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요셉 신부송내동성당 주임 10월은 묵주기도 성월입니다. 우리나라의 수호성인이 ‘원죄없이 잉태되신 동정녀’여서 그런지 많은 신자분이 묵주기도를 열심히 바치고 있습니다.저의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또한 묵주기도를 열심히 바치셨습니다.어릴 적 외할머니댁에 놀러 가면 늘 새벽 4시에 불이 켜지고 기도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저는 할머니의 기도 소리에 깼다가 이내 할머니 기도 소리를 자장가 삼아 더 포근한 잠에 빠지곤 했습니다. 저희 외할머니는 제가 부제품을 앞둔 방학 날에 돌아가셨습니다.제가 신학교에 합격했을 때, 제일 기뻐하신 할머니는 앞으로 사제서품 날까지 10년 걸린다는 이야기에 “내가 10년 동안 살아 있을 수 있을까?”하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이제 곧 부제품을 받게 되었는데, 할머니의 선종 소식을 듣게 된 것입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시지’하는 마음과 ‘이제 하늘나라에서 내가 서품받는 모습을 보시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학을 맞이하자마자, 외할머니가 계신 빈소로 찾아갔습니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여서 연도를 바치고, 할머니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나누었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날, 이모 중 한 분이 꿈을 꾸셨는데, 꿈속에 강물이 흐르는데 수없이 많은 무언가가 떠내려오더랍니다. ‘저게 뭐지?’ 하면서 뜰채로 떠내려오는 것들을 건졌는데, 묵주들이 그렇게 떠내려왔던 것입니다. 이모는 그것을 보면서 ‘어머니가 묵주기도를 많이 해달라는 것일까? 아니면 이만큼 묵주기도를 많이 하셨다는 것일까?’ 생각했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모습을 봤는데, 마를 대로 말라서 정말 뼈밖에 안 남은 얇은 팔뚝으로 묵주를 손에 꼭 쥐고 돌아가셨답니다.그 모습을 보고 이모는 꿈이 생각나면서 ‘그만큼 기도를 많이 하셨던 거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외할아버지는 제가 2살 때 돌아가셔서 얼굴은 기억이 없는데, 이모들과 어머니에게 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6·25 때 북한군이 천주교 신자를 죽이려고 외할아버지가 사는 마을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 모습에 할아버지는 묵주를 손에 들고나와서 “나만 천주교 신자다! 나 죽이고 우리 마을 지나가라!”라고 소리쳤다고 합니다. 그 모습에 북한 .장교는 “이렇게 의로운 사람 죽일 수 없다.”라고 하면서 마을을 지나갔다고 합니다. 외할아버지가 선종하시는 날, 가족들이 모여서 함께 기도하는데 기도 중에 할아버지께서 “잠깐만!”하고 소리치시더니,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며, “저기 예수 마리아 요셉 오신다!”라고 말씀하신 뒤, 성호를 크게 긋고 박수를 세 번 치시고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술에 취해서 집에 들어오신 날에도 졸면서라도 묵주기도를 꼭 바치신 외할아버지를 예수님께서 마중을 나와 주신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많은 사람이 묵주기도를 하면서 특별한 신비를 체험했거나, 기적을 체험했다고 말씀하십니다. 저 역시 신학교에 들어가려면 묵주기도를 많이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제가 신학교에 들어가고 사제가 될 수 있었던 힘 역시 묵주기도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교회 역사 안에서도 1571년 10월에 그리스도교 연합군과 이슬람 오스만 제국 간의 해전에서 그리스도교 연합군은 묵주기도의 힘으로 대승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당시 비오 5세 교황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10월 7일을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로 지정했고, 이후에도 많은 교황님들이 묵주기도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했습니다. 아직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파티마에서 발현하신 성모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전쟁이 끝나고 세상에 평화가 오도록 매일 묵주기도를 바쳐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서, 그리고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들이 많겠지만, 그중 제일 중요한 노력은 묵주기도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비오 10세 교황은 “묵주기도만큼 아름답고 은총을 많이 내리는 기도는 없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개인과 가정의 성화를 위해, 그리고 인류 구원과 세계 평화를 위해 자주 묵주기도를 바치셨으면 좋겠습니다.