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희(베드로) 신부천주교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장 겸 민족화해센터장 봄이 시작되는 지난 3월 ‘평화의 길’을 함께 걸었습니다. 올 한 해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다시 불어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아직 쌀쌀한 날씨였지만 힘찬 발걸음을 한발씩 내딛었습니다. “우리 함께 걷는 이 길은 평화의 길~~, 우리 함께 걷는 이 길은 통일의 길~~.” 평화의 길 주제곡의 가사를 흥얼대며 임진강 강물을 따라 걸었습니다. 작년에 수도 없이 걷던 길이었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다시 걸으니 제 마음의 풍경도 새로이 펼쳐졌습니다. 이번 평화의 길에는 특별한 곳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민통선을 지나 판문점 인근에 있는 JSA 성당입니다. 공동경비구역으로 알려진 이곳에 얼마 전 새로이 성당이 지어졌습니다. 군종교구 관할인 이 성당은 단지 군인들을 위한 성당으로서만이 아니라 평화를 위한 지향으로 기도와 미사가 드려지는 곳입니다. 그러기에 성당 입구에 특별한 의미를 지닌 성화가 장식되어 있습니다. 그 모습은 평화의 도시라 알려진 아시시의 포르치운콜라 경당의 장면입니다. 이곳은 평화의 사도로 알려진 프란치스코 성인이 수도생활을 시작한 곳이자 돌아가신 곳이기도 합니다. 1987년 10월 27일,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이곳에 세계의 종교 지도자들을 모두 초대하십니다. 그리고 평화를 위한 기도의 날을 시작하십니다. 지금도 해마다 10월이 되면 이곳에서 평화를 위한 기도의 날이 거행되고 있습니다. JSA 성당의 입구를 포르치운콜라 경당의 모습으로 재현해 놓은 것은 이곳 성당이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장소로 기억되기를 바래서라고 합니다. 분단된 허리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이곳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미사를 드려진다는 사실 만으로도 우리 모두의 마음은 평화로 가득채워 질 수 있었습니다.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기에 더 특별하고 의미있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바람대로 종교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우리 모두의 바람이 평화를 위해 일치되어 함께 기도할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올 한해 우리가 걷는 이 평화의 길이 참다운 평화의 씨앗으로 열매맺기를 소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