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미 헬레나 (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 대표, 팍스크리스티코리아 공동대표) 원서 『Peacebuilding: Catholic Theology, Ethics, and Praxis』by Robert J. Schreiter, Scott Appleby, Gerard F. Powers, Orbis, 2010 * <평화를 배우다>에서는 현재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번역팀에서 번역중인 책, 『피스빌딩 - 가톨릭 신학, 윤리, 그리고 실천』 의 핵심 내용을 몇 차례에 걸쳐 소개하려 합니다. 3월호에서는 먼저 이 책의 추천사를 써 주신 존 오나이예칸 대주교의 글을 만나봅니다. 분량에 맞게 주요 내용만 싣습니다. 주교로서 나는 피스빌딩(peacebuilding – 평화를 수립하는 활동 전반을 의미하는 용어로, 번역본에 영어 표현을 그대로 사용함)이 늘 내 사목의 핵심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예언직으로, 나는 하느님의 메시지, 특히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하느님 백성에게 선포할 의무와 특권을 지닙니다. 영적으로 탁월한 역할을 해야 할 사제직으로, 하느님이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은총, 특히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가 화해와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하며 가톨릭 신자들의 정신과 마음을 평화로 향하게 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도록 요청받습니다. 양치기 또는 섬기는 지도자로 정의되는 왕직으로, 나는 때때로 갈등을 겪고 있는 당사자들 사이의 중재자, 평화와 화해를 향한 안내자로 불리기도 합니다. 물론 피스빌딩이 주교나 사제들만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일은 아닙니다. 피스빌딩은 그리스도교 신앙에 필수적인 요소이므로, 교회 전체의 임무입니다. 실제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복음에 비추어 사회 질서를 변화시키는 데 앞장서는 것이 평신도의 소명이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피스빌딩의 최전선은 주로 평신도가 차지할 것입니다. Ⓒ James Sunday/CRS 가톨릭 구호기관은 CRS는 나이지리아 봉사자,파트너 와 수혜자를 위해 위생 보건, COVID-19 위기 대응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주교로서, 나는 가톨릭 피스빌딩을 구성하는 광범위한 활동을 접하고, 어떤 경우에는 친밀하게 관여하는 특권을 누렸습니다. 북부 우간다나 콜롬비아처럼 갈등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주교와 사제들은 개인적으로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면서, 국가와 지역 차원에서 평화 협상을 촉진함으로써 장기간에 걸친 갈등을 해결하려 노력했습니다. 콩고민주공화국처럼 전쟁으로 갈갈이 찢긴 여러 나라에서, 교회는 피스빌딩의 필수 활동으로서 그 나라의 막대한 천연 자원을 부당하게 훔쳐가는 행위에 맞서고 있습니다. 르완다처럼 갈등이 가라앉은 곳에서, 가톨릭 지도자들은 평신도든 사제든 재건과 재활, 화해 사업을 촉진함으로써 보다 안정적인 평화를 구축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제 조국인 나이지리아 같은 여러 나라의 경우, 다행스럽게도 새로운 충돌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데, 가톨릭 공동체와 여러 사람들이 부패와 불의, 환경파괴, 지역 차원에서의 극악무도한 종교적 갈등에 맞섬으로써 갈등 예방을 추구해 온 덕분입니다. 교회의 피스빌딩 사업은 교회가 일치될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주교도 평신도도 혼자 활동해서는 안 됩니다. 단독 기획으로는 평화를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주교 혼자서 아무리 평화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 한다 해도 주교회의의 일치된 행동에 비하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주교회의의 행위도 가톨릭 공동체 전체가 평화를 위한 공동 행동에 나서는 것에 비하면 상대적인 중요성밖에 갖지 못합니다. 분열된 교회는 평화를 구축할 수 없습니다. 평화를 위한 일치된 활동은 가톨릭 신자들뿐만 아니라 더 넓은 사회도 포함시켜야 합니다. 가톨릭 피스빌딩에 대한 전 교회의 또 종파를 초월한 차원은 매우 중요합니다. 경험상 피스빌딩을 위한 종교간 협력은 특히 갈등이 종교적 차이로 인해 일어났을 때 매우 강력합니다. 나는 나이지리아에서 폭발 가능성이 있는 기독교-무슬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무슬림 지도자들과 함께 활동하는 것이 가톨릭 혼자 일하는 방식으로는 얻을 수 없는 차이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프리카 전체 차원에서 나는 평화를 위한 세계종교회의, 새로운 아프리카 종교지도자협의회와 긴밀히 협력하여, 다른 종파와 다른 신앙 전통의 지도자들과 함께 갈등 해결에 나섰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정치, 외교적 시도가 실패한 곳에서 여러 종교가 협력한 팀들이 성공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곤 합니다. Ⓒ The Global Peace Foundation 이 책에 수록된 글의 필자들은 거의 미국인입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미국 학자들과 피스빌딩 활동가들에게서 제가 크게 감명을 받은 것은 민다나오, 부룬디, 콜롬비아에 있는 교회가 평화를 건설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들이 직접 와서 보려 했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미얀마, 모잠비크, 엘살바도르, 수단, 그리고 북부 우간다 같은 다양한 장소에 있는 교회에 개입함으로써 배우려 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다루기 힘든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에서 교회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관찰함으로써, 피스빌딩에 대한 그들의 신학적, 윤리적 관점을 재고했습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자주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 즉 정의로운 평화를 위한 더 발전된 신학과 윤리를 만들어 가는 데 기여하려고 기꺼이 시간을 내주었습니다. 이 책이 교회의 피스빌딩 사명에 대한 대화의 시작인 것도 끝인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대화에 매우 중요한 기여를 할 것입니다. 이 책은 관심을 받을 가치가 있는 많은 문제를 다룹니다. 우리가 어떻게 정의와 평화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그 둘의 중요성을 최소화하지 않으면서 연결시킬 수 있을까? 가장 잔인한 폭력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을까? 폭도들, 테러리스트들과 관계 맺기 위한 신학적, 실천적인 근거는 무엇일까? 이 책은 저에게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그것은 일종의 연대의 행위입니다. 우리가 예언자, 사제, 왕이 되라는 소명에 따라 생활하고, 피스빌딩이라는 그리스도인의 소명을 실천하려는, 우리가 그 거룩한 사업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일은 저에게 엄청난 힘을 줍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구나 피스빌딩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교회의 당연한 활동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