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희(베드로) 신부천주교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장 겸 민족화해센터장 민통선 안에 있는 통일촌에서 북녁을 바라보면 두 개의 국기를 바라다볼 수 있습니다. 태극기와 인공기가 마치 한 공간 안에 있는 것처럼, 두 깃발이 휘날리는 것을 봅니다. 분단된 이후 우리 민족은 이처럼 두 개의 나라로 살아왔습니다. 그것도 적대적인 두 나라로 말입니다. 휴전 협정 이후 남과 북은 그 협정에 따라 북에는 기정동 마을을, 남에는 대성동 마을을 조성합니다. 지역 해설가의 설명에 따르면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남쪽 대성동 마을에 게양대와 태극기가 설치되었다 합니다. 이를 본 북쪽 기정동 마을에서 남쪽보다 더 큰 깃대와 인공기를 만듭니다. 이렇게 남과 북은 게양대와 국기 경쟁을 10년 동안이나 해왔고 그 국기의 크기만 해도 태극기는 65평, 인공기는 135평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남과 북은 적대적인 경쟁을 모든 분야에서 해왔습니다. 수도 없는 많은 양의 비용과 에너지가 이 적대적인 경쟁으로 소모됐습니다. 펄럭이는 태극기와 인공기 남과 북의 관계가 경색되면서 모든 연락망이 단절되고 급기야는 하나의 민족이라는 말도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또다시 적대적 경쟁이 봇물 터지듯 생겨나고 있습니다. 남한의 탈북민 일부 단체가 대북 전단지를 살포하자 북한은 이에 대응하여 쓰레기가 가득한 오물 풍선을 남쪽으로 날려 보냈습니다. 이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반복되기에 이르렀고 마침내 남쪽에서는 그동안 중지해온 대북 방송을 재개한다고까지 합니다. 적대적인 경쟁에서 승리와 영광은 의미가 없습니다. 이로써는 평화의 공간을 마련할 수 없습니다. 그동안 두 나라로 살아왔지만, 연락과 소통이라는 최소한 장치를 남겨두었듯이 이제라도 단절된 대화 창구를 회복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군비경쟁, 깃발 경쟁, 오물 경쟁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그래도 서로의 가장 약한 부분은 건드리지 않는 평화의 작은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두 개의 국가, 한쪽의 멸망을 바라는 적대적 국가로서가 아니라 자국민의 평화라는 공통성을 지켜나갈 때 두 개의 평화는 언젠가 하나의 평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