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희(베드로) 신부천주교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장 겸 민족화해센터장 군종교구 JSA성당 파견미사 평화는 우리의 몫이라기보다 미래 세대의 몫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쟁의 아픔을 딛고 살아온 어른들의 경험은 젊은이들과 어린이들에게 좌절과 패배의 역사가 아닌 희망과 도전의 비전을 전해주는 기회가 되어야 합니다. 젊은이와 어린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희망의 부재인 전쟁을 전해줄 수는 없습니다. 역대 교황님들은 세계 평화의 날 담화문에서 공통으로 ‘평화를 배우고 가르치라’고 강조합니다. 특별히 어린이들이 평화의 감수성을 마음에 담고 살 수 있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린이는 평화를 배워야 합니다. 평화를 배우는 것이 어린이의 권리입니다. 또한 어린이는 단순히 전쟁에서 승리와 패배를 다루는 역사가 아니라, 평화의 역사를 배워야 합니다”(제29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 부끄럽게도 기성세대들은 평화의 역사를 배운 기억이 없습니다. 침략과 전쟁, 분단과 적대의 역사만을 배운 듯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어쩌면 아이들에게서 평화를 배워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단순하고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에서 평화라는 씨앗이 먼저 싹틔울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지난 8월 무더위와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때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생명 평화 캠프’를 가졌습니다. 총 4개 본당 80여 명의 어린이들이 참여했습니다. 더운 날씨에 야외 활동을 많이 할 수는 없었지만, 전쟁의 흔적과 기억이 머문 의미 있는 곳을 방문했습니다. 임진각에서 이 땅의 평화를 위해 함께 ‘평화의 종’을 치고, 오두산 전망대에서 북녘을 바라보며 이산가족의 마음을 느껴보기도 했으며 전쟁 희생자들을 위한 시설이었던 UN군 화장장도 가 보았습니다. 일반 캠프와는 달리 평화에 대해 노래하고 기도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2박 3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파견 미사를 드릴 때 아이들의 얼굴과 마음에는 이미 평화가 가득 차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민통선 안에 위치한 군종교구 JSA 성당에서 파견 미사를 드리면서 아이들 모두 한목소리로 평화를 노래했습니다. “평화를 너에게 주노라. 세상이 알 수 없는, 세상이 알 수도 없는 평화~, 평화~~, 평화를 네게 주노라.” 평화는 이념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이념으로 평화를 대하지 않듯이 우리도 있는 그대로의 평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를 지녀야 하겠습니다. 서로 말다툼하고 서로 싸워도 금방 다시 화해하고 친하게 지내는 어린이들처럼 우리도 평화를 위한 대화를 다시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