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희(베드로) 신부천주교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장 겸 민족화해센터장 [평화랑 뒹굴자 '신형원과 주피 범스, 그리고 아이들' ©파주에서] 지난 몇 주 전부터 이곳 파주에는 괴이한 소음이 밤마다 들려옵니다.임진강 건너편 북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입니다.인간의 말소리가 아닌 정체 모를 소음, 그야말로 인공 소음입니다. 대북 전단지와 오물 풍선으로 맞붙었던 풍선 경쟁은 이제 대북 방송과 북쪽의 소음 공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적대적 관계가 점점 그 수위가 높아져만 가는 것 같습니다. 이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전쟁의 위기도 함께 상승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광복절 하루 전날 임진각에서는 뜻깊은 여러 행사가 있었습니다.그중 하나가 ‘세계 위안부 기림일 행사’였습니다.해마다 임진각 쌍둥이 소녀상 앞에서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억하는 행사가 이루어져 왔습니다.특별히 올해에는 파주 지역 시민단체들과 활동가들이 ‘평화 기원 밤샘 축제’를 기획하여 ‘평화랑 뒹굴자’라는 주제로 평화의 축제를 개최하였습니다. 무더위 날씨에도 불구하고 300여 명의 참가자들이 평화 축제의 한마당을 즐겼습니다. 유명 가수들과 출연진들의 공연들은 대부분 평화와 임진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수 신형원 씨와 어린이들이 함께 합창한 김민기 씨의 노래 ‘철망 앞에서’가 저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후렴구처럼 반복되는 그 구절은 다음과 같습니다.“자, 총을 내려 두 손 마주 잡고, 힘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걷어버려요~~~!”분단 이후 우리를 갈라놓았던 그 철조망, 그 철조망을 걷어 내고 평화의 시대를 염원하는 그 마음이 느껴집니다.서로를 겨누었던 총을 내려놓고, 남과 북이 손과 손을 마주 잡는 그날을 고대하며 이 노래를 함께 불러봅니다. 적대적인 마음과 혐오하는 태도로는 평화를 이룰 수 없습니다. 함께 평화를 노래하는 우리의 마음에는 철조망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쁨으로 평화를 노래하며 축제를 지내는 이 순간이 바로 평화의 순간입니다. ‘평화랑 놀자, 평화랑 뒹굴자’라는 표어처럼 남과 북의 형제들이 평화의 축제를 함께 지내는 순간이 다시 찾아오기를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