 막히면, 어색함과 오해를 넘어 ‘아마도 그럴 거야.’ 또는 ‘그렇다더라.’가 난무하게 됩니다. 이렇게 막연한 두려움은 끝없이 증식되고, 결국에는 ‘겁먹은 폭군’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게 됩니다. 사순시기를 시작하면서 ‘재의 예식 다음 목요일’에 들은 독서 말씀이 떠오릅니다. “보아라, 내가 오늘 너희 앞에 생명과 축복, 죽음과 불행을 내놓는다”(신명 30,15). 두 방향으로 나뉜 갈림길에서 우리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할까요? 그것은 죽음과 불행이 아닌 생명과 축복, 적대와 분열이 아닌 화합과 일치이어야 하겠습니다. 적대와 분열로 이끄는 유혹을 과감히 거부하고 화합과 일치를 용감히 선택함으로써 하느님께 생명과 축복을 받는 우리 민족이 되기를 꿈꿔봅니다. 오늘 저녁에는 시간을 내 아버지, 형님들, 조카들에게 전화 한 통씩 돌려봐야겠습니다. Ⓒ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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