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희(연세대 정치학 박사수료) 꽉 막힌 북한이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생각 외로 북한의 내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특히 최근에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 SNS)로 북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을 여행한 해외 방문객이 편집해 올린 영상이 유튜브(Youtube)나 브이로그(Vlog)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업로드되며, 인스타그램(Instagram)이나 트위터(Twitter) 등에는 북한 사진이 떠돈다. SNS에서 확인할 수 있는 북한 내부의 모습은 전통 미디어인 방송과 신문을 통해 보는 북한의 모습과 결이 조금 다르다. 전통 미디어가 로동신문이나 중앙조선통신과 같은 북한의 기관언론이 선별적으로 제공하는 자료를 전달한다면, SNS에서 보이는 것은 북한 주민의 실질적인 일상에 더 가깝다. “여기는 평양” SNS 타고 온 북한 풍경Ⓒ한겨례 SNS에서 부쩍 북한의 일상 사진이 많이 풀리는 까닭은 해외 여행객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코로나 바이러스-19의 확산으로 북한 여행이 거의 불가능해졌지만, 이전까지 북한은 이색 관광지로 분류되었다. 해외 여행자에게 은둔의 왕국(Hermit Kingdom)이라고 불릴 만큼 외부에 자신의 속모습을 꼭꼭 감춘 북한이 신기한 여행지로 여겨지면서, 익스트림 투어(extreme tour)나 오지 관광의 일환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외부 관광객이 등장하였다. 생각 외로 많은 나라의 여행사가 북한 관광 상품을 판매하며, 대북제재로 외화벌이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북한 입장에서 관광은 제재망에 걸리지 않고 수익과 연결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발전시키고자 하는 산업군이기도 하다. 실제 북한의 관광 경향을 살펴보면, 이 산업군을 대하는 북한 정권의 변화가 감지된다. 과거 해외 여행객이 북한에 방문하면 안내하는 북한의 주요 관광지가 김일성 주석의 생가, 나포된 미군 함선 푸에블로호와 같이 북한 지도자 및 체제 선전과 홍보에 주안점을 둔 장소인 경우가 많았다면 현재 북한은 외국인의 흥미를 끌어낼 관광 지역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김정은 총비서가 북한 정치 전면에 등장한 이래 평양 지역에 피자와 맥주를 파는 레스토랑과 에스프레소 커피숍 등 외국인 입맛에 맞는 상점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외국인 대상 상점의 규모와 판매하는 상품도 대형화, 고급화될 만큼 북한은 체제 내 관광 수요를 늘리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다. 외부인이 전해주는 북한의 민낯 북한 평양에 위치한 한 피자 가게에서 여직원들이 피자를 만드는 모습Ⓒ워싱턴포스트 북한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점증할수록 그들이 SNS로 퍼나르는 북한 사진도 증가하고 있다. 그들이 보여주는 북한의 모습은 날것과 같다. 영어가 쓰여져 있는 의복, 무릎 위로 올라오는 미니스커트, 망사나 꽃무늬가 그려진 스타킹, 머리 염색, 과도한 노출 등 북한 정권이 퇴폐적이고 색정적이라는 이유로 복장을 단속해도 외국인들이 업로드한 SNS 사진에 나타나는 북한 주민의 의복 변화는 다양해지고 화려해지고 있다. 특히 평양 주민이 향유하는 문화자원은 북한 전역을 선도하는 트랜드가 된다. 여기에 더해 한류 콘텐츠를 보고 한국 사회의 생활 풍습을 따라하는 이들도 증가하며, 이를 근절시키기 위한 정권 차원의 대응이 강화되었다는 전언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소소해 보이지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진다. 그것은 북한의 특권층인 평양 주민 역시 북한 정권에 완전히 협조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북한의 여러 지역에서도 평양은 북한의 수도이면서도 특권층만이 거주할 수 있는 지역이다. 평양 주민이 된다는 것은 북한에 혁혁한 공을 세웠거나, 북한의 주요 엘리트에 속할 때나 가능하다. 평양 거주민과 비평양 거주민에게 배급되는 물자의 질과 양도 다르다. 일례로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이라 불릴 만큼 식량난이 극심했을 때조차 평양 주민이 겪었던 고통은 다른 지역의 주민보다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 체제로부터 가장 많은 혜택을 받으면서도 충성도가 높은 이들만 모여 사는 도시에서조차 북한 체제에 소소하게 저항하는 모습이 외국인들이 찍은 사진을 통해 발견되는 셈이다. 저항하는 개인으로서 북한 주민현대복을 입은 북한 여성 모습 Ⓒ워싱턴포스트 조금 더 확장해서 논해본다면, 북한 지역에 국가에 포섭 내지 순응만 하는 객체로서의 개인이 아니라, 한정된 환경과 구조 안에서 저항하며 자신의 개인적 선호를 찾아가는 개인의 모습이 발견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북한은 민주주의가 결여된 권위주의와 ‘모두는 하나를 위해 동원되고, 하나는 모두를 위해 군림하는’ 전체주의가 혼재된 정치 체제이다. 특히 전체주의의 경우 강력한 국가권력이 국민의 삶을 간섭, 통제하며 개개인의 사상과 양심조차 국가에 의해 조작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전체주의 체제에서 개인은 민족과 국가를 위해 희생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며, 국가에 의해 포섭·통제되어 자율성을 지니지 못하는 단위로 여겨진다. 나치 치하의 독일에서 개인이 지닌 사상과 행동의 폭이 정권에 의해 한정되었던 것처럼. SNS로 확인할 수 있는 평양의 민낯은 북한의 주요 엘리트와 특권층이 모여 사는 지역 사회가 어떻게 북한 정권의 통제에 벗어나 개인 수준에서의 자율성을 회복하려는지 보여주는 작은 단서다. 한국 사회와 비교를 해 본다면 1970년대 당시 한국 사회의 전체주의와 권위주의에 소소하게 저항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의복과 차림새였던 것과 비슷하다. 미에 대한 욕구까지 국가가 통제하려던 환경에서 한국 여성은 스커트를 남성은 장발을 고수했다. 이처럼 현재 북한 주민들도 한류 콘텐츠을 보며, 체제가 금지하는 미니스커트를 입으며 체제가 보여주지 않는 다른 삶의 방식을 찾아가고 있다. 결국 사람과 사람이 모여 사는 북한에서도 사회는 체제에 순응하려고만 하지 않는다. 충성도 높으면서도 특권층인 평양 주민에게서도 미시적인 수준에서 자유를 놓고 체제에 대항해 투쟁하며 타협하는 과정이 진행 중이다. 북한 여성이 망사 스타킹을 편히 입는 날까지,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