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요셉 신부송내동성당 주임 매해 여름이면 많은 본당에서 캠프 준비에 바쁩니다. 그리고 캠프를 진행하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본당의 캠프를 위해서 많은 사람이 도움을 준다는 것입니다. 주일학교 교사들은 캠프 주제, 프로그램, 예산 등을 준비하고, 기획하기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자모회에서는 주일학교 학생들이 먹을 수 있는 식사와 간식을 준비합니다. 남성 구역에서는 학생들이 놀 수 있는 수영장을 설치해 주시고, 사목회에서는 캠프 장소에 방문하여 교사들을 격려해 주며, 학생들에게 맛있는 간식을 전달해 줍니다. 그렇게 진행되는 캠프 안에서 학생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행복한 모습입니다. 주일마다 만나는 친구들이지만 그렇게 즐겁고 행복한 모습은 캠프 때마다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무엇이 학생들을 캠프 때마다 행복하게 만들까 생각해 봅니다. 맛있는 간식? 재미있는 프로그램?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선생님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여러 생각이 들지만, 그동안 힘들었던 일상을 벗어나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 그들을 행복하게 만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유튜브에서 한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인공지능(AI)에게 한국 학생들의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더니 한복을 입고 웃는 얼굴로 연을 날리고 있는 학생을 그립니다. 한국 학생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아 다시 그릴 것을 명령해 봅니다. 이번에는 독특한 패션의 한국 학생들을 그려냅니다. 이것도 한국 학생들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이번에도 다시 그릴 것을 명령합니다. 마지막 그림은 한국 학생들의 현실을 너무나 정확하게 그려냈습니다. 학업에 지쳐 힘들어하고 있는 학생의 모습입니다. 과도한 교육열이 학생들의 성적은 올릴 수 있을지 몰라도 자아존중감은 낮추고 있는 현실입니다. 과도한 경쟁 속에 공부하고, 공부를 해도 성적은 또 오르지 않고, 그러다 보니 많은 청소년들이 ‘살고 싶지 않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열왕기 상권에 나오는 엘리야의 기도입니다. “주님, 이것으로 충분하니 저의 목숨을 거두어 주십시오. 저는 제 조상들보다 나을 것이 없습니다.”(1열왕 19,4) 마치 공부에 시달려 지친 학생들이, 자신의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자 죽기를 바라는 엘리야의 모습과 비슷해 보입니다. 또 삶에 지쳐 우울과 불행, 좌절을 겪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천사를 보내 엘리야에게 빵을 내려 주셨고, 하늘에서 내려온 빵을 먹은 그는 밤낮으로 사십일을 걸어 하느님의 산 호렙에 이르렀습니다(1열왕 19,5-8 참조). 엘리야가 단순히 빵을 먹었다고 힘을 얻었을까요? 물론 사람은 음식을 통해 에너지를 얻지만, 밤낮 사십일을 걷게 만들 힘까지는 얻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그보다는 자신의 지치고 힘든 처지를 아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먹었기에 엘리야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찬가지로 캠프 때 학생들이 즐겁고 행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캠프가 즐거워서, 공부에 대해 잠시 잊고 떠날 수도 있어서도 있겠지만, 간식과 음식을 통한 자부모회의 사랑을 먹었기에, 프로그램을 통해 주일학교 교사들의 사랑을 받았기에, 그리고 그 모든 과정 안에 하느님의 사랑을 받았기에 즐겁고 행복하고 힘이 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먹여야 할 1순위 음식이 있다면, 그것은 빵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음식을 먹어서 힘이 나고 살맛 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을 먹고 마시고 자라야 인생이 행복하고 힘이 나는 것입니다. 우리가 미사를 봉헌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미사성제 안에서 우리에게 두 가지 만찬을 차려주시는데 바로, 말씀의 만찬과 성체의 만찬입니다. 그 두 가지 모두 우리를 너무나도 사랑하셔서 인간이 되어 오셨고, 큰 희생을 치르신 예수님이십니다. 즉, 당신을 온전히 내어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우리는 미사 때마다 마음과 몸으로 받아들임으로써 힘을 얻고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주님의 사랑을 받아 모신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까요? 우리도 누군가에게 사랑의 빵을 전해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최근 인터넷에서 한 영상을 봤는데, 북한 내부를 몰래 촬영한 영상이었습니다. 영상 대부분 극심한 배고픔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초라한 음식으로 허기를 달래는 어린이의 모습, 영양상태가 나빠 치아가 다 빠진 군인의 모습, 그리고 굶주림으로 병들어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참 마음이 아픈 영상이었습니다. 북한에 식량을 보내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도 많지만, 저는 그런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남한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급한 대로 당장 먹고살 수 있는 빵을 보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들도 우리와 같은 한민족임을 알리는 마음, 그들을 응원한다는 메시지, 하느님의 모상을 닮아 존재만으로 소중한 사람들임을 알리는 희망찬 내용들, 즉 사람을 살리는 빵을 함께 전달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